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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고범채 선생님과 함께 한 1년

대한민국 교육부 2013. 5. 24. 11:00

3년간 우리 학년의 담임이셨던 고범채 선생님은 우리에게 모든 정을 쏟으셨습니다. 졸업식 날 우리가 아까워서 보내기 어려우셨는지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고범채 선생님께서 지난 한 해 동안 우리에게 정성 기울이신 노력을 소개하려 합니다. 

만남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고범채 선생님은 우리 학년, 97년생 배명중학교 학생들을 3년 동안 맡으셨습니다. 고범채 선생님은 제가 1, 2학년 때 기술가정 선생님이시기도 했는데요, 항상 저희의 인격을 존중해주시고 저희의 처지에서 생각해 주시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셨습니다.

제가 3학년이 되자, 고범채 선생님은 3-2반 담임이 되시고 저는 선생님반 학생이 되었습니다. 선생님과의 1년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착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매년 고범채 선생님께서 맡으시는 반은 학급 행사가 매우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사제동행 등산'인데요, 같이 산에 올라가며 친구들 사이의 우정도 더욱 돈독히 하고,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눔으로서 사제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했습니다.

<선생님이 나눠준 쪽지> 

고범채 선생님은 매회 산행을 갈 때마다 작은 쪽지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모든 쪽지의 제목이 '착한 사람 되겠습니다'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산행을 통해 학생들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인성교육도 생각하신 것입니다.


등산 이외에도 사제동행 영화보기, 사제동행 봉사활동도 있었습니다. 이런 고범채 선생님의 노력 덕분에, 우리 배명중학교 3-2반은 누구 하나 소외되는 사람 없이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배명중학교 3학년2반 등산사진>

실력 향상 프로젝트 

선생님은 산행을 통한 인성 교육뿐만 아니라 반 학생들의 학업 성적 향상에도 많은 신경을 쓰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3학년 2반은 거의 모든 과목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죠. 이는 선생님의 노력에 부응한 결과입니다.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시간표와 펜>

일 년 동안 있는 모든 시험마다, 선생님은 저희를 위해 시험 시간표와 시험 범위 안내 쪽지를 만들어 주시고 '시험 잘 보는 마법의 펜'이라며 컴퓨터용 사인펜과 예비 표시용 펜에 각자의 이름과 학번, 그리고 좋은 글을 쓴 테이프를 붙여 주셨습니다. 

펜에 붙여진 테이프에는 "찍은 것도 다 맞는 마법의 펜, 3221 손세호" "능력 있는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합니다."라는 글이 쓰여 있습니다.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이러한 노력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또한, 교실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3일에 한 번씩, 청소 당번인 아이들과 함께 손수 껌을 떼고 바닥을 닦으셨습니다. 청소기도 돌리셨죠. 선생님의 이런 정성 덕분에 우리 반은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 속에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행복한 사람 됩시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야지 행복해집니다.
이 말씀은 고범채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신 말입니다. 다른 선생님들이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을 많이 하시는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고범채 선생님은 학생들이 공부에 시달려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항상 안타까우셨다고 합니다. 우리가 커서도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셨던 고범채 선생님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만들어 주신 책갈피들>   

'행복일기 다섯 편 쓰기' 수행평가

3년 동안 기술가정 과목의 여름방학 숙제가 '행복일기 다섯 편 쓰기'였습니다. 2학기 수행평가 성적에 들어가니 우리는 열심히 썼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은 행복일기를 쓰며 행복한 생각을 하니 더욱 행복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첫 편을 쓸 때는 글을 시작하기가 참 어려웠는데 한 편 두 편 쓰면서 탄력이 붙었습니다. 마음도 행복한 생각으로 가득 찼습니다.

졸업식

<선생님께서 준비한 졸업식 교실> 
고범채 선생님은 '배명중학교 고범채'라는 직인을 찍어 우리 반 모두에게 상을 주셨습니다. 우리 반 숫자만큼이나 다양했던 이 상은 각자에게 맞는 특성에 따라 주셨는데, 노벨 평화상, 에베레스트상, 꽃미남상 등이 그 예입니다. 저에게는 과학에 흥미가 많다고 생각하셔서 미래에 이러한 상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주셨습니다. 선생님의 믿음과 기대가 담겨있습니다.

시상과 상품 전달 등 모든 순서가 끝나고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을 듣는 시간입니다. 선생님은 그냥은 말을 잊지 못하셨습니다. 편지지 한 장을 꺼내 드셨습니다. 한 손으로 눈시울을 닦고 조용히 글을 읽어가십니다.  마지막 말씀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우리가 사랑하는 선생님, 선생님께서 사랑하시는 우리 입니다. 선생님은 우리가 군대 갈 때도, 결혼 할 때도 연락하면 오시겠다고 꼭 연락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다시 만남

오늘(2013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작년 3학년 2반 학생들이 고범채 선생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선생님은 한결같은 미소로 저희를 맞이해 주셨습니다. 올해 고등학생이 된 우리는 이제 입은 교복이 다르고, 학교가 다르지만, 마음만은 항상 행복하고 즐겁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범채 선생님은 전달할 일이 있을 때마다 편지 형식으로 주셨습니다. 거기에는 우리 각자의 이름이 수신자로 적혀 있어서 우리 반 학생 수만큼의 다른 편지들이었습니다. 내용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주의를 시킬 때도 기억이 잘 나게 하는 어투와 상징이 들어 있어서 빙긋이 웃을 수 있었습니다.


고범채 선생님은 우리에게 마법을 걸어 두셨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법', '자신 있게 온 힘을 다하는 삶의 지혜', '친구들에게 관심을 두고 배려하는 법', '감사하며 사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셨습니다.  고범채 선생님과 함께한 1년은 저를 내면적으로 성장하게 한 큰 기회였습니다. 


등산, 영화보기, 봉사활동을 통하여 선생님과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며 소통하는 법을 배웠고, 어울려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받는 사람의 이름이 적힌 안내 편지를 통하여 우리 모두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말씀하시는 선생님을 느꼈으며, 세밀한 안내 문구는 우리 눈높이에서 배려하시는 것임을 알고 나도 앞으로 그렇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또 선생님의 마법 덕분에 공부도 열심히 했으며 시험에도 자신감이 붙어 졸업식 때 제일 먼저 상을 받는 명예도 얻었습니다.

살가운 데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제가 졸업한 지금도 매주 토요일이면 지난 한 주간의 일을 말씀드리고 선생님의 안부 여쭙는 일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문자로 용기 주는 말씀을 보내 주시니 즐겁습니다. 고범채 선생님 생각할 때마다 행복합니다. 


고범채 선생님과 배명중학교, 3학년 2반 친구들, 사랑합니다.
아울러서 모든 선생님께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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