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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전기차 시대' 열리나? 본문
최근 베를린의 도로변에는 ‘RWE’라고 쓰인 작은 파란색 박스가 등장했다. 박스 옆면에 달린 뚜껑을 열어보면 전기 콘센트가 보인다. 전기 플러그를 삽입하는 콘센트 구멍은 다섯 개. 가전제품이나 노트북이 아니라 소형 전기 차인 ‘스마트(Smart)'를 위한 것이다.
독일의 4대 전력회사 중의 하나인 RWE는 올 7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전기 차 로드쇼’에 새로 개발한 전기 차 충전장치를 선보였다. 그리고 다른 전기 차 로드쇼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치들이 다양하게 전시되고 있다.
▲ 베를린 로드쇼에서 시험운행 중인 전력회사 RWE의 충전소와 다임러의 2인승 전기차 '스마트'
다른 전력회사 파텐팔(Vattenfall)과 BMW는 충전소와 함께 전기 차 ‘미니(Mini) E’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전력회사 EDF와 도요타, 일본 전력회사인 동경전력과 미쓰비시, 후지 중공업 등이 전기 차와 함께 충전소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번 로드쇼를 통해 전기 차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르면 내년 전기 차 양산 모델 출시
22일 LG경제연구원은 “조만간 유럽과 미국에서 전기 차가 도로를 주행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양산모델이 출시될 예정.
올해 11월부터 벤츠로 유명한 자동차 회사 다임러는 2인용 승용차 스마트의 전기 차 버전을 프랑스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GM은 엔진을 보조 발전기로 사용해 배터리가 부족할 경우 전기를 충전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볼트(Volt)를 출시할 예정. 노르웨이의 Th!nk, 영국의 라이트닝 자동차(Lighting Car Company), 미국의 테슬라(Tesla), 독일의 RUF 등 신생 기업들도 전기 차 생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자동차 사들이 전기 차 보급에 앞서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충전소다. 기존 자동차가 주유소에서 석유를 공급받는 것처럼 전기 차도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기 때문. 더구나 지금처럼 (전기 차가) 한 번 충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200km에 못 미칠 경우, 장거리 운행 시에는 충전소가 곳곳에 설치돼 있어야 한다.
때문에 전기 차 보급을 지원하는 정부와 협력, 더 많은 충전소 설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전기 차 보급 정책을 펴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는 신생기업, 베터 플레이스(Better Place)와 함께 지난 해 텔아비브에 모두 17개의 충전소를 설치했고, 2010년까지 전국에 10만 개의 충전소를 보급할 계획이다.
▲ 일본 요코하마에서 선보인 자동차 배터리 교체소. 자동차 바닥에 위치한 배터리를 자동으로 교체하는 시스템이다.
전기 차 충전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람들의 생활공간인 가정이나 빌딩 주변에 충전소를 설치하는 방안과 함께 배터리 교체방식, 급속충전, 무선 충전 등을 위한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베터 플레이스는 휴대폰 배터리를 교체하듯이 자동차 배터리를 쉽게 교체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배터리 교환소에서 다 쓴 배터리를 새로운 배터리로 교체하면 8시간이 걸리던 충전시간을 5분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
RWE와 다임러 급속 충전기 선보여
이 아이디어를 실험하기 위해 베터 플레이스는 닛산과 함께 일본 요코하마에 50만 달러를 투자해 최초의 배터리 교환소를 선보였다. 자동차 정비소처럼 생긴 이곳에서는 모든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어서 자동차가 들어와서 배터리를 교체하고 출구를 나서기까지 2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높은 전압과 전류를 공급할 수 있는 충전설비를 갖춤으로써, 전기 차 충전 시간을 30분 이내로 단축시키는 급속충전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배터리 충전은 전력망에서 공급하는 전력량이 많고, 배터리에서 전력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를수록 빨라진다. 즉, 일반 가정용 전압보다 더 높은 전압과 전류를 전기 차에 공급함으로써 상당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높은 전압과 전류에 잘 견디고, 전력 전달 효율을 높인 급속 충전기가 주목받고 있다. RWE와 다임러는 현재 독일에서 진행하는 로드쇼에서 400V, 32A로 20kWh 배터리를 1시간 이내 충전할 수 있는 급속 충전기를 선보였다.
▲ GM의 충전방식(왼쪽)과 닛산이 새로 제안한 무선 충전방식(오른쪽)
향후에는 지금처럼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는 대신 전자기 유도 방식을 사용한 비접촉 충전 방식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충전기 쪽에 붙은 코일에 교류 전류가 흐르면 자동차 쪽에 붙은 코일에서 전류가 생성되는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지난 90년대 말, GM이 선보인 최초의 전기차 EV1은 코일이 삽입된 넙적한 플라스틱 판을 자동차 헤드라이트 사이에 집어넣는 방식을 택했다.
닛산은 비접촉식 충전이 무선 충전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충전시설을 개발하고 있다. 충전기에 해당하는 코일을 지정된 주차장 바닥에 깔아두면, 바닥에 코일을 붙인 자동차가 그 위에 주차하는 방식이다.
충전방식이 새롭게 개발되면서 각기 다른 사업모델을 가진 새로운 충전 서비스 사업자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기 차 충전 서비스 업체는 신생 기업인 베터 플레이스다. 지난 2007년, 베터플레이스는 배터리를 빌려주고, 전기 차 운전자에게 주행거리만큼 돈을 받는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제안한 바 있다.
스마트카드로 다양한 요금제 실시
미국 캘리포니아의 쿨롱 테크노놀지(Coulomb Technology)는 ‘챠지 포인트(Charge Point)’라는 무인 충전소를 곳곳에 설치하고 소비자에게 스마트 ID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쿨롱은 선불 요금제, 월정액 제, 시간대별 요금제 등 다양한 요금제를 제시할 예정. 베터 플레이스는처럼 배터리를 소유하고, 배터리 교환소를 구축하는 대신 ‘챠지 포인트’ 설치 장소를 제공하는 외부 업체와 수익을 공유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모색 중이다. 최근에는 전력회사들도 전기 차 충전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전력회사 RWE가 시험운영 중인 충전소는 충전과 과금 기능을 동시에 갖춘 무인 충전소이다.
서비스 가입자가 무인 충전소와 전기 차 사이에 케이블을 연결하면 자동차는 충전소와 전력선 통신(PLC)을 통해 자동으로 인증 받고, 즉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전기 사용량 및 요금 정보가 내부에 탑재된 통신 기기를 통해 전력회사로 전송되면 월말에 전력요금에 합산되어 청구된다.
LG경제연구원은 전기 차 보급이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설 경우, 전력회사들은 전력망 보급 측면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 차 배터리가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될 경우, 전력회사 입장에서 충전 서비스는 전력회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LG경제연 홍일선 선임연구원은 전기 차 충전 서비스가 새로운 사업으로 부상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도 촉각을 세우고,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 차 회사와 충전사업자 간의 협력, 국제 표준화 참여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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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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