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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공식 블로그
'킹콩을 들다'를 보며 떠오른 선생님, '그리운 스승찾기' 본문
올해 극장가는 영화 관람료 인상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가 큰 사랑을 받았던 한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국내 최초의 재난영화인 <해운대>의 경우 한국영화사상 5번째 천만관객 돌파라는 성과를 이루어 내었고 <박쥐>, <마더>와 같은 유명 감독의 작품들은 해외에서 잇따라 좋은 소식을 전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소재에 있어서도 미술품 복제, 스파이로 분한 공무원, 맷돼지의 습격, 리얼리티 프로그램 같은 그동안 스크린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한 소재들 역시 만나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일이라면 <국가대표>나 <킹콩을 들다>와 같은 한국 스포츠 영화들이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 내며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던 것.
미리 밝히지만 난 스포츠 영화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운동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스포츠의 세계는 나와는 맞지 않는 곳이라 생각하며 외면해 왔다. 또한 한국 스포츠 영화 특유의 클리셰 —비주류 종목의 설움, 팀원 간의 불협화음, 내공을 가진 스승으로 인한 단결, 승패를 떠난 열린 결말—에도 지친 상태였다. 그러나 올해 두 편의 스포츠 영화들은 이러한 클리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호평을 자아내고 공감을 이끌어 냈다. 1
나 역시 이 두 편의 영화를 모두 극장에서 보았고 끝내 마음이 움직이고 말았다. 마음이 동한 가장 큰 이유로는 일단 두 영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점에 있었다. 실제의 삶과 맞닿아 있는 영화. 그리고 두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스승’의 존재. 선수들 뒤에서 묵묵히 때로는 과감하게 그들을 지도해 온 코치와 선생님을 보면서 가슴이 뜨끈해 지면서 자연스레 예전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내게도 과연 저토록 열정적으로 나를 뒤흔든 멘토와 같은 스승이 있었던가.
보성여중 역도부원들의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 <킹콩을 들다>와 영화 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었던 故정연석 선생님.
두 영화를 보고 내 인생에도 잊을 수 없는 선생님 한 분이 떠올랐다. 길다면 긴 학창시절동안 우리는 수없이 많은 선생님들과 만나고 헤어지지만 그저 스쳐 지나갈 뿐 깊게 교감을 나누는 일은 드물다. 나 역시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던지라 여타 선생님과의 큰 유대관계 없이 그 시절을 지나왔다. 그러나 유독 한 분만은 마치 뼈에 맞닿은 것처럼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아 계신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내 영혼의 멘토로 남은 한 사람. 나의 3고 담임 선생님.
왁자지껄하고 혈기왕성한 다른 남학생들과 다르게 나는 내 안으로 침잠하는 것을 즐기는 학생이었다. 친구들과 공을 차기 보다는 도서관에서 쓸데없이 기네스북을 뒤적이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고3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흥미 없는 수업시간에는 몰래 소설을 읽거나 만화책을 읽으며 낄낄거리곤 했다. 물론 고3이 해서는 안 될 일.
그러나 담임선생님께서는 혼을 내시기보단 오히려 반 친구들에게 소리 내 칭찬해 주시는 것이었다. 가끔 학습 성적이 좋을 때 칭찬을 듣긴 했지만 나 혼자 즐거워 하고 있는 일까지 칭찬하실 줄이야. 자신이 무엇이 진정으로 즐거운 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은 이렇듯 '다른 방식'으로 더 커더란 깨달음을 주시는 분이었다.
아트 슈피겔만의 <쥐>, 제일 아끼던 책 <매와 소년> 수업시간 이런 책들을 몰래보곤 했는데..
내가 고3으로서 낙제 학생이었다면 담임선생님은 낙제 선생님이었다. 수험 공부와 대학 진학에 대한 얘기 보다 가치있는 인생과 올바른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셨기 때문이다. 말 뿐만이 아닌 항상 실천하는 삶을 사셨고 때로는 아나키스트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따뜻함이 담긴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으셨기에 그 모습이 싫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나도 그와 닮고 싶었는지 모른다.
한 번은 ‘넌 선생님하면 어울릴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마치 나를 후계자(?)로 지목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 땅의 학생들이란 선생님이 해 주시는 칭찬의 말들이 쌓여서 완성되는 것은 아닐까.
공부보다 경험을 강조하셨던 선생님. 언제나 개량한복을 입으시던 선생님. 나의 킹콩은 지금쯤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실까? 일찍이 찾아뵙고 그 때의 고마움을 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러나 여전히 개량한복차림으로 고3 아이들에게 공부 말고도 다른 중요한 것들을 깨우치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니 괜시리 마음이 따뜻해 져 온다.
- 판에 박은 듯한, 진부한 표현이나 이야기 흐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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