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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가장 멀리 휴가 가는 곤충은?

대한민국 교육부 2009. 7. 17. 14:11

장마가 끝나고 한더위가 찾아오면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 시작된다. 휴가철을 맞아 어떤 이들은 가까운 국내 여행지를 찾겠지만 어떤 이들은 수천km, 심지어 1만km 떨어진 다른 대륙으로 떠나기도 한다. 이런 현대 인류는 아마도 생물종 가운데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생물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곤충의 세계에서는 어떨까? 여름을 상징하는 곤충인 잠자리가 어쩌면 곤충 가운데에서 가장 멀리 휴가를 다녀오는 곤충일지도 모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이 영국의 BBC에서 보도됐다. 이에 따르면 잠자리가 인도 남부를 출발해 바다 건너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아프리카까지 다녀온다는 것이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잠자리는 세계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다고 여겨졌던 모나크 나비의 기록을 깨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멀리 여행을 하는 곤충은 그동안 모나크 나비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잠자리가 모나크 나비의 기록을 깨고 가장 멀리 이동한다는연구결과가 나왔다. 



매년 휴양지 몰디브를 찾는 잠자리


인도양 한가운데 있는 1천200여 개 섬들의 나라, 몰디브는 산호로 이루어져 있는 세계적인 휴양지이다. 육지 인도에서 몰디브의 섬까지는 가깝게는 500킬로미터 거리이고 길게는 1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몰디브는 우리나라에서 비행기 한 번 타고 도착하는 그런 여행지가 아니다. 거리도 멀고 비용도 많이 드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몰디브에 매년 수백만 마리의 잠자리가 찾아온다고 한다. 잠자리도 환상의 섬나라 몰디브를 구경하고 싶었던 걸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쨌건 수많은 잠자리가 매년 몰디브를 찾아온다는 사실은 섬사람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일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잠자리들이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이곳을 방문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몰디브의 생물학자 찰스 앤더슨이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 앤더슨은 몰디브 해양연구소 등과 함께 일하면서 몰디브의 생태계를 연구하는 독립 생물학자이다.

그가 잠자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83년 몰디브에 온 이후였다. 그리고 1996년부터 잠자리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최근 앤더슨은 몰디브의 여러 섬들과 인도의 지역민들이 수집해준 데이터와 바다에서 얻은 데이터를 정리했다. 이와 함께 앤더슨은 인도 남부에 나타나는 잠자리들과 자신의 데이터를 비교했다.

그 결과, 앤더슨은 잠자리들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를 밝혀냈다. 잠자리들은 인도 남부에서 출발했다. 그런 다음 몰디브 공화국의 수도 말리에 도착했다. 그 후에는 남쪽 환호섬에서 보였다. 




어떻게 바다 건너는지는 미스터리

 

인도양에 12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몰디브.
이 몰디브에 수백만 마리의 잠자리가 매년 찾아온다.
이 점에 호기심을 느낀 한 생물학자가 그 비밀을 파헤쳤다.  

이미 얘기했듯이 몰디브의 섬들에서 육지인 인도 남부까지의 거리는 최소 500킬로미터나 된다. 이 일은 잠자리에게 만만치 않은 일이다. 잠자리에게는 물이 매우 중요하다. 잠자리는 물에 알을 낳으며 성체가 되기 전까지 물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소금기가 있는 바닷물이 아니라 육지의 민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몰디브 섬까지 오는 데는 그야말로 광활한 바다뿐이다. 게다가 몰디브 섬은 산호섬이라 민물이 거의 없다. 앤더슨의 연구결과, 잠자리가 바다 건너 몰디브까지 오는 건 그야말로 미스터리한 자연의 현상인 셈이다.

잠자리가 몰디브를 찾아오는 시기는 매년 10월 4일에서 23일 사이이다. 그리고 11월과 12월에 잠자리의 개체수는 최고조가 된다. 하지만 섬을 찾아온 잠자리가 머무는 시간은 고작 며칠뿐. 사라졌던 잠자리들은 한 차례 더 나타난다. 4월에서 6월 사이에 말이다.

