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블로그
온라인 수업에서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PBL 프로젝트 본문
‘공부’라는 단어를 들으시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긍정적인 의미도 많지만, 성적, 지루함, 피곤함 등 부정적인 이미지도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해드릴 학교의 학생들은 배움이 즐겁고, 배움 앞에서 누구보다 당당하고 활기찬 아이들입니다. 이렇게 당당하고, 활기찬 아이들의 모습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한 번 알아볼까요?
PBL이란?
요즘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가정에서 자녀들의 식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소개하기 전에 두 가지 학교를 가정하겠습니다. A라는 학교에서는 맛집의 메뉴판과 주방장의 이름, 식당의 역사에 대해 가르칩니다. 반면에, B라는 학교에서는 맛집의 음식을 직접 먹어보고 이 음식이 왜 맛있는지, 더 맛있게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배웁니다.
A라는 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그 식당에 대해 유창하게 설명할 수는 있지만, 그 음식이 왜 맛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았고, 만드는 방법, 개선할 방법에 대해서도 알지 못할 것입니다. 반면 B라는 학교를 졸업한 친구는 음식에 대한 자신 스스로 탐구했고, 만드는 방법을 찾아갔기에 아마 온라인 수업에서도 혼자서 밥을 잘해서 먹을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B 학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B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업은 PBL이라는 프로젝트 수업 방식입니다. PBL은 ‘프로젝트 학습(Project-Based Learning)’이나 ‘문제기반학습(Problem-Based Learning)’ 두 가지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문제기반학습은 실제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수업 상황을 구조화하여 소그룹 협력 학습을 통해 문제에 대한 이해와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학습 형태입니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은 특정 주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학습활동입니다. 어느 것이든 지향하는 목표는 ‘학습자 중심,’ ‘실생활과 연결되는 교과서 너머의 배움’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프로젝트 학습을 PBL이라고 칭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PBL 프로젝트 수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제는 맛집의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맛집이 왜 맛집인지 평가할 수 있는 평가자를 길러야 합니다. 지금까지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을 통해서 잘 지내왔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기 주도성, 창의성, 기획 및 판단력, 비판적 사고력, 의사소통력, 공감능력 등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러한 역량을 학습자 중심 교육 방법인 PBL을 통해 기대할 수 있어 PBL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BL 프로젝트 수업은 일정 기간, 학습자가 자기 주도적으로 스스로 질문을 생성하여 관련 지식과 경험을 활용함으로써 질문에 관한 결과를 구체적인 산출물의 형태로 만들어내는 수업 방법입니다. 학습자가 프로젝트를 직접 설계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협력, 의사소통, 문제 해결 능력,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신장할 수 있습니다.
사례 1. 우리 동네 지키기 프로젝트
하수구에 쓰레기가 많아요 | 인도가 너무 좁아요 | 밤에 골목이 너무 어두워요 |
| 우리가 발견한 문제점은요!
2020년 4월, 유례없는 온라인 수업을 마주한 밀양의 세종중학교에서는 “우리 동네 지키기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국어 시간, ‘설득하는 말하기’ 단원에서 ‘세상을 바꾸러’라는 활동명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우리 동네라는 공간적 범위만 한정할 뿐 그 어느 것도 한정 짓지 않고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에서 나누어진 소그룹별로 토의(브레인스토밍)하며 저마다 의견을 내놓았고, 역할 분담을 통해 도서관 책자, 인터넷 뉴스, 동네 어르신과의 전화 통화 등을 통해서 자료 수집을 했습니다.
버스 정류장 근처 하수구에 쓰레기가 많아요!
장애인 복지관 옆에 인도 폭이 너무 좁아서, 휠체어가 인도로 다닐 수가 없어요!
우리 동네 뒤편에는 가로등이 없어서 어르신들이 다니기 힘들다고 하셨어요!
아이들은 소그룹별로 온라인 활동을 통해 조사하고 정리한 활동 결과물을 국어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아이들의 활동 결과물은 피드백을 적기 위해 천천히 읽어보던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범위를 한정 지어 주지도 않았고, 예시를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저마다의 생각들을 모아서 우리 동네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노력의 흔적들이 보였습니다.
