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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방과 후, 학원 안가고 학교에 남게 된 사연

대한민국 교육부 2010. 11. 15. 09:06



방과후 학생들이 원하는 교과를 들을 수 있게 하는 '방과후학교' 한 번쯤 들어보셨나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 중 하나입니다.
 
11월 11일 저녁 관악구에 있는 서울문영여자고등학교에 가서 방과후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방과후학교에 개설된 여러 수업 중에서도 학생들의 기초학력 신장을 위해 개설된 기초학력신장반의 문을 두들겨 보았는데요.
 
매주 월, 화, 수, 목, 금요일. 6시 30분부터 8시 10분까지 100분.
정규 수업이 끝난 학교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방과후학교의 현장을 함께 보시죠.
 

 
   1. 방과후 영어교실
 

목요일 저녁 6시 반. 저녁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교실에 모이고, 영어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제일 먼저 서로에게 인사를 합니다. 보통의 교실처럼 딱딱한 수업분위기일거라는 기자의 생각을 뒤엎고,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하루 있었던 일들을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하더군요. 

그렇게 반가운 인사가 끝난 뒤, 저번 시간에 숙제였던 교과서의 본문외우기를 시작합니다. 
 

▲ 본문외우기에 열중하는 중

 
본문의 양은 많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모두 본문을 열심히 외워 읊었습니다.
가끔 더듬거리는 부분이 생기면 선생님이 도와주기도 하면서요.
 

▲ 단어를 외우자

 
본문 암기를 마친 뒤, 외운 본문을 다시 한 번 종이에 적어보는 활동을 합니다. 이런 수업이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이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학력을 신장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기특한 아이들입니다.
 
사실 기초학력 신장이 필요한 학생들이 학원을 간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죠. 선행학습 위주의 사교육 시장에서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더 소외되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학생들에겐 1:1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지요.
 
일정한 학력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기초부터 천천히, 그러면서도 교과학습내용과는 동떨어지지 않은 범위 내에서 학습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현재 문영여고에서 하고 있는 방과후학교의 가장 큰 주안점입니다.
 
수업을 듣는 학생은 어떻게 이 과정에 지원하게 되었는지 묻자 수줍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합니다.


 최정윤 학생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듣게 되었어요”(웃음)

 안모빈 학생 
"수업시간에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어요. 수업시간에는 눈치가 보여 모르는 것도 질문을 할 수 없어서 속만 썩이다가 방과후 학교에 수강신청을 하게 되었어요."
 
학급의 담임선생님들이 학습 지원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방과후 학교를 권유해주시거나 학생 스스로 학업에 어려움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신청하게 되는 방식으로 한 수업당 6명에서 10명의 학생들이 꾸려지게 된 것입니다.
  
학생들의 방과후 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아주 높은 편입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 전원이 다음 학기에도 방과후 학교가 개설된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 즐거운 방가후 수업 열심히 열심히!

  
 
   2. 방과후 수학교실
 

수학수업이 있는 교실에선 4명의 학생이 일자로 쪼르르 앉아 선생님과 마주보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큰 칠판에 판서를 하며 <이차함수의 활용> 단원을 가르치고 계시네요.
 

▲ "아래로 볼록~" 문영여고 이성현 선생님의 수업장면

 
기자는 초등학교때 이후로 접해본 적 없던 '수학 익힘책'이 이제는 고등학교 교과에도 도입되어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만드신 학습지와 수학익힘책을 가지고 수학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를 푸는 시간에는 여기저기에서 질문이 쏟아졌어요.
 
"선생님 짝수공식은 a,b,c항이 모두 짝수일 때만 쓰는건가요?"
"아니에요 b항만 짝수면 쓸 수 있어요~"
이런 문답이 이어졌습니다.
 
