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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아줌마

대한민국 교육부 2011. 1. 6. 07:00


올 여름엔 평소 언니 동생 하며 지내는 정 선생님이 주말농장을 시작한 덕에 채소를 풍족히 먹을 수 있었습니다. 

서오릉 근처에 있는 주말농장에는 얼룩무늬 산모기가 어찌나 많던지 채소를 수확해 올 때면 ‘모기네 밭’에서 피 뽑아준 대가로 채소를 얻어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었지요. 그날도 모기에게 헌혈해주면서 주말농장의 마지막 여름 수확으로 깻잎, 상추, 호박, 고추, 가지를 따고 있었습니다. 정 선생님은 뜬금없이 배추농사를 지을 거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다섯 평 주말농장에 심자는 줄 알았는데 그건 커다란 착각이었습니다.
 



 기막힌 배추농사
 

며칠 뒤, 몇 년간 휴경지로 있었다는 배추심을 밭을 처음 보고는 한참을 입 벌리고 넋 놓고 있었지요.
 

주먹만한 돌이 섞인 육백 평 밭 ⓒ 이인옥

 
육백 평이라고 하는데 어쩌자는 건지 정말 막막~~해 보였습니다.

구시렁거리고 있는 저에게 “근거리 운송 식품이라고 들어봤어?”라고 말문을 연 정 선생님은 ‘로컬푸드’와 ‘도시농업’에 대해 이야길 했습니다. 

대강의 이야기는 거주지 가까운 곳에서 경작한 농산물을 소비하면 신선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고, 수송차량에서 발생하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도시의 자투리땅에도 텃밭을 가꾸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로컬푸드
 

이왕 이렇게 된거, 로컬푸드의 장점을 좀 더 알아봤습니다.
 
[1] 지구 온난화 주범인 CO2 발생을 줄인다. 
1994년 영국의 환경 운동가 ‘팀랭’이 푸드 마일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식품 수송량과 이동거리를 곱한 값을 ‘푸드 마일리지’라고 하는데 이 지표가 낮을수록 식품의 안전성이 높고 수송에 따른 환경오염은 낮아집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재배한 음식만 소비하는 사람을 로커보어(Locavore)라고 하는데, 로커보어들은 16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음식은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푸드 마일리지 : 음식재료가 얼마나 멀리서부터 온 것인가를 보여주는 지표. 식품의 양(t)에 이동 거리(㎞)를 곱한 값으로 단위는 t·㎞다. 푸드 마일리지가 높을수록 온실가스 배출량도 증가한다.
 
[2] 양질의 신선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다.
멀리서 식품을 운송하게 되면 운송하는 동안 선도를 유지하고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약품 처리를 하게 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예가 수입 밀가루와 바나나지요. 이러한 식품처리 약물이나 식품첨가물이 우리 몸에 들어가게 되면 일부는 호흡기나 배설기관을 통해 배출되지만, 일부는 축적된다고 합니다. 다양한 성분의 처리 약품과 첨가물이 있기 때문에 어떤 성분이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집중력 약화, 알레르기, 불안하고 난폭한 감정 유발 등의 원인이 된다고 하네요. 

가까운 곳에서 재배한 식품을 수확하자마자 공급받아 소비한다면 약품 처리를 하지 않아도 신선도가 높아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최근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농약 없이 배추 농사짓는 걸 제가 직접 보니 보통 일은 아니더군요. 거주지 가까운 곳에서 재배된 농산물은 재배 과정을 확인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고요, 직접 재배해서 먹는다면 더더욱 좋겠지요.
 
[3] 식량의 자급률이 높아진다. 
근거리 식품 소비를 하다 보면 식품 수입이 줄어들 것이고 식량 국외의존도가 낮아질 것입니다. 최근 밥을 잘 먹지 않고 쌀 소비량이 줄어서 논이 자꾸 없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지구 어디에선가 큰 화산폭발이라도 발생하면 지구에는 냉해가 들어 식량이 모자라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 식량의 국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커다란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요. 이 문제는 딱히 재해가 아니라도 가볍게 생각할 문제는 아닌 듯싶습니다.
 

