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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광화문에서 GPS까지, '방향'의 비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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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광화문에서 GPS까지, '방향'의 비밀

대한민국 교육부 2011. 2. 18. 15:59



 경복궁의 축
 

2010년 8월, 조선의 법궁 정문인 광화문이 본래의 자리를 찾아 복원되었습니다.
 

복원된 광화문 야경 ⓒ이인옥


복원공사가 시작되면서 일각에서는 “일제가 광화문을 옮긴 축과 본래의 광화문 축이 다른 이유는 자북과 진북이 다른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일제가 악의를 가지고 자행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피해의식에 의한 망상이다.”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었습니다.

타국을 침략하고 궁궐 정문을 멋대로 옮긴 행위가 악의에서 비롯됨이 아니라는 말은 어떤 근거에 의한 결론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일제강점기에 행해진 만행이 부당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풍수에 연유한 행위는 아니었다는 말로 알아듣기로 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방위 판별 기준은 무엇인지, 경복궁 축과 자북·진북 사이에 과연 상관관계는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여러 가지 북(北)
 

동서남북이 절대적 지표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무의식중에 마치 절대적인 것처럼 생각하고 살게 됩니다. 지구의 북극 자성이 N극이라고 착각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도북(Grid North) : 지도의 북쪽. 지도의 세로선 위쪽이 도북에 해당한다.
 
자북(Magnetic North) : 지구 자기장의 북쪽. 나침반의 N극이 가리키는 쪽으로 기호는 반쪽 화살로 표시한다. 지구가 남극은 N극성 북극은 S극성인 커다란 자석이기 때문에 지구의 자기장에 의해 나침반의 N극이 북쪽으로 향하게 된다. 자북극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으며, 현재는 캐나다 영토에 존재하지만 앞으로 50년 후에는 러시아 영토로 넘어갈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또한, 지구의 자장은 태양풍 영향에 의해 한쪽으로 편향된 형태를 보인다. 자남과 자북은 지리상 180˚ 반대 지점이 아니며 자기축이 지구의 중심을 지나지도 않는다.
 

태양풍 영향으로 지구 자기장은 한쪽으로 편향된 형태를 보인다. ⓒ IEG환경지질연구정보센터


진북(True North) : 자오선이 모이는 지구 북쪽. 진북과 진남을 직선으로 이으면 지구의 회전축이 된다. 별의 위치를 기준으로 할 때 지구의 회전축은 북극성을 향한다. 북극성은 북극에 위치하는 별이라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다. 지금은 작은곰자리의 α인 이 북극성도 절대적인 북의 기준은 되지 못한다. 지구의 세차운동 때문에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에는 용자리 α가 북극성이었고 1만 2천 년 후에는 거문고자리 α인 직녀성(Vega)이 북극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편차각 : 진북과 도북의 차이를 '도편각', 진북과 자북의 차이를 '자편각', 도북과 자북의 차이를 '도자각'이라고 한다.
 

지역별 편차각도 ⓒ 한국지리정보연구회

 
나침반(compass) : 남쪽을 가리킨다는 뜻을 지닌 지남반(指南盤)은 나침반(羅針盤), 패철(佩鐵), ·윤도(輪圖), 나경(羅經)이라고도 한다. A.D. 1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낙랑 고분에서 식점천지반(式占天地盤)이라는 패철과 비슷한 물건이 출토되었고, 4∼5세기경에는 자침을 만들어 회전할 수 있도록 하여 방위측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후기에 지남침을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보이고, 고려 전기에는 땅의 형세를 보는 지관들이 나침반을 중요한 기구로 사용하였다. 조선 시대부터는 풍수가의 전용물에서 벗어나 일반인들도 널리 사용하였으며, 부채에 선추로 달아 휴대하기도 했다. 진북과 자북이 다르다는 것은 11세기 송(宋)나라 심괄(沈括)이 쓴 《몽계필담(夢溪筆談)》에 이미 기술되어 있다.
 

장식 속에 윤도(輪圖)가 내장된 선추 ⓒ e뮤지엄

 
대한민국 서울 광화문의 위치는 북위 37.576, 동경 126.976 입니다. 이 위치에서 2011년 2월 5일 현재, 자편각은 서편으로 7.57도입니다.
 

광화문 거리에 표시한 자북, 도북, 진북 (지도 출처: 국토지리정보원)


위의 지도처럼 경복궁 축이나 육조거리, 어떤 것도 자북이나 진북하고 별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경복궁은 임금님이 생활하시던 집입니다. 꼭 남북축에 맞추어 집을 지어야 할 이유가 없지요.

