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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알쏭달쏭 한 우리아이 통지표 제대로 보기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2. 17. 07:00


성적표의 계절이 돌아왔다.
성적표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아니 대학을 졸업하고 연수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던 걸 보면 정말 대단하긴 하다.

하지만 요즘 성적표는 참 다양화 되었다. 
교사인 내가 부모가 되어 받는다고 해도, 내가 학생이라고 해도 ‘뭘 봐야하지.’라고 느낄 것 같다. 예전 내가 학생 때를 기억하면 중고등학교 때는 당연히 교과별로 점수화 돼서 100점 만점에 00점 이런 식으로 나왔었다. 초등학교 때도 각 과목별로 ‘수우미양가’ 또는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노력요함’ 등으로 나왔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과목 안에 또 영역이 들어 있고, 그 영역에 대한 ‘매우 잘함, 잘함,~’등으로 구분이 되어 있다. 
사실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학기말 배부되는 것은 성적표가 아니라 생활통지표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다. 시험 자체를 일률적으로 보지 않기에 그걸 성적으로 표시한다는 표현은 그르다. 그 아이의 전체적인 생활, 과목별로 성실성이나 태도 등을 통지한다는 것이 옳은 것이다. 하지만 워낙 많은 과목과 영역에 알쏭달쏭 한 표현들로 주변 엄마들이 나에게 통지표를 들이밀면서 이렇게 적혀 있는데, ‘도대체 잘 했다는 거야, 못 했다는 거야.’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통지표에 딱 잘라서 잘하고 못하고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잘한다, 못 한다’ 등으로 아이들을 이분법화 하는 우리나라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알쏭달쏭 한 우리아이 통지표 보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통지표를 보면 무엇부터 보시나요?
“나 매우 잘함 12개다.” “나 보통이 5개나 있어. 엄마한테 혼나겠다.”

통지표를 나눠주면 이곳저곳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말이다. 
내가 몇날며칠 야근해 가면서, 또 몇 달을 그 아이를 관찰하고, 바라보며 고민 고민 해 가면서 적어 놓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은 전혀 보지 않고, 오로지 ‘나의 동그라미는 어디에 있을까?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노력요함?’ 등 동그라미 위치만을 찾고 있다. 그리고 그 개수에 따라서 부모님께 칭찬의 대상인지 혼나는 대상인지가 결정된다고 한다. 실제로 부모님들도 성적표를 받으면 그 개수만 먼저 본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개수가 아니라는 사실 알고 있을까? 
통지표에서 많은 학생과 부모님들이 성적, 수상 등만을 중시하지만 통지표는 성적 외에도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학생의 다양한 재능과 봉사 이력까지 다 나와 있는 학생의 많은 것을 보여주는 통지표>



1. 통지표 탄생의 과정


 
현재 통지표의 두 가지 축은 다양성과 자율성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옛날과 달리 통지표에는 상당히 많은 정보가 담겨져 있다. 기본적인 출결, 학 과목에 대한 성취도, 직업에 대한 아이의 인식뿐 아니라 특별활동 수행 상황, 생활태도와 교과에 대한 종합평가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일률적인 게 아니라 학교마다 다르다. 학교에 따라 또 학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어떤 학교는 교과목 평가를 4단계(매우 잘함, 잘함, 보통, 노력요함 또는 최상, 상, 중, 하)로 하기도 하고 어떤 학교는(매우 잘함, 잘함, 보통 또는 상, 중, 하)으로 하기도 한다. 또 어떤 학교는 이 단계를 비율화해서 ‘매우 잘함은 학생수의 30%만 주고, 잘함은 40% 주고, 보통은 30%만 줘라’는 규정을 두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학교는 절대평가 식으로 규정이 없어서 국어의 어떤 영역은 학생 전원이 매우 잘함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체육의 어떤 영역은 매우 잘함이 한 명도 없을 수도 있다. 이는 과목별로 다를 수도 있다. 또, 종합평가를 적는 글자 수도 달라질 수 있다. 어떤 곳은 종합평가에 교과평가와 행동평가를 다 넣고, 어떤 곳은 행동평가만 적는 등 학교 재량으로 정해진다. 특별활동 영역도 자유롭게 2개(자치, 적응 등)를 골라서 넣는 학교도 있고, 5가지(자치, 적응, 봉사, 계발, 행사)를 다 넣는 경우도 있다. 또 범교과활동이라고 하는 영역도 컴퓨터, 한자 등 과목도 각양각색이다. 이에 통지표에 대한 일률적인 이야기를 믿으면 안 된다.
 
평생 ‘매우 잘함’ 외에는 받아 본 적이 없는 아이가 보통을 받았다고 속상해 하시는 부모님이 계신다. 하지만 그 해 그 학교의 학년에서 정한 체육 영역의 뜀틀 목표가 높아서 반 아이들 중 ‘매우 잘함’ 받은 학생이 한 명도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담임선생님에 따라 체육 영역을 중시하고, 기대치가 높으면 그 영역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2. 단원평가 등 시험 성적 = 통지표 성적 NO!