태블릿과 책을 활용해 친구들과 토의해요 |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가진 곳을 찾아봐요 |
|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법을 고민해보자
등교수업으로 진행된 대안 탐색 단계에서는, 모둠별로 태블릿을 활용하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다른 지역사회의 사례도 찾아보았습니다. 사례와 자료들을 모아 창의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해나갔습니다. 때론,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인도가 좁아 휠체어가 다니지 못하는 문제를 조사하던 한 팀은, 인도를 넓히는 것을 대안으로 선정했습니다. 아이들의 생각처럼 도로 확장이 가장 훌륭한 대안입니다. 하지만 구도심의 경우 도로 확장의 문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모둠별로 피드백해주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문제 | ⇒ | 1차 해결 방법 | ⇒ | 2차 해결 방법 |
인도가 좁아서 전동 휠체어가 차도로 다닐 수밖에 없어요 |
전동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인도를 넓혀요 |
전동 휠체어에 메시지를 담은 빛 반사 스티커를 붙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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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구(빗물받이)가 쓰레기통으로 변하고 있어요 |
비가 올 때만 문이 열리는 스마트 빗물받이를 만들어요 |
하수구가 어항 느낌을 주도록 문구를 새겨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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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동네가 어두워서 지나다니기가 무서워요 |
가로등 불빛을 더 밝게 하고, 더 많이 설치해요 |
태양광 LED 등을 설치해요 |
피드백을 받은 친구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제한적 상황에서의 최적의 대안을 모색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인도가 좁아 차도로 갈 수밖에 없는 전동 휠체어에 빛 반사 스티커를 붙여드리는 것과 하수구 옆에 문구를 새기는 것, 태양광 LED 등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로 바꾸어 나갔습니다.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구를 설득하면 좋을까
팀별로 준비한 자료와 주장을 정리하여, 설득하는 연설을 준비했습니다. 우리가 제시하는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직접 실행할 수 있는, 또는 도와줄 수 있는 설득 대상을 선정하여, 그에 적합한 메시지를 채워나갔습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대면하여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어 아이들의 어깨는 축 처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열심히 준비한 연설 내용을 알릴 방법을 찾다가 연설 내용을 녹음하여 팟캐스트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팟캐스트에 ‘세상을 바꾸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올라간 아이들의 연설 내용은 비록 조회 수가 낮아 사회적 파급력은 크지 못했습니다. 다만, 자신들의 연설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행복하다는 아이들의 미소에는 어느새 훌쩍 커버린 ‘지금, 여기의 민주시민’이 보였습니다.
하수구에 새긴 문구 | 태양광 LED 가로등 설치 | 빛 반사 스티커 제작 |
| 실천, 그리고 다시 시작
아이들이 직접 준비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참여 자율 동아리를 결성했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하여 우리 지역사회의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나가자고 3학년 학생들이 의견을 모아 동아리를 결성했습니다.
하수구에 문구를 새기기 위해, 직접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허락을 받고, 장애인을 직접 찾아뵙고 인터뷰하기 위해 밀양시 장애인 복지관과 미팅을 하고, MOU까지 체결했습니다. 어른들 모두 알고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한 사소한 일들을 조금씩 헤쳐 나가며 지역사회의 등불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2021년 코로나19의 낯선 경험을 1년을 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지금은 기후 위기 문제를 기반으로 푸른 지구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분리수거장의 플라스틱 재활용 분리수거함을 7종으로 나누자는 정책(조례)을 제안하겠다고 선언한 친구도 있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로 행정안전부 끝장 개발대회에 참가하여 교육부 장관상을 받은 친구도 있습니다. 2021년 이들이 변화시켜나갈 미래가 벌써 궁금해집니다.
사례 2. 우리 동네 지속가능한 미래 프로젝트
김해, 지속가능한 미래 프로젝트 | 코로나19, 그래도 행복하게 세상과 만나기 |
김해 봉명중학교에서는 2020년 1학기, “김해, 지속 가능한 미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 활동은 무엇이 있을지 찾고 실천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로컬푸드 및 친환경 먹거리, 슬로시티, 양성평등, 친환경 교통수단, 멸종 위기 동물 조사, 패스트 패션 등 아이들 저마다의 개성처럼 다양한 탐구 주제가 나왔습니다. 등교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전에 배부된 활동지와 화상 수업으로 빈틈을 메꿔나가며 아이들은 저마다의 탐구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봉명중학교의 오랜 전통처럼 남은 이 프로젝트 수업은 코로나19로 개학이 늦어지고, 등교 학습이 어려워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안주할 수는 없었습니다. 한계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더 큰 배움을 전해주고 싶은 선생님들의 마음은 2학기 프로젝트 학습 준비로 이어졌습니다.
| 우린 고민 속에서 성장해요
코로나로 인해 대외 활동이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봉명중학교의 2학기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시작하기 전 여름 방학, 선생님들끼리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고민 끝에 “세상과 만나야 행복한 우리”라는 학년 비전을 세우고, “코로나19, 그래도 행복하게 세상과 만나기”라는 프로젝트명을 붙인 우주선이 출항 준비를 마쳤습니다.