어떻게 잠자리가 600~800킬로미터의 드넓은 인도양을 건너오는 걸까. 이 점은 상당히 미스터리하다. 게다가 잠자리가 찾아오는 10월이면 바람이 남풍이 아니라 북풍이 분다는 것이다. 10월이면 몰디브에서 인도로 향하는 바람이 부는데, 잠자리는 이 바람을 거스르고 몰디브를 찾아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앤더슨은 이 바람을 피해 반대로 부는 위쪽 바람을 타고 잠자리가 몰디브에 다다르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려면 잠자리는 고도 1천 미터 이상을 날아야 한다.




종착점은 몰디브가 아니다

앤더슨이 발견한 잠자리에 대한 놀라운 점은 이게 끝이 아니다. 우선 몰디브가 여행의 종착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몰디브가 여행의 종착점이라면 잠자리는 모나크 나비의 기록을 깨는 게 아니다. 주로 아메리카 대륙에 분포해 있는 모나크 나비는 매년 멕시코에서 캐나다 남부까지 왕복한다. 이 거리는 7천 킬로미터 정도이다.

앤더슨은 인도를 떠난 잠자리의 최종 목적지가 몰디브가 아니라 아프리카 동부라고 주장한다. 그가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근거는 이렇다.

10월이면 몰디브에 수백만 마리의 잠자리가 찾아온다고 이미 얘기했다. 그후 11월이면 인도로부터 2천7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세이셀제도에 수많은 잠자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세이셀제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약 1천800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그리고 12월이면 인도에서 3천200킬로미터 떨어진 산호섬 알다브라에 잠자리가 많이 보인다. 잠자리가 점점 인도에서 동쪽 아프리카로 이동하는 것이다.

한편 글로브 스키머(globe skimmer)라는 잠자리 종이 아프리카 동부에서 남부로 대량 이동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흥미로운 점은 몰디브를 찾는 잠자리의 98퍼센트가 바로 글로브 스키머라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앤더슨은 잠자리가 인도 남부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까지 기나긴 여행을 한다고 주장했다. 왕복거리는 무려 1만4천에서 1만8천 킬로미터나 된다. 그러니 모나크 나비의 기록을 깨는 것이다.




장마 따라 이동하며 번식한다

앤더슨은 잠자리가 이렇게 장거리를 여행하는 동안 인도와 아프리카를 오가는 계절풍인 몬순을 이용한다고 보고 있다. 장마를 불러오는 몬순 계절풍으로 비가 내리면 웅덩이에 고인 물에 잠자리가 번식을 할 수 있는 것. 이 때문에 잠자리는 계속 몬순을 쫒아 이동한다는 것이다. 모나크 나비는 한 번 장거리 여행을 마치는 동안 세대가 4차례 바뀐다. 잠자리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잠자리는 인도 남부를 출발해 몰디브를 지나 세이셀제도를 거쳐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까지 이동한다고 몰디브의 생물학자 앤더슨은 주장한다.  


한편 잠자리의 이동은 새의 이동에도 영향을 준다고 앤더슨은 말했다. 잠자리의 이동경로에는 뻐꾸기와 쏙독새, 송골매와 같은,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새의 종들이 많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새들이 딱 잠자리만한 크기의 곤충을 잡아먹는 새들이라는 것. 게다가 이들 새 역시 인도 남부에서 아프리카로 이동을 하는데 그 시기는 잠자리가 이동하는 시기 바로 뒤다.

잠자리에 대한 연구의 결과가 이렇게까지 확대된 것에 대해 연구자 본인인 앤더슨도 놀라워하고 있다. 그는 “이번 잠자리 연구는 우리가 여전히 자연세계에 대해 얼마나 잘 모르고 있는지를 반영해준다”고 BBC에 말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였다 해도 아직 자연은 신비로움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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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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