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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지름신에 대한 과학적 고찰

대한민국 교육부 2009. 8. 11. 17:41
소비자 지갑 열게 하는 ‘과학마케팅’

소비자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일까? 오늘날 마케팅이나 소비자심리학에서는 소비자를 그다지 이성적인 주체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소비자를 감성적이고 제한된 합리성을 갖는 의사결정자로 보고 있다. 충동구매나 과소비, ‘지름신이 내린 듯 갖고 싶은 것을 충동적으로 사버리고 또 곧바로 후회하게 되는 소비행동’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기서는 소비자의 지갑을 쉽게 열게 하는 심리학적 원리로서, ‘희소성 전략’, ‘공돈과 푼돈 효과’, ‘준거점 이동 전략’ 등의 흥미로운 세 가지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



희소성을 통하여 가치 높이기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동기)는 결핍에서 시작된다. 예컨대, 가정에서 냉장고를 오래 사용해서 고장이 나면 당연히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려는 동기가 생길 것이다. 이렇게 결핍에서 비롯한 동기에 의해서 소비자들이 구매하기를 기다린다고 한다면 오늘날 이렇게 많은 신제품이 앞다퉈 시장에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비자의 구매 동기는 기대나 목표에 의해서도 발생하며, 기업은 가만히 있는(결핍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소비자에게 외적 유인가를 통해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게 해서 구매 동기가 일어나도록 한다. 

즉, 초대형 냉장고, 서랍식 냉장고, 디자인가구형 냉장고, 와인냉장고 등 수많은 새로운 냉장고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사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때 소비자들의 동기를 보다 가속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희소성을 강조하는 접근법’이다. 결핍에서 비롯한 구매가 아니라면 소비자들은 구매를 빨리 결정할 이유가 없다. 제품이 좋고 그것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지금 내게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제품을 ‘오늘만 판다’, ‘10개 밖에 남아 있지 않다’ 혹은 ‘오늘만 50% 세일이다’라고 하는 설명이 덧붙여지면, 갑자기 소비자들은 더 사고 싶어지고, 서둘러 구매를 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희소성 메시지를 통한 구매촉진’이다.

희소성을 통해서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며, 잠재적 구매동기를 서둘러 현재화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홈쇼핑 TV를 보고 있으면, 준비된 상품의 수와 현재 판매된 제품의 수가 표시되며, 쇼핑호스트가 계속 “몇 개 남지 않았다.” 혹은 “시간이 몇 분 남지 않았다.”, “이때가 찬스”라고 계속 외쳐대면 이때 지름신이 찾아오며 자신도 모르게 전화기에 손이 가게 된다.





공돈 효과 vs 푼돈 효과

돈의 가치는 동일하다. 10만원은 1만원의 10배이며, 같은 10만원을 지출하고자 할 때 동일한 가치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돈에 어떤 이름을 붙여주는가에 따라서 돈의 가치가 달라지기도 하며, 보다 쉽게 돈을 써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행동경제학자로 분류되는 세일러(Thaler)라는 학자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돈을 다른 돈보다 가치가 낮은 것으로 간주하여 함부로 낭비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결국 사람들은 똑같은 돈임에도 다른 이름을 적용하여 어떤 돈은 신중하게, 어떤 돈은 손쉽게 지출하게 된다. 사실 우리가 버는 돈의 대부분은 노동의 대가이다. 이는 일한 만큼 당연히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며 우연이 아닌 필연적으로 받는 돈이다. 노동의 대가이다 보니 이 돈은 필사적으로 정성 들여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길을 걷다 땅에 떨어진 돈을 발견했다고 하자. 어떤 상황인가? “공돈이다!”라고 쾌재를 부를 것이다. 이 돈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돈으로 우연히 생긴 것이다. 공짜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면 과감한 지출(투자)을 하게 된다는 것을 ‘공돈효과(house-money effect)’라고 한다.

