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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밤하늘을 수놓은 ‘불빛 기운’의 정체(하)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조선의 밤하늘을 수놓은 ‘불빛 기운’의 정체(하)

대한민국 교육부 2009. 10. 23. 09:16

최근 우리나라에서 오로라를 관측한 적이 있었다. 지난 2003년 10월 30일 새벽 경북 영천에 소재한 보현산천문대에서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원영인 박사팀이 오로라를 직접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 그런데 이 촬영에는 ‘국내 현대 천문 역사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오로라 관측대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라는 위도 60~80도의 고위도 지역에서 발생하므로 대개 캐나다 중북부와 알래스카 중부, 시베리아 북부 연안,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부 등지에서 볼 수 있다. 

오로라는 위도 60~80도의 고위도 지역에서 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 서울은 위도가 북위 37도 32분이며, 한반도 최북단인 함경북도 온성군 유포진 북단도 북위 43도 1분일 뿐이다. 그러면 최근 보현산 천문대에서 오로라 관측에 성공한 것은 어찌된 일일까?

그 당시 태양은 활동 극대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플레어라고 불리는 강력한 폭발을 아주 세게 발생시켰다. 이로 인해 지구 자기장이 심하게 왜곡되는 지자기 폭풍이 일어났고, 평소보다 더 넓은 지역에서도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대규모 지자기 폭풍이 일어날 경우, 잘 하면 적도에 가까운 저위도 지역에서도 오로라를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특이한 경우에 해당하는 일시적 현상일 뿐, 우리나라에서 오로라를 관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서도 1779년(정조 3년) 5월 12일 ‘불빛과 같은 기운이 있었다’라는 기록 이후 오로라를 추정케 하는 내용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럼 고구려 초기부터 17세기 중반까지 수없이 오로라가 관측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나침반, 진짜 남북 방향과 약간 차이나 
 


그에 대한 원인이 최초로 기록되어 있는 책은 11세기 중국 송나라 때 심괄이 지은 ‘몽계필담’이다. 그 당시 중국에서는 집을 지을 때 자침을 가벼운 갈대에 붙이거나 명주실에 달아매어 방위를 알아내곤 했다. 

사천감을 지낸 심괄은 이 책에서 자침이 대략 남북을 가리키지만 그 남북 방향이 진남·진북과는 약간 다르다고 기술했다. 자침이 가리키는 방향이 진짜 남북 방향과는 약간 다르다니, 혹시 그때의 조잡한 나침반 제작 기술이 낳은 오차가 아닐까?

자기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은 진북, 진남과는 약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요즘 제대로 만들어진 자기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도 진북과 진남은 아니다. 직선으로 이으면 지구의 회전축이 되는 것이 바로 진북과 진남이다. 지구 회전축은 북극성을 향하고 있으므로 예로부터 여행시 길을 잃거나 항해를 할 때 북극성을 기준으로 하여 진북의 방향을 찾곤 했다.

그런데 왜 나침반의 N극은 진북을 정확히 가리키지 않는 것일까. 나침반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지구의 회전축인 진북과 진남이 아니라 지구가 만들어내는 지구 자기장이기 때문이다. 즉, 지구 자기장의 북극·남극과 지리상의 북극·남극은 다르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지구 자기장의 북극·남극은 진북(眞北)·진남(眞南)과 구별해 자북(磁北)·자남(磁南)이라 한다.

다시 말해 나침반의 N극이 가리키는 곳은 자북이고, 실제 지구의 북쪽 중심은 진북이다. 따라서 현재의 거의 모든 대형 선박들은 자이로컴퍼스라고 불리는 전륜나침반을 사용하고 있다. 자이로컴퍼스는 지구의 자전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므로 지구의 자전축인 진북 방향을 정확히 가리킨다.



   광화문의 방향이 다른 이유는? 
 


일제 강점기에 훼손된 경복궁을 원형대로 정비하기 위해 경복궁 복원 정비사업을 추진하던 문화재청은 1865년 조선 고종 때의 경복궁 중건시의 광화문과 1910년 조선을 병탄한 조선총독부가 재정비한 광화문의 건물 방향이 약간 차이가 나는 것을 알아냈다. 즉, 조선총독부에서 건축한 광화문의 건물 방향은 경복궁 중심축을 기준으로 동쪽으로 5.7도 벗어나 있었다.

