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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아이리스'를 통해 알아보는 기억력의 세계와 디지털 치매

대한민국 교육부 2009. 10. 16. 09:27
KBS 2TV의 드라마 ‘아이리스’는 200억원이라는 엄청난 제작비와 초호화 캐스팅으로 방송 전부터 이미 화제를 불러 모았다. 14일 첫 전파를 탄 아이리스 1회에서는 707 특임대원 김현준(이병헌 분)이 국가안전국(NSS) 소속인 최승희(김태희 분)와의 술자리에서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과시하는 장면이 나왔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주인공 김현준은 천재적인 기억력의 소유자이다

김현준은 뒤의 벽에 붙여진 3개의 메뉴판을 한 번 슬쩍 돌아본 다음 최승희가 요구하는 대로 줄줄이 외웠다. 또 함께 마시던 소주병을 슬쩍 보는 것만으로 라벨에 표시된 소비자상담실 전화번호와 바코드 숫자까지 줄줄이 기억해내는 놀라운 능력을 선보였다. 마치 뇌를 이용해 사진을 찍어대는 것 같은 놀라운 기억력이었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 이들이 많다. 영국의 스티븐 월트셔라는 화가는 ‘인간사진기’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그는 헬기와 고층빌딩 꼭대기에서 37분간 도쿄의 전경을 내려다본 뒤, 10미터짜리 캔버스에 169시간 동안 그 풍경을 그대로 그려냈다. 완성된 그의 그림에는 빌딩과 도로 등의 배치는 물론 유리창의 수, 달리는 자동차까지 마치 사진을 찍은 듯이 그 순간의 장면이 그대로 그려져 있었다.

영화 ‘레인맨’의 실제 모델인 미국 유타주의 킴 피크는 전 미국의 전화번호와 모든 고장의 지도를 머리 속에 담고 있다. 또 일반인이 읽는 데만 3분이 걸리는 양을 그는 단 6초 만에 읽고 기억하며, 컴퓨터로 50여 초 걸리는 계산을 단 6초 만에 해낸다.

그런데 스티븐 월트셔나 킴 피크의 이런 놀라운 기억력에는 아픈 과거가 숨어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대상이 될 만큼 놀라운 킴 피크의 기억능력은 예전에 당한 뇌 손상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스티븐 월트셔의 경우 3살 때 자폐증 진단을 받고 5살 때부터는 특수학교에 입학에 교육을 받아야 했다.


   심각한 정신장애를 지닌 서번트증후군 
 

이처럼 심각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음악이나 미술, 기억력, 계산 등 특정한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현상을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고 한다. 서번트는 ‘알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savoir’에서 나온 말로, 영국의 의학자 랭던 박사가 발달장애의 정도에 따라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학계에 소개하면서 처음 사용되었다.

서번트증후군을 지닌 사람들의 특징은 한 번 바라본 내용을 사진을 찍듯 빠르게 시각적으로 스캔하고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으나 추상적인 사고능력은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 ‘아이리스’ 속의 김현준도 부모와 함께 당한 사고로 고아가 되어 7살 이전의 기억은 갖고 있지 않은, 아픈 과거를 지닌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이와 달리 정상적인 사람들 중에서도 놀라운 기억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많다. 2009년 미국 기억력대회에서 챔피언을 차지한 존 화이트는 군인이면서 기억력 향상 강사로 활동하는 평범한 시민이다. 

인간 사진기로 불리는 영국의 스티븐 월트셔

그가 기억력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다. 그는 매일 공부를 하듯 규칙적으로 암기 연습을 하고, 물구나무를 서는 등의 특수한 환경을 만든 후 외우기 연습을 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털어놓았다.

단어 500개를 30분 만에 암기해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이스라엘의 에란 카츠도 천재적인 그의 기억력이 브레인스토밍 등을 이용한 다양한 노력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특히 에란 카츠는 단어를 연결 지을 때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할수록 기억력이 더 발달한다는 독특한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과는 반대로 현대인들은 갈수록 가물가물 사라져가는 기억력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어떨 때는 집 전화번호마저 기억해내지 못해 당황하곤 한다. 또 노래방에 가지 않고서는 자신의 18번을 부르는 데도 애를 먹으며, 계산기가 없으면 간단한 덧셈조차 힘들어한다. 

각종 개인 생활정보를 저장해놓은 PDA를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은행거래는 물론 주요 거래처에 연락조차 못하고 끙끙대는 직장인이 흔할 정도이다. 이처럼 디지털 장비에 기억을 의존함으로써, 점차 기억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일컬어 ‘디지털 치매’라고 한다. 뇌의 하드웨어가 망가지는 치매와는 달리 디지털 치매는 단지 관심을 가지지 않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기억력의 천재들도 자기가 사용할 수 있는 뇌 능력의 10% 정도밖에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들은 마냥 부러워하기보다는 디지털 기기에 기억력을 떠넘겨버리고 있는 우리들의 생활태도를 한 번 되돌아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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