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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이 낳은 계급사회, SF명작 가타카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신기한 과학세계

유전자 조작이 낳은 계급사회, SF명작 가타카

대한민국 교육부 2010. 6. 3. 15:54
영화 가타카(GATTACA, 1997)를 본적이 있는가? 과학 시간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상당히 많이 알려져있는 SF 영화이다. 그만큼 많은 과학적인 이론과 원리를 담고 있지만 그 못지 않게 삶의 교훈을 제시하고 있는 명작이다. 가타카는 유전자로 인해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고, 그 유전자를 평가 기준으로 삼아버리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고있다. 주인공 '빈센트'는 바로 그런 외부로부터 주어진 운명을 극복하는 한 인간의 표상으로 나타난다. 유전자로 한 인간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사회. 그렇다면 유전자란 무엇인가?

▲ 가타카(GATTACA, 1997)

 
우리 몸 속 세포에는 핵이라는 기관이 있다. 그리고 그 핵 속에는 DNA라고 하는 유전물질이 있다. DNA는 한마디로 우리 몸에 대한 설계도라고 보면 된다. DNA는 아데닌(A),  구아닌(G), 사이토신(C), 타이민(T) 이라는 네가지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네가지 물질이 3개씩 조합을 이루어 일종의 암호를 이룬다. 그리고 이 특정한 암호가 바로 인간의 형질(키, 질병, 피부 색, 눈 색깔, 혈액형, 체력, 수명 등)에 대한 유전정보를 담고 있다.  이 암호를 통해 DNA는 RNA라는 물질을 통해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단백질은 바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즉, DNA는 우리 몸의 형질을 결정하는 설계도인 것이다.
  
자, 그럼 가타카의 배경은 어떤 세상인가? 바로 이 유전자를 인간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달된 사회다.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아이가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알고 있다. 따라서 아이의 유전자 중 좋은 유전자(강한 체력, 큰 키, 좋은 시력 등)만 남겨두고 나쁜 유전자(비만, 암, 질병 유전자 등)는 모두 제거해 버릴 수 있다. 

그래서 가타카 속 세상에는 두가지 계급의 인간이 있다. 인공적으로 출생한 자와 자연적으로 출생한 자, 영화 속에서는 '적격자'와 '부적격자'로 불린다. 선천적인 유전자로 한 인간의 모든 것이 결정되고, 적격자와 비적격자, 두 종류의 인간으로 구분되는 세상. 이것이 가타카 속의 미래 사회다.
 

'부적격자' 빈센트 역을 맡은 에단 호크(Ethan Hawke)


가타카의 주인공인 '빈센트'는 자연적으로 출생한 아이, 즉 '부적격자'이다. 반면 빈센트의 동생인 '안톤'은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좋은 유전자만을 가진채 태어난다. 당연히 좋은 유전자와 나쁜 유전자를 모두 가진 빈센트에 비해 좋은 유전자만을 가진 안톤은 모든 점에서 형보다 뛰어나다. 때문에 빈센트는 어렸을 때부터 동생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 자란다. 

주인공 빈센트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선천적 불리함을 극복 해보려하지만 모두 허사였다. 이미 사회는 한 사람의 유전자를 검사함으로써 그 사람의 모든것을 판별하기 때문이다. 노력같은건 필요없다. 오로지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혈액만 갖고 있으면 된다. 자연출생자인 빈센트는 그 후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전자라는 선천적 제한 요인에 의해 꿈에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빈센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적격자인 '제롬 머로우'라는 사람으로 가장하여 우주 비행의 꿈을 향해 도전한다.
 
'빈센트'는 '제롬 머로우'의 혈액과 소변 등을 갖고 다니며 유전자 검사를 속임으로써 자신을 '제롬'으로 위장한다. 영화 속에서는 엄지만 갖다 대면 그 속에 있는 혈액을 통해 유전자 검사를 한다. 그리고 이 유전자를 통해 이 사람이 누구인지를 바로 판별할 수 있다. 물론 영화 속 수준까지 과학이 발달하지는 못했지만 유전자 검사는 지금도 어느정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혈액을 통한 유전자 검사의 원리는 무엇일까?
 

▲ 유전물질 DNA


 
혈액 속에는 적혈구, 백혈구 같은 다양한 세포들이 있다. 백혈구의 핵 속에는 그 사람의 DNA가 들어있다. 이 DNA를 검사해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강한 심장을 갖고 있는지, 시력과 지능은 얼마인지, 수명이 얼마인지를 영화 속에서는 알 수 있다. 실제로 DNA 분석법은 지금도 친자분석법이나 범죄수사 등에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DNA는 쌍둥이를 제외하면 모든 사람이 다르다. 이를 통해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기법과 전기영동(Gel Electrophoresis) 기술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DNA 지문'이라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이 DNA 지문은 모든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범죄수사 등에 유용하게 쓰인다. 또, 우리 몸 속 DNA는 부모로부터 각각 절반씩을 물려받는다(그래서 우리는 부모를 닮는 것이다). 때문에 부모의 DNA지문과 나의 DNA 지문을 비교해보면 친자확인이 가능하다.
 

▲ DNA 분석법(젤 전기영동)

 
이런 유전공학기술은 앞으로도 한없이 발전할 것이고, 어쩌면 가타카 속 미래사회같은 세상이 실제로 도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타카가 전하고자 하는 근본 메시지는 과학이 아니다. 영화는 유전자 하나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별하는 세상 속에서 한 인간이 이를 극복해가는 의지를 그리고 있다.
 
유전자로 모든것이 결정되는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를 속이고 꿈을 이루어가던 빈센트. 그러나 불운한 사건으로 자신의 정체를 애인 '아이린'에게 들키고 만다. 그때 빈센트와 아이린은 이런 말을 주고 받는다.

"내 이름은 빈센트, 빈센트 안톤 프리먼이야. 난 자연출생자야. '부적격자'라고 불리지만.. 그렇지만 난 살인자가 아냐"

"자연출생자라고요?"

"의사는 내가 30년 밖에 못산다고 했어. 그렇지만 벌써 지났어"

"불가능해요!"

"가능한지 아닌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결국 자신의 몫이잖아? 그렇지 않아? 세상은 당신에게 정해진 운명을 따르라고 했고 당신도 자연스럽게 그에 길들여져온 것일 뿐이야. 무슨 소용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 말을 하고 싶었어. 가능해. 모든 것이 가능해"
 

▲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다.


빈센트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한 것이다. 아니, 애초에 주어진 운명이란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유전자는 말 그대로 유전자일 뿐, 유전자가 한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했다면 애초에 신은 인간에게 인생이란 시간을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생은 인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것이 아닌가. 이건 단지 영화 속 이야기도,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먼 훗날의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나도 언젠가 나의 출신을 통해서 나 스스로의 가능성을 무시해오진 않았는지, 출신을 통해 사람을 규정하는 이 사회에 길들여오지 않았는가를. 내가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다 해서, 어느 대학 출신이라해서 나의 남은 인생을 그 틀 속에 가두진 않았는지를. 가타카는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영화다.
 
There's no gene for the human spirit
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다. 오로지 자기 자신의 노력일 뿐이다.


바람개비
 | IDEA팩토리 김병우 기자 | 한양대 생명과학 | 43267tyg@naver.com

무엇이든지 하고싶은 23살 대학생. 목표를 위해 쉴틈없이 사는 것을 즐긴다. 
언제쯤이면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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