이에 대해 일제가 조선의 민족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일부러 경복궁 중심축과 약간 벗어난 방향으로 건축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진북과 자북의 차이를 주목한다면 이에 대한 좀 더 합리적인 해답이 나올 수 있다. 

조선총독부에서 광화문을 재배치할 때는 진북을 기준으로 했지만, 고종 당시 경복궁을 중건할 때는 나침반을 이용한 자북을 기준으로 남북 방향을 정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광화문의 건물 방향에 대한 확실한 원인이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근대적인 서구식 측량법과 전통적인 측량법이 서로 다른 데서 빚어진 차이일 거라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현재 진북과 자북은 5도 가량 차이가 난다.

그럼 문제는 조금 수월해진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의 극지 쪽으로 흘러가다 상층 대기와 부딪쳐 일어나는 현상이니, 조선의 오로라 현상은 자북이 우리나라 부근에 위치해 있어서 나타난 것으로 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그럼 왜 지금은 오로라가 관측되지 않는 것일까. 또한 지금 오로라를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왜 북태평양 건너편인 캐나다와 알래스카 지역일까. 

자북극의 위치는 현재 캐나다 서북부와 알래스카의 접경 지대인 레절루트 베이 부근(2005년 기준 북위 82.7도, 서경 114.4도)이다. 그곳은 진북에서 남동쪽으로 약 1천㎞ 떨어져 있다. 이에 비해 자남극은 호주 태즈메니아섬 남쪽 3천㎞ 지역에 있는데, 지구 회전축인 진북·진남과는 달리 지리적으로 서로 정확한 지구 반대편 지점이 아니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자북극

그런데 여기서 자북극의 ‘현재 위치’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흥미롭게도 자북극은 한 곳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1831년 영국의 탐험가 로스에 의해 자북극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현재의 자북극에서 1천㎞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처럼 자북극이 옮겨 다니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구 자기장의 태동 시스템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즉, 지구 자기장의 생성과정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1831년 영국의 탐험가 로스가 처음 발견한 이래 자북이 이동한 경로


지구는 안쪽에서부터 내핵, 외핵, 맨틀, 그리고 가장 바깥층인 지각의 순서대로 쌓인 구조이다. 이 중 3천~5천㎞ 사이에 있는 외핵에서 지자기를 발생시킨다. 외핵은 철덩어리인 내핵과는 달리 철이나 니켈 등이 녹은 유체 상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지구 자전에 의해 외핵의 유체들이 서서히 회전하면 원래 있던 자기장으로 인해 유도전류가 발생하고, 이 전류의 흐름에 의해 다시 새로운 자기장이 형성되는 순환과정이 되풀이된다. 이를 바로 다이나모(발전기) 이론이라고 하는데, 현재로서는 천체가 자기장을 가지게 되는 원인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지구의 바깥층은 고체이고, 외핵은 유체상태라는 점이 문제이다. 고체와 유체의 운동역학은 성질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또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고, 자전축 자체가 2만6천년을 주기로 하는 세차운동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이 지구 자기장에 복잡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자북이 움직이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럼 1831년 영국의 로스가 자북극을 처음 발견하기 훨씬 이전에는 자북이 어디에 위치해 있었을까. 바로 여기에 조선시대 때 관측된 오로라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즉, 옛날에는 자북극이 지금보다 훨씬 한반도에 가까이 위치해 있었으며, 그로 인해 오로라를 자주 관측할 수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지난 2005년 미국 오리건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현재 알래스카에 위치한 자북은 매년 40㎞ 정도씩 북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는 지난 70여 년간의 자북 이동속도보다 7배나 빨리진 것이다. 이런 속도라면 앞으로 50년쯤 후에 자북은 시베리아 지역에 위치하게 된다.

그때가 되면 옛날 기록에 나타난 것처럼 우리나라의 하늘에 다시 울긋불긋한 오로라 그림이 그려질까.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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