학생들 누구도 질문을 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 "너네들은 모두 내 안에 있다~"


학생수가 적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선생님의 시야에 들어오는 방과후 학교의 문제풀이 시간
  
수학 교실의 이성현 선생님은 "정규 수업시간에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학생들을 이렇게 가까이 대하고 나면 학생들의 의지가 보입니다. 이 의욕적인 모습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열의를 가지고 공부한 뒤에 학생의 성적이 상승했을때도 큰 기쁨을 느끼죠"  라며 방과후 학교를 하는 소감을 말씀 해 주셨습니다.
 
학생들 또한 방과후학교를 통해 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박유림 학생 
"저는 저번 학기엔 방과후학교를 하지 않다가 이번 학기부터 방과후학교를 시작했어요. 얼마 전 중간고사를 치렀는데,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혼자 공부하면 모르고 넘어 가는 것을 선생님께 하나하나 설명 받는 것이 좋아요. 낮에 하는 수업 도중에는 질문을 하기 힘든데 소수가 모여 가족적으로 하니 질문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3. 방과후학교에 대한 선생님들의 짧은 이야기
 

영어담당 최진희 선생님

수학담당 이성현 선생님

 
문영여고 방과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 최진희 선생님과 이성현 선생님의 말을 통해 방과후 학습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Q  방과후 학교에서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가르치시나요?

 최진희 선생님  
모의고사를 위한 것 보다는 내신대비위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여기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에 중점을 두며 수업을 합니다.  영어 문장과 단어 외우는 것을 직접 함께 해보는 식이죠. 이런 것들을 몸에 익힐 수 있도록 지도하면서 장기적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유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성현 선생님 
방과후학교에서도 특이 이 반은 학력신장을 위한 반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데 중점을 둡니다. 차근차근 설명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주 기초부터 가르쳐요. 이 학생들에겐 고급의 문제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에요. 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넣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교육과학기술부는 방과후학교 활성화를 주요 정책중 하나로 시행하고 있는데요, 향후 방과후 학교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성현 선생님 
저는 이 방과후 학교가 매우 좋다고 생각해요. 인력만 확보된다면 강좌수도 늘리고 수준도 세분화해서 확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학생들이 수준별 수업을 하기에는 현재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거든요. 대학생 멘토의 경우엔 인력은 많은데 교수방법이 서툴고 책임감이 부족해 학생들이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최진희 선생님  
방과후 학교는 적은 인원 가지고 수업을 하기 때문에 그룹과외 수준으로 학생 한 명 한 명을 깊이 있게 살펴 수 있어요. 8교시 보충수업만 해도 서른 명이 넘는 아이들이 수업을 하지만, 여기는 인원이 적어 의사소통이 자세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의 요구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죠. 수강하는 인원이 많을수록 방과후 학교의 효과는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만약 방과후 학교가 활성화 되는 것은 좋지만, 그렇게 되었을 때 된다면 인력과 시스템을 확충해서 양질의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4. 방과후학교, 아쉬운 점은?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지만,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는 점에 있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것이 바로 인력의 문제입니다. 현재 문영여고의 경우 모든 방과후 학교의 수업을 재직 중인 교사가 맡고 있습니다. 영어와 수학의 경우 월, 화, 목, 금 주 4일이 운영되는데요,  담당 선생님들이 일주일에 네 번 모두 방과후 학교 수업을 맡고 계신 것이지요. 정규수업, 보충수업에 이어 방과후 학교까지 이어지는 수업일정으로 많은 육체적 부담이 따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적절한 인력이 동원되어 업무 분담도 줄이고, 양질의 교육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또한 학습비 지원의 아쉬움도 있습니다. 이번 학기엔 관악구의 교육 경비 지원을 받아 학생들이 무상으로 방과후 교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정기적인 예산 편성이 된다면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겠지요.
 
 

▲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이렇게 활짝 웃길 바라며. (문영여고 전효진학생)

 
최고를 만들어 내는 교육과, 낙오자를 만들지 않는 교육이라는 두 가지 길이 존재한다고 했을 때, 그간 우리의 교육은 너무 전자에만 집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 '방과후학교'가 많은 학생들에게 힘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적어도 '교육'에서는 소외된 계층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어 가는 아름다운 저녁이었습니다.  

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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