그렇다면 제사를 지내는 종묘는 어떨까요? 이 또한 경복궁과 마찬가지로 계좌정향입니다. 굳이 자북 진북을 따지자면 경복궁 축이 진북에 가깝고, 일본이 만든 축이 자북에 가깝군요.
 
권중화 등은 전조 숙왕(肅王) 시대에 경영했던 궁궐 옛터가 너무 좁다 하고, 다시 그 남쪽에 해방(亥方)의 산을 주맥으로 하고 임좌병향(壬座丙向)이 평탄하고 넓으며, 여러 산맥이 굽어 들어와서 지세가 좋으므로 [여기를 궁궐터로 정하고], 또 그 동편 2리쯤 되는 곳에 감방(坎方)의 산을 주맥으로 하고 임좌병향에 종묘의 터를 정하고서 도면을 그려서 바쳤다. 《태조실록》 권 6, 3년 9월 9일(병오)  경복궁과 종묘의 는 임좌병향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적으로 고종 때 중건된 경복궁이나 종묘전도(宗廟全圖)의 종묘좌향 모두 계좌정향(癸坐丁向)이 었고, 더욱이 1990년대 경복궁복원사업의 일환인 강녕전(康寧殿)과 교태전(交泰殿0 등 내전(內殿)영역의 복원공사 때 드러난 유구들로 볼 때 창건 때부터 임좌병향(壬座丙向)이 아닌 계좌정향(癸坐丁向)의 좌향(坐向)이었음이 밝혀졌다. (주남철 한국건축사 p.111)
 

하늘색 선 방향이 '계좌정향'이다. (패철 모식도 출처:구글이미지 검색)


자좌오향(子坐午向)이란 자방(북) 쪽에서 오방(남) 쪽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패철을 쓰는 지관들이 정남향을 주로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 '풍수지리'가 염두에 두고 고려하는 바가 지자기 작용인가 또는 태양 일조량인가 지구의 자전축인가에 따라 방향의 보정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방향을 표시하는 데 10간12지(十干十二支)만 활용 된 것은 아니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은 각각 동서남북 그리고 중앙을 의미한다. 그 활용 예를 살펴보면 흥지문, 문, 문, 홍문, 보각 등을 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경복궁 터는 임좌병향이고 경복궁 건물은 계좌정향(관악산방향)으로 지어졌다. 육조거리는 본래 경복궁 축과는 틀어져 있었다. 일제는 조선총독부 건물을 궁궐 안에 짓고 경성부청, 조선 신궁, 남산방향으로 축을 틀어 광화문을 옮겼다.”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궁궐과는 용도가 다른 신라의 첨성대는 북극성(진북)을 기준으로 지어졌을까요? 아닙니다. 첨성대 축도 진북(북극성)하고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이유는 동짓날 일출 방향에 맞춰졌기 때문이지요. 역사적으로 건축물을 남북축에 맞춰지었다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단지 풍수나 일조량을 살피기 위해 동서남북 방향을 참고했을 것입니다. 임좌병향이나 계좌정향, 자좌오향 모두 일조량의 혜택을 받기 유리한 남향이지요.
 

첨성대의 방향 (모식도 출처: 매일경제, 첨성대 사진: 이인옥)

 
우리의 조상은 나침반에만 의존해서 집을 짓지 않았습니다. 또, 진북방향으로 건축하는 것이 우월한일도 아니고, 나침반을 사용하는 것이 미개한 일도 아닙니다. 이번 참에 이러한 잘못된 편견과 함께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이 동서남북 축에 정확히 맞춰졌을 것이라는 편견까지 완전히 버려야겠지요.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의 건축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추픽추(Machu Picchu), 앙코르와트(Angkor Wat) 등도 일출 방향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위치표시
 

치를 나타내고자 하면 기준점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달마가 갔는지 왔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는 동 ˙서는 차치하고서라도 남과 북조차 절대적이지 못함을 보았습니다.

요즈음 널리 쓰이는 위성항법장치(GPS)는 어떨까요? GPS는 지구 주위를 도는 여러 대의 GPS 위성 중에서 4대 이상의 위성에서 신호를 받아 위치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GPS 위성들은 고속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위성 안에서의 시간이 하루에 1천분의 7초 정도 느려집니다(특수상대성이론). 또한, 우주에서는 중력이 약해 하루에 약 1천분의 45초 정도 시간이 빨라집니다(일반상대성이론). 이 두 가지를 보정해야 GPS 장치가 정확한 위치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이나 휴대전화는 지구의 시간을 기준으로 정하고 이렇듯 시간 보정을 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은 결국 상대적인 것을 보았습니다. 네가 있어서 내가 있고, 내가 있어서 네가 있다는 이야기는 이래서 나온 이야기일까요? ^^ 첨단 과학이 발달한 지금에도 위치를 파악하기란 참으로 복잡하고도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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