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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김치와 찰떡궁합인 이유 본문
어느 해보다 빨리 겨울이 찾아왔다.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국물이 그리워진다. 특히 밤 시간에 출출함을 달래기에도 라면이 으뜸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점점 진화돼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하나. 그것은 바로 김치다.
▲ 김치는 갖가지 양념과 젓갈로 인한 ‘감칠맛’을 낸다.
정확히 말하면 이들 식품에 들어있는 글루탐산, 글리신 등 여러 아미노산 성분들이 시원한 맛과 감칠맛을 낸다. 또한 숙성되는 과정에서 미생물의 작용으로 유리아미노산과 핵산 분해 산물이 늘어나면서 이 맛들을 더 깊게 한다. 종합해 보면 김치 야채의 시원한 맛은 라면의 느끼함을 일정 부분 없애주고, 고춧가루의 매운맛은 국물이 깔끔하고 얼큰하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발효된 젓갈과 양념의 맛이 라면과 어우러져 우리는 감칠맛을 맛보게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영양학적으로 김치와 라면의 궁합은 어떨까. 김치는 인체에 유익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더 많이 지니고 있다. 유산균도 많아 장 활동을 돕는다. 특히 뛰어난 항균작용과 항암작용은 김치가 가진 장점이다. 김치는 인스턴트 라면의 영양학적 결함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식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바로 나트륨이다.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음식들은 나트륨 함량이 높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기준치 이상을 거의 매일 먹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김치와 라면은 그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식품이다. 정말로 나트륨만 따지고 보면 절대 함께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처럼 웰빙에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소비자 단체들도 나트륨 사용의 적극적 규제와 대안을 라면 회사에 요구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왜 소금을 줄일 수 없는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한국인들은 유달리 짠 음식을 좋아한다. 된장, 고추장, 장아찌, 젓갈 등 다양한 염장문화가 발달된 것을 보면 말이다. 무슨 이유로 좋아하는 것일까. 이 식품들을 하나하나 맛을 보면 감칠맛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마디로 감칠맛은 짠맛 때문에 인지되는 맛이었던 셈이다.
사실 짠맛은 맛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지방과도 잘 어우러지는데 고기를 먹을 때 알 수 있다.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소금에 찍어 먹으면 고기 특유의 느끼한 맛을 감소시키고 맛을 높여준다. 결국은 소금의 짠맛이 우리가 라면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였던 것이다.
▲ 가격도 저렴하고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라면은 동절기에 더욱 인기를 누리는 식품이다.
스프를 줄이고 김치를 넣고 끓이면 맹맹한 라면의 맛을 김치의 감칠맛으로 보완이 된다. 뿐만 아니라 김치에 있는 매운맛과 신맛이 입맛을 자극해 염분의 부족으로 인한 라면 맛에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하게 된다.
라면과 어우러지는 것은 김치 말고도 또 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계란, 단무지가 대표적이다. 라면과 계란도 궁합도가 좋다고 할 수 있다. 계란을 국물에 풀면 계란 속 아미노산이나 영양소들이 국물 속으로 나온다. 마치 고기 육수와 같은 효과를 내 국물 맛이 구수해지거나 담백해진다.
나트륨 중화에도 계란은 유용하다. 계란의 입자들이 나트륨을 감싸면서 위에서 바로 흡수되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라면에 계란을 풀면 짠 맛을 중화시키고 몸에 흡수되는 염분의 양도 감소시킬 수 있다. 즉 라면에 계란을 풀어서 함께 먹으면 라면에 부족한 영양소들을 섭취할 수 있고 염분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단무지와 라면도 잘 어우러진다. 특히 식초에 담근 단무지는 새콤하고 상큼해 라면의 느끼한 맛을 한방에 없애줘 함께 먹으면 제격인 식품이다. 단무지의 식초 성분이 화학성분을 해독하는 작용에 도움이 되고 소화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신맛이 입맛을 자극하여 라면의 싱거움을 잘 못 느끼도록 만들기 때문에 염분 섭취를 줄일 수도 있다.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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