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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와 교통체증 - 정하웅 교수와의 인터뷰 본문
아침 출근길, 오늘도 만원 버스 안에서 막히는 도로를 보며 한숨을 내쉬는 K모양. 운 좋게 자리에 앉아 가방 속에 들어있던 신문을 꺼내보던 K양, 눈에 띄는 기사 하나를 발견! “새길 뚫으면 길 막힘 줄어들까?” 가장 빠른 길을 찾는 똑똑한 운전자와 도로망의 구조 때문에 교통체증이 증가한다는 내용이었다. 혹시 이 지긋지긋한 교통체증을 해소해 줄 열쇠일까? 그녀의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그런 그녀를 대신하여 제가 논문의 저자인 카이스트 물리학과 정하웅 박사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교통체증이 운전자의 합리적 선택 때문에 발생하고, 따라서 특정도로를 막는다면 교통체증이 줄어든다는 내용이었는데, 연구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세요.
그림제공 : 카이스트
로,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좁은 다리는 지름길이지만 매우 좁아 교통체증이 심하고, 반면에 넓은 도로는 조금 멀리 돌아가지만 도로가 넓어 교통체증이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집이 같은 방향인 10명이 있다고 하면, 가장 좋은 방법은 다리와 넓은 도로로 각각 5대씩 가는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좁은 도로로 가는 것이 훨씬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10명 모두 좁은 도로로 몰려 차가 밀리게 되므로 실질적으로 집까지 가는 시간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운전자들이 가장 빠른 길만을 선택한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어떤 도로를 막으면 운전자들은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이고 이것은 운전자들이 한 도로에 집중하는 것을 방지하여 교통체증이 감소하는 효과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a) 보스턴의 도로분석 (b) 런던의 도로분석 (사진제공:카이스트)
이 그림은 보스턴과 런던의 도로를 분석한 그림입니다. 빨간 색 도로는 막으면 안 되는 도로이며, 파란색일수록 도로를 막아도 차들이 빠른 시간 내에 우회 가능합니다. 점선부분으로 된 도로를 막았을 때는, 오히려 교통체증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미국의 보스턴, 영국의 런던 등의 도로망을 분석하여 어떤 도로를 막으면 교통체증이 감소하는지 알아내셨는데, 그렇다면 서울의 경우도 이런 일이 가능한가요?
물론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분석한 결과는 모두 몇 가지 가정 하에 나온 것입니다. 각 운전자가 소요시간이 가장 적은 길만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신호등이나 버스정류장 등 실제 도로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요소가 많이 존재합니다. 물리라는 학문은 본래 가장 단순한 상황을 가정하여 그 구조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물리학자에게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려면? 이란 질문을 하면 물리학자는 이렇게 대답한다고 하죠. “일단 코끼리가 지름 30cm짜리 구라고 가정합시다.”
따라서 서울에 연구 결과를 적용시키는 일은 교통공학, 혹은 도시공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은 자료를 수집, 분석해야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헌데 교수님의 연구는 물리와는 거리가 좀 멀어 보이는데요. 운전자들의 행동을 예측해서 도로 교통망을 분석하는 일도 물리의 한 분야일 수 있는 건가요?
개수가 많은 것들을 분석하는 물리의 분야를 통계물리라고 합니다. 그 많은 개수들이 어떤 구조를 가지고 연관되어 있는지를 분석하고 그것들이 갖는 공통적인 특성을 알아내는 학문이 바로 네트워크 과학이구요. 물리학에서 관심을 갖는 네트워크의 종류는 광범위합니다. 인터넷, 사람들 사이의 인맥, 항공망부터 단백질 상호작용망까지. 싸이월드의 인맥 네트워크를 분석해본 적도 있고, 세븐일레븐을 어디에 지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까지도 네트워크 과학이 적용됩니다.
Hollywood Scandal network를 살펴보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니콜 키드먼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irline network에서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비행편이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연결이 집중된 곳을 ‘허브’라고 부릅니다. 허브를 중심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구조를 ‘척도 없는 네트워크’라고 부르며, 위에서 말한 인터넷이나 인맥 네트워크 등 대부분의 네트워크가 공통적으로 이러한 구조를 갖습니다.
한정된 땅 위의 도로망은 이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도로망이 가지고 있는 비효율성을 계산하여 도로망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일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리는 어려운 학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교수님 말씀을 들어보니 전혀 아닌 것 같아요. 물리학자로써 연구를 진행하지면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물리학자들이 노벨상 전 분야를 수상한 것을 혹시 알고 있나요? 노벨 화학상, 평화상, 의학상은 물론 경제학상까지 물리학자들이 수상을 했었어요. 단 하나, 노벨 문학상만 빼고요.(웃음) 인문계와 자연계의 높은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아무튼 중요한건 물리는 모든 학문의 기초라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너무 부족해요. 당장 연구 성과를 낼 수 있거나, 혹은 언론보도에 의해 유행이 된 연구에만 투자비가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죠. 물리학의 경우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말이에요. 재정적인 지원이 없어 애초에 연구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어요. 그나마 제가 하는 연구는 펜과 종이, 컴퓨터만 있으면 가능해서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기초과학에 대한 재정적,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지현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생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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