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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황우석부터 광우병까지, 건전한 논쟁이 건전한 과학을 만든다

대한민국 교육부 2009. 11. 19. 09:46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는 핵폐기물 처리장, 황우석 사태, 조류독감, 광우병 등 큼직한 과학기술적 주제들을 둘러싸고 꽤나 격렬한 논쟁을 치러왔다. 사회적 문제나 정치에 대한 논쟁이라면 늘상 있었던 일이었지만, 과학기술을 둘러싼 논쟁은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비교적 새로운 현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논쟁은 과학자들이나 전문가들에게 맡겨놓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쉬웠다. 그러나 지난 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광우병 쇠고기 논쟁에서 잘 드러나듯이, 이제는 일반 시민들이 논쟁의 중요한 당사자로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혜택과 피해 당사자는 시민들 
 

대중 논쟁에서 과학기술과 관련된 주제가 점차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비추어볼 때 당연한 일이다. 먼저 오늘날 과학을 연구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는 날로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비용은 대부분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국가개발사업의 경우에는 국민들이 낸 세금에서 연구비가 충당되고, 사기업의 개발 사업도 결국 그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연구비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혜택과 피해의 일차적인 당사자가 바로 시민들이기 때문에 유전자변형(GM) 식품이나 광우병처럼 시민들의 건강에 직결되는 과학기술적 주제를 둘러싸고 대중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따라서 과학기술 논쟁은 과학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그리고 일반인들이 과학기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창문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정작 청소년들에게 이런 주제를 소개하려면 눈높이가 맞는 마땅한 책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필자들이 과학기술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을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점에서 성찰적으로 다룬 책들이 여러 권 발간되었다. 


   과학선생님들이 쓴 <과학, 일시정지>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 모임’이 펴낸 <과학, 일시정지>

먼저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 모임’이 펴낸 <과학, 일시정지>는 “과학 선생님들의 현대 과학 다시보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중고교에서 지구과학, 화학, 생물, 물리 등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함께 토론했던 현대과학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줄기세포, 유비쿼터스, 줄기세포 등은 모두 우리나라에서 시민합의회의의 주제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합의회의는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과학기술의 주제들을 전문가의 연구실밖으로 불러내 사는 곳, 학력, 하는 일이 제각기 다른 보통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토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학기술의 시민참여 방법이다. 

저자 중 한 사람인 김추령은 이 책이 합의회의에서 다루어졌던 주제들을 다루는 까닭을 “그 주제들이 그만큼 뜨겁고, 급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책의 특징은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과학은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과학도 사회 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변신하기 때문에 논쟁적인 과학기술 주제에 정답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학생과 일반인들이 스스로 그 답을 찾아보도록 정보와 쟁점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임무를 다한다. 그 다음은 읽는 이들 스스로의 몫이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사회사를 파헤친 <야누스의 과학> 
 

김명진이 지은 <야누스의 과학>

기술의 역사를 공부하는 김명진의 <야누스의 과학>은 20세기 과학기술의 사회사를 원자력, 지구 온난화, 우주개발, 환경 호르몬 등 굵직한 주제들을 중심으로 깊이있게 파헤친다. 저자는 대학에서 오랫동안 과학기술사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이 과학이론보다는 과학기술의 사회적, 정치적 측면들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의 특징은 “20세기의 과학 발전에서 두 차례의 전쟁과 뒤이은 냉전, 그리고 그를 계기로 본격화된 정부의 지원이 과학활동의 규모와 성격을 크게 바꾸어놓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점이다. 원자폭탄 개발처럼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가 되었고, 과학자 개인보다는 정부와 같은 거대 조직이 주도하는 과학활동의 성격을 흔히 거대과학(big science)이라고 한다. 이러한 흐름은 1970년대 이후에는 다시 기업들의 대규모 연구비 지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또한 이 책은 과학기술의 발전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논쟁들을 그 속에 포함된 정치경제학과 사회적 이해관계의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한다. 환경호르몬, 오존층 파괴, 지구 온난화와 같은 논쟁들은 하나같이 쉽게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다. 저자는 그 이유를 20세기 후반 이후 과학기술 관련 사회적 논쟁에 고도의 불확실성이 개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 밝힌 <세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강양구가 지은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인터넷 매체의 과학전문기자로 활동하는 강양구의 <세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는 과학기술시대의 주역이 될 10대들에게 과학기술이 사회와 무관하게 발전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시도한다. 

저자는 1960년대 후반 초음속 콩코드 여객기를 개발했던 영국 루카스 항공 노동자들이 품었던 의문을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왜 소리의 속도로 나는 비행기는 있는데 겨울마다 가난한 노인이 추위에 얼어죽는 걸까? 값싼 난방 시스템을 제공하는데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우리는 그것을 못하는걸까?” 흔히 첨단과학만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영국의 노동자들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것이다. 

특히 저자는 황우석 사태를 보도하면서 우리 사회가 경제발전을 위한 도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우리 청소년들에게 과학이 과학·기술·사회라는 세바퀴로 굴러가는 자전거라는 것을 이야기해줄 필요를 느꼈다고 한다. 이 책은 주제별로 청소년들이 과학기술과 사회에 대해 생각할 3편의 편지를 띄우기도 한다. 


   최근 과학논쟁의 특성 보여주는 <광우병 논쟁> 
 

김기흥이 지은 <광우병 논쟁>

마지막으로, 과학사회학자인 김기흥은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광우병 논쟁을 “광우병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과학자들의 끈질긴 투쟁의 역사”로 서술했다.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쓴 <광우병 논쟁>은 2008년 우리 사회를 공포와 혼란에 휩싸이게 만들었던 광우병이라는 유령의 정체를 파헤치려고 시도한다. 

그는 광우병을 단지 소에서 나타나는 중추신경 퇴행성 질환이 아니라 엄청난 사회적 파장과 공포를 일으킨 사회적 질병으로 규정한다. 광우병을 둘러싼 과학적 사실에서부터 여러 나라에서 벌어진 사회적 논쟁까지를 포괄적으로 다룬 이 책은 확실한 원인이나 해결책이 없는 최근 과학논쟁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김동광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연구소)

지금까지 간략히 소개한 책들은 모두 현대 과학기술의 사회적 성격을 강조한다. 오늘날 과학기술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거의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그것은 광우병, GMO, 신종 플루 등에서 잘 나타나듯이 이러한 주제들에는 그 원인이나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없는 불확실성이 깊이 내재하고, 여러 사회 집단들의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논쟁은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가능하게 해주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우리 청소년들도 교실이든 과학관에서든 과학기술을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성찰할 기회를 늘려야 할 것이다. 건전한 논쟁이 건전한 과학을 만든다.

글 | 김동광 한국과학기술학회 회장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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