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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직접 자치활동 시간을 꾸려 나가 보면 어떨까?
6학년 교실의 아주 특별한 자치활동 이야기
창의적 체험활동 I 학습부 I 도서부 I 체육부 I 행사부 I 스피드 퀴즈 I 좀비여왕피구 I 학급 장기자랑
또다시 3월입니다. 전국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새로움 반, 두려움(?) 반으로 새 시작을 하셨겠죠? 선생님들도 어떻게 1년 간 학생들을 잘 가르칠지 가장 고민이 많을 시기일 것 같아요. 다른 과목은 교과서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가르치면 되지만 교과서가 따로 없는 과목이 하나 있다는 거! 네, 바로 '창의적 체험활동'입니다. 교사의 재량을 가장 많이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동시에 막막한 기분이 드는 것은 비단 저만의 고민은 아닐 것 같아요.
학생들이 직접 자치활동 시간을 꾸려 나가 보면 어떨까?
한 시간을 온전히 아이들에게 맡긴다는 것은 저도 교사로서 처음 시도해 본 일이었고 이러다가 수업시간이 엉망진창이 되진 않을까 하는 불안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난 1년 간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나가는 자치활동을 한 결과는?
부서별로 맞댄 조그마한 머리들에서 오히려 교사인 저를 압도하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샘솟더라고요. 덕분에 우리 반 자율활동 시간은 저도 아이들도 가장 기다렸던 시간,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었답니다.
1) 부서 정하기
'학습부', '도서부', '체육부', '행사부' 네 개의 부서를 만들고 학생들에게 원하는 부서에 가입하도록 했습니다.
학습부 : 스피드퀴즈, 빙고게임 등 학습에 관련된 내용으로 행사 기획, 진행, 마무리
도서부 : 책표지 그리기 대회, 독후감 대회, 독서 퀴즈, 독서 캠페인 등 책 관련 내용으로 행사 기획, 진행, 마무리
체육부 : 반대항 발야구 친선경기, 명랑 운동회, 교실 피구 등 체육 행사 기획, 진행, 마무리
행사부 : 장기자랑, 각종 게임 등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자유주제 행사 기획, 진행, 마무리
실시를 해보니 행사를 치르는 데 5~6명 정도의 인원이 적당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가장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행사부와 체육부에 지원자가 몰렸지만, 가위바위보를 통해 각 부서에 적당히 인원을 나누었습니다. 한 번 정한 부서는 한 학기 동안 유지했습니다.
2) 매달 초 창체시간은 부서회의시간
4개의 부서가 한 달에 한 시간 행사를 진행합니다. 그 준비를 위해 매달 초 창체시간은 부서회의시간으로 운영했어요. 이 때 정해야 할 것은 언제 몇 교시에 행사를 할건지, 행사 이름은 무엇으로 할 건지, 포스터는 어떻게 만들건지 등 그달의 행사 전반에 관한 것을 논의하죠. 선생님이 개입하지 않고 자신들끼리 수업시간 한 시간을 맡아서 행사 한다는 것이 어려운 도전이기는 하지만, 그 묵직한 책임감 때문인지 더욱 아이들이 눈빛이 진지했답니다.
3) 포스터 제작, 게시
행사의 이름과 일시, 내용을 설명하는 포스터를 교실 한쪽 벽에 마련된 공간에 붙입니다. 처음에는 포스터 제작 솜씨가 서툴더니 연말 즈음에는 행사의 개성을 120% 살리는 매력 만점 포스터들이 게시되더라고요.
4) 행사 진행
1년 간 약 30회의 부서 행사가 있었습니다. TV프로그램 1 대 100을 패러디한 <1 vs 19>, 퀴즈와 명랑운동회를 결합한 <풍선 터뜨리기>, 안대로 눈을 가리고 다른 감각으로 정답을 맞히는 <감각을 느껴라>,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산타를 이겨라>, 짝과 찐~한 협동심을 느낄 수 있는 <2인 3각 미션 임파서블>등 재미있고 신선한 행사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중 2014년 2월 마지막 행사의 생생한 모습을 살짝 보여 드릴게요!
<체육부 - 좀비 여왕 피구>
체육부가 운영한 자율활동 시간은 행사 장소가 운동장이었습니다. 좀비여왕피구는 여왕피구와 좀비피구의 규칙을 결합한 게임이었어요. 이 시간은 체육 시간이 아니라 자치활동시간이기 때문에 선생님은 잠시 뒤에 계시고 체조부터 규칙설명까지 체육부 친구들이 다~ 도맡아 했습니다.
