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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만 5번한 남자, 3년간 돈 안 받고 한 일은

대한민국 교육부 2017. 7. 11. 19:46



퇴사만 5번한 남자,

   3년간 돈 안 받고 한 일은  

[자기주도진로] 강주원 청년토크쇼 꿈톡 수장



# 대기업 인턴 2개월, 공공기관 계약직 4개월, 제약회사 영업직 2개월, 청소년 진로교육단체 3개월, 대학 행정인턴 8개월, 공공기관 파견직 10개월…. 대학 졸업 후 3년 동안 최소 5번 퇴사한 청년이 있다. 잦은 퇴사 이력만 보면 끈기없는 청년이라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가 3년여 동안 돈도 받지 않고 꾸준히 해온 일이 있다. 또래 청년들의 고민과 꿈을 나누는 토크쇼 '꿈톡'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수장 강주원(30) 씨 이야기다.

전남 광주가 고향인 주원 씨는 소위 ‘인 서울(in Seoul)’에 성공, 동국대 경영학과 06학번으로 입학했다. 대학 합격의 기쁨도 잠시, 인문상경계 학생들 대부분은 대기업 취업이 목표로 학점 관리와 토익 등 영어성적 높이는 일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한 주원 씨는 뭔가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됐다.

“당시에는 스펙 쌓아 대기업 취업 말고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어요. 군 전역 후 '어떻게 살아야 되나, 뭘 해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선배들은 학점관리나 잘하라거나 술이나 마시라 했죠. 교내에서는 그런 고민을 나눌 방법이 없었어요."

제대 후 복학을 앞두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도전했다. 자취방 월세에 학비까지 부모님이 지원해주셨지만 생활비는 스스로 벌고 싶었다. 부모님께는 영어공부 하러 어학연수 간다고 둘러댔다. 호주에서는 단기알바, 공장청소, 이삿짐센터 짐꾼, 리조트하우스키핑, 단열재 까는 일 등 온갖 극한 직업을 전전했다. 그가 했던 일 대부분은 일당이 한국의 2배가 넘었고 몸은 힘들었지만 돈 모으는 재미가 있었다. 10개월간 일해서 1500만원을 모았다. 

“호주에 있을 땐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늘 행복했어요. 내일에 대한 걱정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인문고전을 읽기 시작하면서 자꾸 '왜'라는 질문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왜 토익을 꼭 900점 넘어야 하나' 하는 사소한 질문부터 '과연 이렇게 살아서 행복할 수 있을까'하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대학으로 돌아온 주원씨는 2012년 9월 ‘고독인’이라는 인문고전 독서모임 연합동아리를 만들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민에 대한 답을 인문학에서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당시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게리 콕스 著)같은 책을 여러 번 읽으면서 갈증이 해소되는 경험을 했고 그 책을 계기로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와 같은 다른 책들도 찾아서 읽게 됐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둔 주원 씨는 2013년 상반기 대기업 공채에서 운 좋게 아모레퍼시픽 영업관리팀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입사했다. 채용연계형 인턴이지만 모두가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이 아니다. 3개월간 인턴과정을 마친 후 평가를 통해 20명의 동기 중 11명만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상황이었다. 

“연봉 복지가 우수한 대기업이라는 조건에 만족하면서 회사를 계속 다닐 수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살아도 되나'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들었어요. 고작 인턴 2개월 하면서 직장생활의 모든 것을 경험해 봤다고 할 순 없었지만 선배들의 삶을 보면서 그들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명확하게 들었어요.”

입사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없는 자신이 진짜 입사가 절실한 친구들의 기회마저 뺏고 있는 것 같아 2개월 만에 퇴사를 결심했다.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야 돼 당장 일자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우연찮게 공공기관 계약직 위촉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월 120만원이지만 고정 수입이 생기게 됐다.

"제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가슴이 뛰고 즐거운지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막연하지만 사람들과 감동을 주고받는 삶이 좋았어요. 제 성향 자체가 그런 사람인 거죠. 뮤지컬을 봐도 다른 사람들은 박수치고 나오면 끝인데 저는 한동안 감동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한때 연기수업을 받기도 했어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그들과 감동을 주고받는 일을 할 때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졸업 후 2013년 9월 또래 청년들을 모아서 고민을 나눠보자는 취지로 '꿈다방'이라는 모임을 온라인 플랫폼 '위즈돔'에 개설했다. 한두 명으로 시작한 모임은 이후 30회까지 이어지며 참가인원도 늘어났다. 

