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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하늘에서만 해와 달이 크기가 같다 본문
하늘에 떠 있는 해와 달 중에 어느 게 더 클까? 당연히 태양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을 어린 아이에게 한다면 어떤 답을 얻을까? 해라고 하는 아이도 있고 달이라고 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하늘에서 보기엔 둘의 크기가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늘에 떠있는 해와 달을 한번 바라보자.
어느 게 더 큰지를 말하기에는 해와 달의 크기가 너무 비슷해 보인다.
물론 태양과 달의 실제 크기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태양이 크다. 달이 우리의 엄지손톱만 하다면 태양은 지름이 4미터도 넘는 거대한 구이다. 태양은 달보다 400배 크다. 그런데도 우리 하늘에서는 태양과 달의 크기가 같다.
태양계에 166개 있어도 우리 달은 특별하다
이게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는 때가 바로 일식이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일 때 가능하다. 평생 동안 지구의 어느 한 곳에서만 산다면 아마도 한번쯤은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 운이 좋아 아주 오래 산다면 두 번 정도도 가능하다.
어쨌건 개기일식을 관찰하면 달이 태양과 크기가 같아 완전히 덮어버리고 태양의 빛만이 달의 가장자리로 보인다. 태양의 강렬한 빛이 반지에 끼운 다이아몬드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링만으로 보인다.
이렇게 지구 하늘에서 태양과 달의 크기가 같은 이유는 달이 400배 적은 대신 지구에 400배 더 가깝기 때문이다. 뭐 이게 무슨 특별한 이야기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 태양계 내 행성들 중 하늘에서 태양과 달이 크기가 같게 보이는 건 지구뿐이라면 어떨까.
우리 태양계에서 달이란 건 흔한 존재이다. 태양계를 이루는 8개의 행성은 최소 166개의 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지구를 제외하고 다른 행성의 하늘에서는 태양과 달이 크기가 같지 않다. 그리고 이런 특별한 달을 가진 지구에만 생명들이 넘쳐난다. 이 모든 게 순전히 우연일까?
달 탄생의 비화
▲ 달이 해를 완전히 삼키는 개기일식일으로 해와 달의 크기 같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태양계 행성들처럼 행성 그 자체의 중력에 의해 주변의 물질들이 서로 뭉치면서 생겨났거나, 아니면 나중에 지나가는 작은 천체물질들이 중력에 의해 끌려와서 달이 되었다. 지구를 제외하고 내행성에서 유일하게 달을 갖고 있는 화성의 경우, 두 개의 달인 데이모스와 포보스 역시 이 가운데 후자의 과정으로 탄생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지구의 달은 예외이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로 형성되었다고 하기에는 달이 상대적으로 지구에 비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태양계 내 다른 달들과는 다른 탄생비화를 갖고 있는 것이다.
행성 과학자들은 한 가지 가능성을 내놓았다. 태양계가 탄생하고 1억 년쯤 지났을 때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파편들이 여전히 내행성을 쌩하고 관통하곤 했다. 이때 화성만한 물체가 지구를 강타했다. 이 충격으로 인해 우리의 행성인 지구는 완전히 달라졌고, 상당한 양의 파편들이 우리 지구에 비해 과대한 달을 형성한 것이다.
지구의 안정한 기후가 달 덕분이라고?
이렇게 거대한 달이 있는 지구에만 생명들이 넘쳐난다. 지구의 생명과 달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 싶겠지만 어쩌면 이렇게 거대한 달이 없었다면 지구의 모습이 지금과는 다를지도 모른다.
지구는 자신의 공전궤도를 따라 도는데, 항상 똑같은 공전 궤도를 도는 게 아니라 안쪽과 바깥쪽으로 왔다 갔다 한다. 그 이유는 태양과 같은 다른 천체가 끌어당기는 힘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은 보이지 않는 중력의 손으로 지구의 요동을 부드럽게 줄여준다.
덕분에 지구의 공전에서 불안정한 면을 막아주어 지구의 기후에 급작스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준다. 만약 달이 없었다면 공전궤도의 불안정 때문에 지구에서 생명이 잉태되는 데 훨씬 더 애를 먹었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지구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건 태양과 적당한 거리만큼 떨어져 있어서 물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게 가장 중요한 면이다. 하지만 태양을 가릴 만큼 거대한 달의 역할은 생각보다 클지도 모른다.
조석력이 지구에 생명을 낳았다?
2004년 3월, 영국 에든버러대 분자생물학자 리차드 래테 교수는 거대한 달로 인해 나타나는 강한 조석력이 원시 지구에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 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달은 태양계 내 100개도 넘는 다른 달들과는 태어날 때부터 달랐다.
지구에 첫 생명체가 나타난 39억 년 전 지구와 달의 거리는 20만 킬로미터였다. 현재의 38만 킬로미터니까 훨씬 가까웠던 것이다. 그 결과 달의 조석력도 지금보다 훨씬 컸다. 밀물과 썰물로 바다와 육지가 교차되는 거리가 수백 킬로미터에 달했다.
한편 지구의 자전주기도 지금보다 훨씬 짧아 2~6시간 정도였고 표면 온도는 매우 높았다. 그 결과 밀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여 있는 웅덩이의 물이 금방 증발하면서 물속의 유기물들이 농축됐다.
래테 교수는 이때 오늘날 DNA나 RNA와 비슷한 스스로 복제가 가능한 분자가 나타나 생명활동이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레테 교수는 “DNA 이중가닥이 만들어지더라도 떨어지지 않으면 증식이 불가능해 생명체로 발전하지 못한다”며 “밀물 때는 염도가 희석돼 이중가닥이 떨어지고 썰물로 고립된 웅덩이의 물이 증발해 염도가 높아지면 이중가닥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달로 인한 조석력이 분자의 결합과 해리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 셈이다.
지구의 달은 수백 개의 달 가운데 그저 하나의 달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우연히도 태양과 달이 크기가 같은 운 좋은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 ⓒ사이언스 타임즈 http://www.sciencetimes.co.kr/
<<< 글 :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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