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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과학, 씨름도에 숨겨진 매직 스퀘어 본문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법의 숫자판’으로 불리는 마방진, 신기하게도 상자 속의 숫자를 가로, 세로, 대각선 어느 방향으로 더해도 그 합이 똑같아서 생긴 이름이다. 이는 방진(方陣)·마법진이라고도 하는데, 옛날 사람들은 이에 신비로움을 느껴 때로는 마귀를 쫓는 부적으로도 사용했고, 심지어 서양에서는 매직 스퀘어(Magic Square)라 지칭하기도 했다.
마방진의 기원은 분명치는 않지만, 기원전 5000년경 하(전설 속의 중국의 고대 왕국)의 우왕이 계속되는 황하의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 공사를 시작할 때, 한 마리의 거북이 흘러 내려왔는데 그 거북의 등에 마방진이 그려져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 거북이 흘러 내려온 이후 홍수가 그쳤는데, 이것이 마방진에 관한 가장 오래 된 이야기다. 그 후, 마방진은 신비한 전설처럼 인도와 아라비아, 페르시아의 상인들에 의해 서아시아, 남아시아, 유럽으로 전해졌다.
'뒤러의 멜랑꼴리아1'과 작품 속 마방진
16세기에는 독일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화가이자 동판화가였던 뒤러의 동판화 ‘멜랑콜리아 1’에 마방진이 그려진 것이 계기가 되어 전 유럽에서 유행하게 됐다. 멜랑콜리아1은 뛰어난 예술성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마방진과 같은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내용이 담겨있어 뒤러가 활동하던 시절부터 20세기 초까지 예술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멜랑콜리아1은 1514년에 그려진 동판화로 그림 속의 4방진은 유럽의 방진으로서는 가장 오래 된 부류에 속한다.
뒤러는 그림 속 생각에 잠겨 있는 수학자의 뒤에 4방진을 그려 넣었다. 정사각형 모양의 숫자판을 잘 살펴보면 1부터 16까지의 숫자들을 한 번씩 사용해 배열한 것을 볼 수 있다. 특이한 점은 가로줄과 세로줄, 대각선에 배열된 네 수들의 합이 어디에서건 34가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가장 아랫줄 4, 15, 14, 1의 합도 34다. 특히 14와 15는 이 그림의 제작연도인 1415년과 일치해 작가의 숨겨진 의도가 돋보인다.
정사각형의 한 변에 배열된 자연수의 개수 n에 방향의 선에 따른 수의 합은 3방진은 15, 4 방진은 34, 5방진은 65, …, n방진은 n(n2+1)/2 이다. 우리나라에도 30세에 진사 시험에 수석 합격하고, 우의정, 좌의정, 대제학을 거쳐 마침내 영의정 등 왕조의 주요 직책을 모두 거쳤던 수학자 최석정(1646∼1715)이 마방진과 유사한 것을 창안해 그의 수학 저서인 ‘구수략(九數略)’에 실었다. 이는 1에서 30까지의 수를 한 번씩만 사용하여 만든 마방진으로, 각 육각형 수의 합은 같다.
조선 최고의 화가로 칭해지는 김홍도, 그는 씨름판의 장면을 생동감 있게 선과 색채 그리고 형태로 구현해 냈다. 그는 그림 중앙의 두 씨름꾼이 온 힘을 다해 한창 시합에 열을 올리며 들배지기로 상대선수를 번쩍 들어 올리는 순간을 포착해 냈다.
이 ‘씨름도’에도 마방진의 비밀이 숨어있다. 그림을 살펴보면 중앙에서 씨름을 하는 두 선수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선수들을 기준으로 가로선과 세로선을 더하기(+) 부호로 그려보면 그림은 네 개의 영역으로 나뉘게 된다.
이렇게 나눠진 네 개의 영역 안에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어보면 오른쪽 위 영역은 5, 왼쪽 위 영역은 8, 오른쪽 아래 영역은 2, 왼쪽 아래 영역은 5로 나눠진다. 중간의 씨름 선수 2명을 넣어 대각선에 위치한 세 수들을 더하면 합이 모두 12가 된다. 이 같은 신기한 수의 배열은 ‘X자형 마방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단원 김홍도의 '씨름'
이 마방진에는 또 다른 재미있는 숫자의 비밀이 숨어있다. 그것은 가장 윗줄 가로의 합(8+5)과 왼쪽 세로줄의 합(8+5)으로 13이고 가장 아랫쪽 가로줄의 합이 (5+2), 오른쪽 세로줄의 합이 (5+2)로 7이다. 모두 짝수와 홀수의 합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동양에서는 홀수는 하늘과 해를 상징한다고 해서 양(陽)또는 천수(天數)라 불렀다. 또한 짝수는 땅과 달을 상징한다고 해서 음(陰)또는 지수(地數)라 불렀다. 이 수들의 합은 하늘과 땅의 조화는 물론 음양의 조화로 볼 수 있는 것. 이렇듯 단원 김홍도는 마방진까지 응용시킨 구도와 화면의 변형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고유한 화풍을 유지해 한국 미술역사상 가장 위대한 풍속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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