팀별로 몰래 여왕(또는 왕)을 정하고 상대 팀에게는 비밀로 합니다. 왜냐면 경기 도중 여왕이 죽으면 지는 규칙이거든요. 혹시나 상대 팀의 염탐꾼이 올까 봐 팀별로 똘똘 뭉쳐서 철통 수비를 하며 여왕을 선정했습니다.
맨 아래 오른쪽 장면은 뭐냐 구요? 좀비가 사람을 공격하는 모습이에요. 좀비여왕피구에서는 공에 맞아 죽은 사람들이 코트 밖에서 좀비가 돼서 어슬렁거리며 손을 뻗어 코트 안에 사람을 터치하면 죽일 수 있거든요. 도대체 누가 상대 팀의 여왕일지 알쏭달쏭하고 그 와중에 공 피하랴, 좀비 피하랴 스릴도 만점! 체육부의 행사가 즐겁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도서부 - 스피드 퀴즈>
도서부는 스피드 퀴즈를 준비했습니다. 책, 영화, 웹툰 분야의 문제를 스케치북에 내고 그것을 팀원 중 한 명이 설명하면 나머지 팀원들이 맞히는 게임이었죠.
타이머 프로그램으로 시간을 재는 등 합리적으로 진행하려고 신경 쓴 모습이 많이 보였어요.
<행사부 - 장기자랑>
행사부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학급 장기자랑을 기획했습니다. 처음에는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던 학생들이 연주를 좀 더 잘 들으려고 슬금슬금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정식 교과 수업시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담임인 저는 뒤로 물러나서 지켜보았지요. 진행은 행사부 친구들의 몫이니까요. 이렇게 수평적이고 친근한 분위기도 우리 반 자율활동만의 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행사를 진행했으면 마무리하는 것도 학생들 자신의 몫! 준비한 행사가 끝나면 준비된 멘트로 행사를 마무리하고 부원들끼리 조금씩 모은 돈으로 준비한 소정의 상품을 잘 참여해준 친구들에게 나눠 주는 것으로 행사가 끝납니다. 하지만 아직 진짜 끝이 아닙니다.
5) 월말 부서 행사 순위표 발표 시간
모든 부서의 행사가 마무리된 월말에는 행사를 조목조목 평가해서 순위를 정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 저는 평가 항목을 세분화했어요. 포스터, 사전준비, 행사진행, 부서 연관성, 재미, 창의성, 거기에 지난달과 비교한 향상점수까지 더하면 부서 총점과 순위가 나옵니다.
6) 가장 기다려지는 이 시간, 떡볶이 파티!
이달의 행사에서 우승한 부서에 내려지는 선생님의 특별한 선물! 바로 방과 후 떡볶이 파티랍니다. 거창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아마 자신들이 직접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라서 더욱 맛있게 먹었던 것 같습니다.
일 년간의 부서활동을 통해 느낀 점을 묻는 말에 대한 아이들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생각보다 길고 진지한 답이 많이 나왔어요.
'같이 하면 뭐든지 재밌다.' - 김민서
'책임감을 더 가지고 준비하면 사람들이 기뻐한다.' - 남현서
'해보지 않으면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른다. 한 명 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 셋보다는 여럿이다.' - 김수찬
'노는 것처럼 재밌게 공부했다.' - 김정우
'모두가 즐겁게 끝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의 수준을 잘 맞추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이혜연
'무한도전 PD, 작가는 진짜 똑똑한 거다. 존경하면서 봐야겠다.' - 황재하
'팀워크가 제일 중요하다.' - 김진우, 박윤경, 신유정
'나 하나 대강하면 전체 행사를 망칠 수 있다. 한 명 몫을 다 하자.' - 배유선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수업 시간, 미숙한 면도 많았고 제대로 진행이 안 돼서 산만한 분위기로 전락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어려운 상황까지도 부원끼리 해결하고 정리했어야 하는 것이 정말 살아있는 교육이 일어났던 부분인 것 같아요. 학생들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앞으로 새로운 일 년 동안 어떻게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운영할지 고민이 많으실 선생님들께 이렇게 학생들 손에 교육활동을 믿고 맡겨 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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