 


벼락치기! 이는 시험 성적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나도 초중고대학생 그리고 졸업 후 연수 시험까지 많은 시험을 벼락치기라는 없어서는 안 되는 방법에 의존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적어도 초등학교 평가에서는 적용되기 힘들다. 사실 일률적인 지필평가를 지양하고 있는 초등교육 과정에서는 벼락치기라는 말이 필요 없다. 달달 외워서 한 영역을 보는 시험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담임선생님 재량에 의해 월말 평가, 단원평가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매 단원 보는 단원평가와 매월 보는 단원평가 성적이 모두 올백이었다고 해서 통지표에 전 과목이 “매우 잘함”이 나오라는 법은 없다. 이는 어느 한 과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6학년 사회는 암기할 것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매번 사회 단원이 끝날 때마다 단원평가를 보았다. 그런데 나의 학생은 벼락치기를 좋아하는 학생의 성격과 단원평가 성적 하나에도 관심을 갖는 그 학생의 엄마의 노력 등에 힘입어 전 단원을 100점을 맞으며 학기를 마쳤다. 그런데, 그 학생의 사회 성적은 인간과 시간, 인간과 공간, 인간과 사회라는 소 영역에서 하나는 매우 잘함, 하나는 잘함, 하나는 보통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그 학생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단원평가는 학생이 공부를 하도록 하기 위한 나의 하나의 방법일 뿐 통지표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이 아무리 암기를 잘 해도 평소의 불성실한 태도는 사회뿐 아니라 전 영역에 있어서 아주 우수한 평어를 받기는 힘들었다.
 
 

3. 성적은 학기 초에 결정된다.

 


실제로 통지표에 기록되는 교과목 평가에 대한 제도를 알기만 하면 어떻게 통지표를 받을 수 있는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나는 통지표 성적은 학기 초에 결정된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물론 지금은 학기말이고, 통지표가 나올 시기이지만 다음 학기 때 이를 고려해서 계획을 세운다면 만족할만한 통지표를 받을 수 있고, 계획적인 학교생활, 성실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학기 초가 되거나 학기가 시작하기 전 매 학년은 “수행평가 기준안”을 내 놓는다. 이는 한 학기 전 과목의 평가계획이다. 이는 비공개가 아니라 학교나 학급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는 사항이다. 아래 표는 6학년 수행평가 기준안의 예시이다. 이는 학교, 학년에서 매년 정하는 것이기에 다 다르다. 이에 학생들은 학기 시작과 동시에 이를 꼭 숙지할 필요가 있다. 이 기준안에는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평가시기, 평가방법까지 다 나와 있다. 평가영역과 평가 내용도 물론 나와 있다. 만약 미술을 예로 들어 미술의 단원이 12개이고 매주 작품을 냈더라도 수행평가 영역에 해당되는 단원의 내용의 작품은 평가에 들어가고, 다른 작품은 반영이 되지 않는 것이다. 내가 11개의 작품을 완벽하게 해서 냈다라고 하더라고 1개의 작품을 안 내거나, 엉망으로 냈다면 그 교과의 평가가 좋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초등학교는 대부분의 통지표의 교과평가가 수행평가로 결정이 되기에 매 과제와 평가에 대한 성실한 태도와 꾸준한 노력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수행평가 기준안 예시>

 
 

4. 교과별 단계 평가보다는 내용을 보라.

 


지금까지 수치화 된 성적에 익숙한 우리들은 아이들의 성적을 볼 때도 수치화 된 명확한 결과를 기대한다. 그래서 그런지 부모님들은 상중하 성적을 더 중시하게 되고, 아이들도 그 영향으로 스스로를 그 상중하의 개수로 평가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과목별 특기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수행평가라는 것은 각 과목의 한 영역을 대표할만한 단원과 내용을 정해서 실시하는 것이다. 글씨도 잘 쓰고, 말도 잘 하고, 태도도 좋고, 논술도 잘 하는 학생이 국어의 면담이라는 주제의 수행평가에서 떨려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통지표에는 최상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 담임선생님이 생각하기에 이 학생은 국어에 재능이 있고, 국어의 어떤 분야에서 잘 한다면 국어과 세부 특기사항에 이를 써 줄 수 있는 자율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 교과에서 우리아이가 어떤 점을 잘 하고, 못하는지 알고 싶다면 교과의 세부 특기사항을 잘 읽어보는 게 중요하다. 물론 모든 것이 좋은 내용일 수는 없다. 수행평가 영역에는 없지만 건강을 위해 평소 학급에서 줄넘기를 매일 하는 데, 줄넘기 연습과 지구력이 부족해 줄넘기를 못한다면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줄넘기를 꾸준히 할 필요가 있음’이란 내용이나 어떤 면이 부족하다는 내용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 학생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를 바라는 선생님의 마음임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종합평가의 내용은 그 학생에 대한 전체적인 인성과 교과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 하므로 꼭 숙지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은 불분명한 아이의 통지표에 화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잘 했다는 거야. 못 했다는 거야.’라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업성취를 지필평가 결과만으로 판단하려고 하는 옳지 못한 것이다. 한 사람을 어떻게 한 두 번의 평가, 그것도 지필 평가로만 결정할 수 있을까? 이는 초등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수행평가의 충실을 통해 평소 학습과정에서 학생들의 학업성취를 수시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누가 기록하여, 이를 학생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충과 잘하는 부분의 심화 발전 하는 자료로 활용함은 물론 교수학습 과정의 피드백으로 활용하는 것. 이것이 바른 평가이며, 초등학교에서 꼭 필요한 평가의 목표일 것이다.
 
꼭 점수화된 성적을 보고 싶으시다면 우선 부모님 스스로의 성적을 매겨보는 것은 어떨까? 국어는 (잔소리), 수학(용돈), 사회(친한 정도), 과학(요리) 등 이번 방학 아이의 통지표를 보면서 부모님의 통지표도 아이와 함께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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