계약직 연구원 신분은 불안했고 월급도 충분하지 않았다. 또다시 정규직 일자리에 도전, 2013년 10월 중견 제약회사 영업직으로 입사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심한 스트레스로 2개월 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후 대형전시장 알바부터 제약회사 약물테스트 생동성 알바까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거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아르바이트 생활을 이어가며 너무 힘들던 때, 동국대 행정인턴을 제안 받고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어요.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생겨 ‘꿈다방’의 확장 버전인 ‘꿈톡’을 2014년 5월 교내 강의실에서 시작할 수 있었죠. 4명의 연사와 20명의 청중이 모여 조촐하게 첫 행사를 개최했어요.” 

 



5회 행사까지는 동국대에서 개최하다 6회는 국회에서, 7~8회는 동그라미재단에서 진행했다. 9회부터 최근까지는 강남구 대치사거리 레이지앤트라는 카페에서 월 1~2회 비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꿈톡 외에도 버스킹 하는 뮤지션들과 함께 하는 음악 토크쇼 '꿈톡의 크레파스', 연예인 또는 명사들과 함께 하는 '기부토크'까지 다른 형식을 가미한 버전으로 확대했다.

"꿈톡은 청년들의 소통을 위한 청년문화기획단체입니다. 9명의 멤버들이 대부분 직장을 다니면서 활동 중이죠. 꿈톡에는 20대부터 40대, 심지어 60대까지 와서 자신의 고민과 꿈을 이야기해요. 청년은 나이로 구분할 수 없으니까요. 연사의 지인으로 오셨던 60대 참가자는 전통술을 빚는 일을 하시는데 아직도 꿈이 있다며 눈동자가 반짝거렸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나이만으로 그분을 청년이 아니라고 할 순 없죠."

행정인턴 계약이 만료된 후 청소년 진로교육단체에서 4개월간 일했지만 다시 퇴사했다. 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않느냐는 질문에 강씨는 ‘꿈톡’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파견직이나 임시직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직장경력이 없으니 취업은 더욱 힘든 악순환이 벌어졌다. 급기야 7개월간 은행 청원경찰 일을 하면서 ‘꿈톡’ 활동을 지속했다. 이때 멤버들과 함께 공동집필한 책 <우리는 부끄러운 청춘으로 살 수 없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꿈톡’ 참가자들이 많아지고 활동영역이 확대되면서 그들만의 공간이 절실했다.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하기 시작했고 이때 한국판 ‘빨간클립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빨간클립 프로젝트’는 2005년 캐나다의 한 백수 청년이 빨간 클립 하나로 1년 동안 물물교환을 해 2층집과 바꾼 프로젝트였다. 주원 씨의 한국판 ‘빨간클립 프로젝트’는 꿈톡 멤버들의 공동저작인 <우리는 부끄러운 청춘으로 살 수 없다>한 권의 책으로 시작했다. 한 권의 책은 9번의 물물교환을 통해 시가 150만원 상당의 고급 시계로 바뀌었다.  



 



이후 좀처럼 물물교환이 이뤄지지 않던 중 2016년 9월 10일, 꿈톡 행사를 위해 기꺼이 장소를 제공해주던 대치동 레이지앤트 카페 사장이 주원 씨에게 엄청난 제안을 해왔다. 몇 년간 이들의 활동을 눈여겨봐오던 카페 사장은 10번째 물물교환으로 카페를 꿈톡에 넘기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상상도 못 했던 엄청난 제안이었어요. 카페 운영권을 넘겨받을지는…. 2년 반 동안 꿈톡을 진정성 있게 이끌어온 데 대한 보상 같아서 너무나 감사했어요. 잦은 퇴사로 저를 끈기 없는 사람으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청년들이 자신의 주도권을 갖게 되면 잠재력이 터져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청춘이라면 돈보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대치동 레이지앤트 카페 운영권을 넘겨받은 주원 씨는 꿈톡만의 색깔 있는 공간으로 새단장 후 2016년 10월 31일 오픈했다. 이후 4개월간 청년들을 위한 전시회 대관은 물론 버스킹 공연 등을 개최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주원씨는 최근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카페 운영을 위해 동분서주 바쁜 나날을 보내던 자신이 어느 순간 책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인문학책읽기 모임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대학시절 ‘고독인’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 함께 ‘직장인판 고독인'을 시작했다. 청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도권을 갖고 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인문학을 통한 자기성찰이라는 초심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쓰디쓴 고민과 방황의 이십대를 거쳐온 주원 씨가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의외로 ‘너무 일찍 진로고민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최근 만나본 중학생들이 진로 고민을 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중학생 땐 맨날 동네에서 뛰놀고 자전거 타고 산에 올라가서 내려오고 하는 경험들을 많이 했는데 요즘 중학생들은 벌써부터 어른의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청소년기엔 어른들로부터 꿈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꿈을 가지려고 일부러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꿈이란 어쨌든 바뀔 것이니까요. 살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청소년기엔 아직 모든 것이 말랑말랑하니까 새로운 것 많이 경험하고 사소한 경험들을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글_ 김은혜 에디터

출처_ 꿈트리 Vol.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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