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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가 함께한 '별이 내리는 도서관' 본문
문·이과가 함께한
'별이 내리는 도서관'
지난 2015년 9월 11일, 대전 성모여자고등학교에서는 색다른 행사가 열렸습니다. 바로 ‘별이 내리는 도서관’이라는 문․이과가 함께 어울리는 행사입니다. 올 들어 2번째로 개최된 이 행사는 다른 행사들과는 다르게 문·이과가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특별한 점입니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문과와 이과는 같이 행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과정도 다르고, 서로 잘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별이 내리는 도서관’은 그런 생각들을 바꾸었습니다.
사실 ‘별이 내리는 도서관’은 이전에 있던 도서관 행사인 ‘주공야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기존의 ‘주공야독’은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책을 읽자는 목적을 가지고 무박 2일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행사를 진행할수록 이과 친구들의 참여율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문·이과가 서로 함께하는 행사를 만들고 싶었던 도서부 담당 선생님께서는 천체 관측 동아리 ‘폴라리스’와 함께 행사를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 결과 문·이과 친구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색다른 행사가 열리게 된 것입니다.
‘별이 내리는 도서관’은 1학년 친구들 20명, 2학년 친구들 20명 총 40명이 참가하였습니다. 참가하려는 친구들의 신청이 엄청 많아서 탈락한 친구들도 꽤 있다고 하는데요, 운 좋게 추첨된 친구들은 행사 당일인 금요일에 돗자리와 준비물을 챙겨 즐거운 얼굴로 학교에 등교하였습니다.
금요일 방과 후 수업이 끝나고 석식을 먹은 후, 행사에 참가하는 학생들과 도서부, 폴라리스 친구들은 강당에 모였습니다. 좀 더 원활한 진행을 위해 각 학년 별로 4~5명으로 조를 구성하였습니다. 조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도서부 담당 선생님이신 양선모 선생님은 “여러분들은 야자 때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뜻 깊은 추억일 것”이라며 농담을 건네셨습니다. 하지만 행사 진행을 위해서, 여러분들의 추억을 위해서 좀 더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행사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천문학 동아리 ‘폴라리스’와 도서부 ‘도서관 가는 길’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동아리 소개 후에는 간단한 몸 풀기 게임으로 O·X퀴즈가 이어졌습니다. 문학 작품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과학에 관한 문제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초반 퀴즈에서는 쉬운 문제라 모두 쉽게 정답을 맞혔는데요, 점점 퀴즈가 이어지면서 탈락자가 속출하여 결국 패자부활전을 2번이나 하게 되었습니다. 최종 퀴즈까지 모두 맞춘 친구는 도서부에서 준비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어지는 순서는 천문학 동아리 폴라리스의 별자리 소개였습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인 만큼 여름철 별자리와 가을철 별자리에 대한 소개를 진행하였습니다. 별자리가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대한 정보, 별자리와 관련된 신화를 들으며 친구들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의 모습을 상상하였습니다.
▲ 동아리 설명을 하고 있는 도서부 친구들
▲ 동아리 설명을 하고 있는 폴라리스 친구들
10시, ‘야자 끝’ 종이 치고 학교가 텅텅 비자 행사에 참여하는 친구들은 학교 안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원래 예정되었던 다음 순서는 천체 관측이었습니다. 그러나 금요일 오후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하늘에 구름이 가득해 옥상에 올라가 천체 관측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천체 관측을 할 수 없어서 모두 아쉬워했지만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음 프로그램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다음 프로그램은 나만의 별자리 액자를 만드는 수업이었습니다. 폴라리스 담당 선생님이시자 지구과학 선생님이신 김은정 선생님께 별의 탄생과 죽음까지 이르는 과정에 대해 공부하고, 계절별 별자리를 알아봤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은 자신의 별자리를 까만 색지에 그리고 LED전구를 연결하여 나만의 특별한 별자리 액자를 만들었습니다. 액자를 만들고 액자의 전구를 밝혔을 때 정말 예쁘게 별이 반짝이는 모습에 모두가 감탄을 그치지 못했습니다.
별자리에 관한 즐거운 공부를 마치고 이어진 프로그램은 도서부 담당 선생님이시자 문학 선생님이신 양선모 선생님의 시 쓰기 수업이었습니다. 사실 고등학생에게 시는 문제이지 내가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서두와 함께 이젠 시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써보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시를 쓰기 시작하자 다들 처음에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곧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그냥 떠오르는 것을 써라”고 일러주신 선생님의 말씀에 다들 집중해서 시를 써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텅텅 빈 학교에서 시를 쓴 경험은 각자 돌이켜봤을 때 뜻 깊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30분의 시를 쓰는 시간이 끝나고 자신이 쓴 시를 낭송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별자리에 관한 공부를 하고 와서인지 별과 달, 밤하늘과 우주를 주제로 시를 쓴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조금은 독특한 주제로 시를 쓴 친구들도 많이 있었는데요, 우수작을 뽑아 문화상품권을 준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학생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시를 쓰는 시간이 지나가고 새벽의 독서시간이 찾아왔습니다. 모두 지치고 힘들었지만 각자가 읽고 싶은 책을 도서관 책장에서 골라 모둠 친구들과 책상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엔 물병과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고, 도서관 소파에 눕는 것 또한 금지되어있었는데, 오늘 하루만큼은 정말 편하게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고른 책은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이었습니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었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읽는 것을 미뤄두고 있었는데, 이 행사를 계기로 깜깜한 밤하늘 아래에서 책을 모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1시간쯤 지나자 친구들이 하나 둘씩 잠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녁 먹고 나서부터 끊임없이 움직이고 친구들과 이야기했기 때문인데요, 피곤에 지친 친구들은 잠깐 눈을 붙이고, 다른 친구들은 책을 읽는 시간이 5시 40분까지 이어졌습니다. 독서시간이 끝나고 도서부 친구들이 준비한 샌드위치로 아침을 먹었습니다. 아침 식사 후 설문지를 작성하였고, 누구보다 수고한 도서부와 폴라리스 친구들에게 모두 박수를 보냈습니다.
▲ 책을 고르러 가는 1학년 학생
▲ 책을 읽고 있는 친구
▲ 지쳐 잠든 학생들
지난 9월 23일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발표된 것 알고 계신가요?
통합사회·통합과학 등 문·이과 공통 과목을 신설하고요. 연극·소프트웨어 교육 등 인문·사회·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 교육을 강화할 뿐 아니라, 교과별 핵심 개념과 원리를 중심으로 학습내용을 적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앞으로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없어지는 만큼 학교 행사나 대회도 문·이과를 구별하는 것보단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문과는 과학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과는 국어가 어렵다는 이유로 서로의 과목을 이렇게 즐거운 활동을 통해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사가 더욱 많아진다면, 국어를 좋아하는 학생도 충분히 지구과학을 좋아할 수 있고,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도 문학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행사에 참여한 이과 학생들은 “시와 문학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다. 시를 창작하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활동인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고, 문과 친구들도 “사실 과학은 어렵고 딱딱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저런 활동을 하다 보니 과학이 정말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학생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더 즐거운 학습을 위해, 이렇게 문·이과 학생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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