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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계 '초긴장', 전격Z작전 키트가 현실로? 본문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미드 ‘전격Z작전’에는 ‘키트’라는 똑똑한 자동차가 등장한다. 완벽한 인공지능을 갖추고 있어서 사람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고, 자동운전 기능을 제공해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키트’를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최근 IT기술과 전자제어 기술의 발전으로 키트가 조금씩 현실화 돼가고 있다. 특히 무인자동차 분야에서 다양한 첨단기술과 시스템들이 시도되고 있다. 2007년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에서 개발한 보스(Boss) 자동차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최한 ‘제3회 97㎞ 도심지 무인주행 경연대회’에서 35대의 경쟁차량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도심지에서 장애물을 피하고, 더구나 교통신호까지 지키면서 완주할 무인 자동차는 없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총 6대의 차량이 완주했다. 1, 2회 대회는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서 열렸기 때문에 사실상 도시에서 열린 최초의 무인자동차 경주였던 셈이다. 이런 무인자동차가 당장 현실화되어 도로를 주행하지는 않겠지만 대회 참가 차량에 달려 있는 첨단기술들이 우리들의 자동차에도 접목될 가능성이 높다. 대회에서 1위를 했던 GM도 빠르면 2020년께 상업용 혹은 군사용으로 무인자동차를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출시되고 있는 지능형 운전자 지원 시스템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안전운전 장치들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 충돌 예방 시스템은 항공기의 레이더처럼 전파를 보내 앞 차량과의 거리와 속도를 계산해 충돌이 예상되면 경고음을 내거나 속도를 줄인다. 메르세데스-벤츠가 2005년 선보인 통합 안전시스템 프로 세이프’(Pro-Safe)는 주파수가 24GHz인 레이더를 이용하여 앞 차량이나 장애물을 감지한다. 충돌이 예상되면 등받이와 앞뒤 좌석 받침을 똑바로 세우고 안전벨트를 조여 운전자를 최대한 보호한다. 또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제동을 하면서 최대한 충돌을 예방한다.
볼보자동차도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라는 충돌 예방 시스템을 출시했다. 시티 세이프티는 차량 앞 유리 윗부분에 레이더 시스템을 달고 앞차와의 거리가 6m 이하로 좁혀지면 1차로 브레이크 기능을 작동시켜 속도를 줄인다. 그래도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지 않아 앞차와의 거리가 1∼2m로 좁혀지면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강제로 차를 멈춘다.
운전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사각 감시 시스템’도 있다. 카메라나 초음파 센서가 물체를 감지하면 램프를 켜거나 영상을 통해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술이다. 운전자가 사이드 미러를 보거나 고개를 돌려 직접 확인하지 않고도 재빨리 주변환경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운전자가 골목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애물이나 보행자를 미리 파악해 사고를 막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출시한 소형 스포티 세단 ‘뉴 S40’. 볼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사각 지대 정보시스템’이 적용됐다. 사진 제공 볼보자동차코리아>
아무리 첨단시스템이 보편화 된다고 해도 아직 운전은 사람이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운전하는 사람이 졸거나, 한눈팔지 않도록 안내해 주는 기능도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실제로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원인 1위는 졸음운전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독일 하노버의대와 폴크스바겐 교통사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의 주의력이 떨어져 차선을 이탈해 생기는 사고가 전체의 18%를 차지했다. 그래서 2007년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 졸음방지 센서를 개발했다. 자동차 백미러에 달린 센서가 운전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계속 감지하다가 일정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졸음운전으로 판단하고 차를 멈추거나 라디오 소리를 키운다. 폴크스바겐에서 만든 차는 운전자의 눈을 지속적으로 찍어 운전자가 깨어있는지, 졸고 있는지 판단해 경고한다.
졸다가 차선을 이탈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도 있다. 자동차가 도로위의 차선을 알아보고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를 울리는 장치다. 장거리 운전 중 차선을 이탈하면 경보를 울리는 방식으로 운전자가 차선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렉서스의 차선유지보조 시스템은 날씨와 도로 상태를 감안해 카메라로 흰색 차선을 감지하면서 운전자가 안전한 위치를 찾도록 경고하고 전자식 조향장치의 제어기가 자동으로 방향을 조절해 차선을 이탈하는 위험을 막는다.
어두운 밤에도 대낮처럼 훤히 볼 수 있는 기술들도 개발되고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적외선 카메라로 전방 300m까지 물체를 감지해 실내 모니터에 보여주는 나이트 비전(혹은 나이트뷰 어시스트)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혼다는 한발 앞선 기술을 보여주고 있는데, 원적외선 카메라 2대로 장애물의 위치나 움직임을 감지해 모니터에 보여줄 뿐 아니라, 음성으로도 알려주는 인텔리전트 나이트 비전(Intelligent Night Vision)을 개발했다. 이런 정보를 계기판에서 보여주지 않고 앞 유리창에 3차원적으로 투영해 주는 HUD(Head Up Display) 시스템도 나왔다.
운전하는 사람이 편안하게 안전하게 목적지 까지 갈 수 있도록 돕는 기술도 각광받고 있다. 장거리 운전의 피곤함을 덜어주기 위해 자동차가 어느 정도는 스스로 달려갈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미국에서는 크루즈 컨트롤(Cruise Control)이라는 일종의 자율주행 장치가 달린 차량이 인기인데,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원하는 속도에 맞춰 놓으면 자동차가 알아서 일정 속도로 운전해준다. 시속 70km로 설정하면 계속 시속 70km로 달려가기 때문에 국토가 넓어 직선 도로가 많고, 교통 체증이 심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매우 유용한 장치다.
반면 국내에서는 도로에 차량이 많고 자주 막히기 때문에 단순한 크루즈 컨트롤 장치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그래서 개발된 기술이 적응형(Adaptive) 또는 스마트(Smart)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이다. 앞차와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고 멀어지면 속도를 회복하는 시스템이다.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번갈아 밟을 필요가 없어 운전자의 피로가 확연히 줄어든다. 최근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의 고급차량에 스마트 크루즈 시스템이 장착됐다.
초보나 여성운전자들에게 가장 큰 곤욕은 주차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주차고민은 자동차에 내장된 컴퓨터에 맡기면 해결될 것 같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주차하는 기능이 2006년부터 해외에서는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벤츠가 지난 해 9월 국내에 출시한 ‘뉴 제너레이션 마이 B’. 다양한 첨단 편의기능은 물론 자동 주차 기능까지 추가됐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도요타가 개발한 주차 보조(Parking Assist) 시스템은 운전자가 후진기어로 바꾸고 평행주차 단추를 누르면 컴퓨터가 알아서 운전대를 움직여 주차시킨다. 운전자는 차에 앉아 속도만 조절하면 된다. BMW의 리포트 파크 어시스트(Remote Park Assist)는 운전자가 차에 타고 있을 필요도 없다. 차에서 내려 리모컨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 된다. 단, 차고 벽에 반사경을 설치해야 차안의 카메라가 장애물과의 거리를 계산해 자동차의 위치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전용 차고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여름, 모처럼 가족들과 산이나 바닷가로 떠나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하지만 교통체증의 답답함과 운전의 피곤함을 생각한다면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이 매번 즐겁지 만은 않을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앞으로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라 불리는 시스템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동차 끼리 자동으로 안전운전에 필요한 신호를 주고받게 되며, 주변 건물이나 도로와의 통신도 강화하는 기술이 곧 보편화 될 예정이다. 행복해야 할 휴가기간, 지겹고 힘든 운전에서 벗어나 즐거운 자동차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날이 곧 다가올 것이다.
글 | 정도현 자동차부품연구원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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