공돈 효과는 아마추어 도박꾼들이 큰 돈을 땄을 경우 그것이 순수한 자신의 돈이 아니라 공짜로 얻은 공돈이라 생각해서 다시 거금을 배팅한다는 사실에서 유래되었지만, 수년 전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있었던 시기는 자동차판매가 급증하고 소비가 크게 활성화되었는데, 이는 급여 외의 소득이 공돈 효과의 작용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해석될 수 있다. 당연히 공돈은 소비자들에게 계획에 없었던 구매를 유발할 것이며 충동구매를 유도할 것이다.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여, 소비자의 지갑을 보다 쉽게 열게 한 것이 ‘푼돈(pennies-aday)’ 전략이다. ‘푼돈’이라고 이름을 붙였을 때 소비자들은 계획하지 않았던 소비를 너무나 쉽게 하게 된다. 예컨대, 최근 보험광고를 보자. 한 달에 몇 만원씩을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를 “하루 천 원만 납입하면 1억 보장!” 등과 같이, 실제 지불할 금액을 작게 만들어서 제시한다. ‘몇 만원이라는 목돈’이 아니라, ‘천 원이라는 푼돈’으로 돈의 가치를 낮게 한다면 소비자는 지갑을 더 쉽게 열 것이다.

특히 “커피 한 잔 값으로 평생보장” 등과 같이, 자신이 매일같이 쉽게 지출하는 상황과 연결한다면, 보험가입에 지출하는 비용이 더욱 더 푼돈이라고 여겨질 것이고 쉽게 가입을 하고 말 것이다.





‘후불제의 유혹’ 준거점 바꾸기 전략

소비자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예측할 때 어떤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을 통해 최종적인 예측치를 판단하고 구매결정을 한다. 예컨대, 자동차를 판매할 때 판매원이 구매조건을 어떻게 제시하는가에 따라서 소비자들이 최종적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달라진다.

즉, 한 그룹은 다양한 인테리어를 포함한 풀옵션(full option)을 제시하여 이것을 기준으로 하여 하나씩 옵션을 제거하도록 하고(예컨대 풀옵션의 자동차 가격은 2,800만원이고, 뒷좌석 에어컨, 뒷자석 TV, 네비게이션, 좌석 열히트 등의 선택적 옵션을 전부 제거하면 2,20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다른 그룹에서는 주어진 옵션들을 하나씩 채워가는 조건(base option)이라고 한다면, 첫 번째 그룹은 모든 기능이 포함된 것이 준거점(reference point)이 되며, 다른 그룹은 아무런 기능이 포함되지 않은 조건이 준거점이 된다.

이 경우에 풀옵션을 기준으로 제시했던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더 많은 옵션을 선택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고객의 지출금액이 훨씬 높아진다.




준거점을 바꾸는 전략으로 더 흥미로운 것은 ‘후불제 판매’이다. 소비자들이 돈을 먼저 지불하고 상품을 구매할 때와 나중에 돈을 지불하는 후불제의 경우는 그 준거점이 다르다. 

즉, 선불제로 물건을 사는 경우는 “이 제품을 살 이유가 있는지, 지금 꼭 구매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제품의 장점에 준거를 둔다. 하지만, 후불제의 경우는 이 제품에 얼마나 장점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진지하게 하지 않고, “나중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환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주문한 물건이 손에 들어오면 ‘꼭 내가 반환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라든가, ‘내가 반환할 만큼의 제품에 결정적 문제가 있는가’ 등의 단점을 찾는 준거로 바뀌게 된다. 

또 교환이나 반환에도 수고라는 비용(번잡함, 귀찮음, 시간소요)이 발생하기 쉽다. 즉 소비자들의 신용카드구매, 할부, 교환보장 등 후불 상품판매제도가 판단 준거를 바꾸게 만들고 소비자의 신중함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와 같이 소비 심리를 작동시키는 수많은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지름신이 내려오도록’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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