국어 교과에서는 매체 읽기와 쓰기를 통해 코로나19로 변화된 세상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만났고, 영어, 역사, 환경, 도덕, 기/가, 과학, 예체능 수많은 교과가 코로나19와 관련된 주제를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했습니다. 각 교과에서의 배움을 통해 아이들은 더 큰 배움을 위해 높이 솟아오를 준비가 되었습니다. 소그룹으로 나눈 아이들은 친환경적인 마스크,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 의료진과 택배기사님들의 어려움, 비대면으로 인해 나타난 플라스틱 중독 등 다양한 주제를 팀별로 선정하여 주제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팀별로 주제가 선정된 이후, 온라인으로, 등교수업으로 다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해나갔습니다. 어른들의 머릿속에서는 나오기 쉽지 않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솟구쳤습니다. 아이들은 교과서 속의 지식을 배우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 지역사회를 둘러보며 다양한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가슴 아파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19로 인해 삭막해진 우리들의 삶을, 포근하게 덮어주는 아이들의 사소한 행동들이 우리에게 더 빨리 행복한 미래를 가져다줄 것 같습니다.
자립과 공존의 힘을 길러준 PBL
2020년 아픈 시간을 봉명중학교만의 PBL 수업으로 이겨낸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코로나19로 단절된 사회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고, “현재 상황에 대하여 친구들과 같이 고민하면서 더욱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좋았고, 늘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아이들은 자립하는 힘, 공존하는 힘을 배워나갔습니다. 프로젝트를 준비한 선생님들의 고민이 담긴 밑그림이 아이들의 배움을 통해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코로나19,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는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온라인 수업에서는 전부 초보였습니다. 선생님은 IT 기기를 다루는 것이 어려웠고, 아이들은 선생님이 없는 집에서 나 홀로 규칙적으로 수업을 듣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온라인 수업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화상회의로 진행된 모둠 활동에서는 역할 분담과 협력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서로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고, 시시각각 활동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없어, 학생 개개인의 개별 책무성이 강조되다 보니, 무임승차도 사라지고, 협동하는 모습들이 더 늘어났습니다. 덕분에 선생님은 한 명씩 더욱 신경 써서 피드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한 학기 동안의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어떤 것들이 성장했다고 느꼈을까요? 정보 활용, 협업, 발표, 갈등 해결 능력 등 다양한 답변이 나왔습니다. 저마다 프로젝트 중 힘들었던 부분들을 스스로 극복해나가며,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역량 한 가지씩은 배워나간 것 같습니다.
느낌표, 다시 물음표
장기화가 된 코로나19 사태로 원격 수업이 오랜 기간 진행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선생님은 온라인 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었고, 아이들의 학습에는 자기 주도적 학습 역량이 가장 중요해졌습니다. 이 시기에 프로젝트 학습은 가장 빛을 발휘했습니다. 내용 학습을 기반으로 각자 팀원들과 가장 관심이 있는, 가장 흥미로운, 가장 하고 싶은 주제를 선정하여 나름의 배움을 개척해나갔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 학습은 교과서 속의 지식을 기반으로, 학교 밖 실제의 삶을 탐구하고 실천함으로써 민주 시민으로서 활동하게 하고, 배움을 더욱 심화ㆍ확장해나가게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마주할 미래 사회는 내일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모르기 때문에, 선생님도 우리 아이들도 늘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며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야 합니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은 무엇일까요? 우리 아이들이 마주할 미래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우리 선생님들과 친구들은 학교 안, 그리고 학교 밖에서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답니다.
프로젝트 수업은 미래 역량을 길러주는 우산과도 같습니다. 우산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위급한 순간에 꼭 필요한 곳에 쓰이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립니다. 우리 아이들이 마주할 미래 사회에 당장 어떤 역량들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나중에 맞게 될 비를 막아줄 우산과도 같은 ‘스킬(skill)’들을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차곡차곡 준비해나갈 것입니다.
※ 위 기사는 2021 교육부 국민 서포터즈의 의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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