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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학창시절, 추억의 학급 문집 본문
요즘 복고풍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 시대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나의 과거를 돌아보고 그 흔적을 찾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추억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게는 단연코 학급 문집이 그 추억의 매개체가 됩니다.
<1995, 1996, 1997년도 학급 문집>
‘아, 이때 내가 누구랑 친하게 지냈지.’ ‘내 글씨체가 이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쑥스럽고 어색하기도 하지만 스마트폰과 각종 디지털기기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한 장 한 장 손수 넘겨보는 학급 문집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보물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쓴 문집 글입니다.>
그래서 전 교사가 된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도 시간이 지나 이렇게 학창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보물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매년 학급 문집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급 문집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학급 문집은 문자 그대로 학급, 반 아이들의 글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살펴보자면 어딘가에 제출하기 위해 걷은 대회용 글이 아닌, 1년간 한 반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있었던 일이나 그 아이의 생각, 자람까지 엿볼 수 있는 진솔한 삶의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제가 매년 반 아이들과 학급 문집 만드는 과정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긴장되고 설레는 3월 첫날, 저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에 대해, 우리 반을 소개하면서 학급 문집 이야기를 합니다. 선생님의 학창시절 학급 문집과 선배들의 학급 문집을 보여주면서 우리도 이런 학급 문집을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모두가 학급 문집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고 활동을 할 때마다, “이건 학급 문집에 넣을 거야.” 라고 말하면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지고 자세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학급 문집은 연말에 갑자기 내라고 독촉하는 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1년간의 삶이자 기록이라는 것을 아이들도 느끼면서 학급 문집에 넣을 글감은 점점 풍성해집니다.
<학급 홈페이지를 활용한 문집 글감 모으기>
이렇게 교사는 일 년간 글감들을 모아 타자하고 편집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고학년이라면 학급 자치활동으로 문집부를 두어 편집을 도울 수도 있고 학급 홈페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일 년간 다양한 글과 사진, 그림, 인터뷰, 부모님의 편지글 등 글감이 다 모이면 아이들과 함께 ‘학급 문집 이름 공모전’을 갖습니다. 그냥 ‘몇 학년 몇 반 학급 문집’이 아닌 고민 해서 직접 붙여준 이름이라면 더 애착이 갈 테니까요.
<작년 아이들이 뽑은 문집 이름 - ‘사랑하는 우리 사이 행복예그리나’>
문집 인쇄는 어떻게 하느냐고요? 학교 제본기를 이용하는 선생님들도 계시고 학급 운영비로 인쇄소에 맡기기도 합니다. 학교 예산에 문집 제작비가 있으면 예산을 사용하기도 하고요. 전 아이들이 문집 만드는 과정에도 직접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바자회를 통해 인쇄기금을 마련합니다. 학기 초부터 학급 문집에 대해 안내를 했기 때문에 문집 만드는 비용도 우리가 당연히 내야 한다는 것이 아이들의 생각이랍니다.
<문집 기금 모음을 위한 학급 바자회>
이렇게 문집 기금 마련 바자회를 준비하기 위해 아이들은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가져오기도 하고, 요리하거나 재능을 기부하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활동이 우리 반을 더 따뜻하고 즐겁게 만드는 활동이 되기도 하고 이는 또다시 문집의 글감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교사가 되고 만든 문집들>
올해 아이들과도 문집을 만들면 제게는 제자들과 만든 5권의 문집이 생깁니다. 가끔 들춰보면서 옛날 생각도 하고 한 권 한 권 늘어 날 때마다 왠지 모를 뿌듯함에 흐뭇해집니다. 얼마 전에도 문집을 보고 생각났다며 5년 전 제자가 연락을 해오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학급 문집을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도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되며, 따뜻한 학급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 학창시절을 떠올릴 때 이 학급 문집이 소중한 추억의 보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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