모종판에서 배추 모종 뽑는 척하며 쉬고 있는 저의 모습입니다. ⓒ 정순애

 
장점이 많든 적든 농사짓는 일은 엄청난 노동입니다. 사진으로 봐도 초보가 농사짓기엔 밭이 너무 넓긴 하지요? 저는 그저 옆에서 도왔을 뿐인데 모종하고 났더니 다음날 발을 움직여 걸을 때마다 “애고고”라는 소리가 절로 나는데 웃음도 나고 울고 싶기도 하고 기가 막히더군요.

올여름. 날씨는 또 어찌나 얄궂던지……. 모종할 무렵 몇 날 며칠 폭우가 내리더니, 모종하고 나니 하필 가물더군요.

밭에 심은 자식 같은 배추가 눈앞에 아른거려 누워 있을 수가 있어야지요. 비명을 지르는 몸을 이끌고 밭에 가서 정 선생님이랑 약 4-5백 미터 거리의 펌프에서 물을 길어 밭에 물을 댔지요. 거짓말 안 하고 앓아누웠습니다. 지금은 밭에 지하수를 파서 편하게 물을 줄 수 있습니다.
  

미셸 오바마는 백악관의 빈터에 텃밭을 조성하고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정기적으로 인근의 초등학생을 초청한다. ⓒ obama foodorama





 아이들에게는 산교육
 

로컬푸드나 도시농업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최근에는 아이들과 함께 주말농장에서 채소를 가꾸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것 또한 장점이 많습니다. 가족이 먹을 것이니 무농약·유기농 재배가 가능하고요, 아이들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산교육이 됩니다.
  

전국 최초로 로컬푸드 학교급식을 한 제주 ⓒ 부산일보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반가운 현상은 우선 잘 먹지 않던 야채를 맛있게 먹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주말농장은 서로 잘 아는 이웃끼리 어울려 농사를 짓기 마련인데, 아이들이 참 예절 바르게 변합니다.

이웃어른을 보면 인사도 잘하게 되고, 어른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체면이라는 것을 차리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부모님께 버릇없는 아이’가 ‘부모에게 예의를 갖추는 아이’가 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 볼 때 이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커다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절 교육부터 시작해서 먹을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농부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말 없는 교육이 가능합니다. 
약간의 부작용이 있긴 한데, 아이가 좀 어릴 때는 식물에게 말을 걸기도 합니다. 하하하!!!
 
도시농업(urban agriculture)은 도시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한 농사행위로 농업이 갖는 생물다양성 보전, 기후조절, 대기정화, 토양보전, 공동체문화, 정서함양, 여가지원, 교육, 복지 등의 다원적 가치를 도시에서 구현하며 지속가능한 도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도시농업은 도시의 생태계 순환구조의 회복과 지역공동체형성, 로컬푸드, 개인의 식생활건강뿐 아니라 농업에 대한 도시민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등의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질 것이다.
/ 위키백과
 
 

밭에서 무, 배추가 자라는 모습 ⓒ 이인옥, 정순애

 
호미로 주먹만한 돌을 골라내며 돌밭에 지은 농사는 걱정과는 달리 사진으로 보시는 것처럼 비교적 성공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돕고 노동력을 보탠 결과이긴 했지만, 정 선생님 노고 덕에 주위 분들이 맛있는 김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배추 값이 비싸다는 올해 배추 풍년이었습니다. (자랑입니다. 흠~흠~) 저를 걱정하는 동생이 배추를 절여까지 보내준 덕에 참 편안히 김장을 했고, 정 선생님 밭에서 보물처럼 수확해온 배추는 세상 어느 배추보다 맛있었습니다. 오늘 저녁엔 엊그제 밭에서 뜯어온 시금치로 나물을 했더니, 딸아이가 밥보다 시금치 나물을 더 많이 먹네요. ^^

여러분도 지구를 살리는 근거리식품 소비를 하시고, 내년부터는 아이와 함께 작은 텃밭이라도 가꿔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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