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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애녀가 버스에서 잠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본문
2010.10.16 토요일 서울역에서 2000번 버스 맨뒷자리 바로 앞에 창가자리에 앉아있던 파랑색 후드티 남자분! 창문도 열어주고 어깨도ㅋㅋ 어깨도 빌려준 남자분! 요즘 너땜에 잠이 안와!!! 번호를 적을 순 없으니깐 메일 주소 적을께요. 메일 보낼땐 그 날 파랑후드에 입었던 바지(색깔이나 재질 꼭 적어서 보내주세요~!)
지난 달 트위터에는 버스 구애녀의 사연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구구절절한 사연에 너도나도 관심을 가진 것. 혹자는 버스 구애녀가 마케팅의 일환이 아니냐는 등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하지만 필자는 그녀의 마음이 십분 이해된다.
추운 날씨, 버스 안에서 졸아 본 사람들은 대부분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을까. 버스 안에서는 왜 그리도 졸린지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조는 수밖에 없다. 버스 자리가 그리 편안하지도 않건만 우리는 왜 그리도 졸린 것일까.
▲ 버스 좌석에 붙인 광고물
자동차는 엔진소리를 규칙적으로 내면서 계속해서 흔들린다. 일본철도기술연구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차가 흔들리는 진동수는 2Hz로 1초에 두 번씩 진동한다고 한다. 이는 사람이 가장 깊게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진동수이니 버스 안에서 잠이 오는 게 당연지사.
특히 최근 들어선 자동차제조 기술이 발달해 보다 엔진소리가 부드러워졌고 훨씬 규칙적인 리듬을 갖게 돼 우리를 재우는 자장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울면서 보채는 아이를 잠재울 때 효과적인 자장가는 높낮이가 일정하다. 이러한 일정한 음의 높낮이는 청각적 정보 순위가 낮아 잠에 쉽게 빠져들게 한다. 결국 버스는 성인을 위한 요람인 것이다. 게다가 엔진 자장가 소리까지 제공하니 그 효과가 더욱 크다.
▲ 버스는 성인을 위한 요람일까 ⓒpicturesandwords
게다가 출·퇴근 시간의 버스 안은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사람은 산소를 들이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이로 인해 차안의 산소량은 줄고 반면에 이산화탄소량은 급격히 늘어난다.
실제로 환경부가 실내공기질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버스(시내와 시외 포함)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다중이용시설 기준치인 1000ppm를 초과했다. 1분 간격으로 측정한 조사에서는 버스 내 이산화탄소 농도는 평균 1753ppm으로 시간대와 여건에 따라 최소 641ppm에서 3134ppm까지 격차가 컸다.
이는 실내 공기질 관련 미국 기준인 SMACNA(Steel Metal and Air-Conditioning Contractor's National Association)이 제시하는 ‘답답함을 느끼고 졸음이 몰려드는 이산화탄소 농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렇듯 버스는 잠자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다. 지금 옆 좌석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그는 신체의 과학에 철저히 따르고 있는 것이니 너무 귀찮아 하지말자. 어쩌면 조만간 제2의 구애녀, 구애남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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