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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의 입학사정관제, 그리고 우리의 방향은?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17. 16:03
입학사정관제는 20세기 초 美 교육당국이 소외된 계층을 위해 도입한 제도



대다수의 교육·사회학자들은 대학이란 곳을 이렇게 설명한다. 아직까지는 대학보다 더 나은 사회 지위 배분 기관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고, 학교 교육의 사회 경제발전 기여도가 크다고. 실제로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학교를 중요한 사회 지위 배분 기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남보다 더 나은 삶을 원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커다란 요소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혹은 진학시키기 위해 특히 한국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대학입학경쟁이 치열한 한국에서 좋은 대학 입학 기준이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은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입학전형에 새롭게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도’

기존의 성적위주의 입학전형에서 벗어나 개인의 잠재적인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이 이 제도의 도입취지이다. 신입생 선발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지만, 아직까지 이 제도의 공감대 확산과 정착에 이르기까지는 수많은 논란과 시행착오가 필요하고 현재 진행 중이기도 하다.


그럼 지금부터 지난 6월 18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여 동안 열린 ‘2009년 고려대학교 입학사정관 합리적 정착을 위한 제 2차 국제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고려대학교 입학처에서는 한국형 대학입학사정관제의 성공적이고 합리적인 정착을 목표로 총 5회에 걸쳐 국제 심포지움을 개최하고 있었는데, 그 날은 두 번째에 해당하는 행사였다.

미국MIT의 Stu Schmil 입학처장광주교육대학교 박남기 총장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매우 더운 날이었음에도 전국 각 대학의  많은 입학사정관, 입학관계자들이 자리를 메웠다. 두 연사님의 강연과 청중들과의 Q&A에서  다양하고 문제들에 대해 토의하고 고민하는 등 매우 의미있는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미국MIT의 Stu Schmil 입학처장의 강연모습

      
Stu Schmil 입학처장은 미국대학들의 전반적인 학생선발 방법,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다양한 기준, MIT학교가 지향하는 목표와 가치, MIT학생들의 특징, 공정한 선발방식을 위한 평가기재들에 대해 소개하였다.
 

그 중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MIT만의 확고한 선발원칙이었다. 물론 MIT의 100여명이 넘는 입학사정관들도 정해진 선발인원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우수한 학생들을 선별하는 작업이 무척이나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도전을 즐기고, 새로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창조성이 뛰어난 학생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리고 MIT입학처에서 생각하는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의 의미는 학교가 지향하는 목적, 방향에 맞는 인재를 선택하되 모든 학생들에게 동일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미국의 모든 대학들이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고, 학교 자체의 선발 공정성 기준을 스스로 적절하게 만들어가는 노력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을 똑같은 목표와 기준을 가지고 학생들을 선발한 결과 지금의 대학서열화의 비판을 받는 한국 교육사회가 주목할 점이 아닐까 싶다.

한편, 이렇게 학교자체의 선발기준을 스스로 만들어나가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는 측면에서도 우려되는 점도 있다. 예전의 대학입학제도에 비교하여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는 제도로서도 큰 의의를 가지는데, 대학의 자율성 확보가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학을 더욱 발전시키고 우수한 학생들을 경쟁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회 각 계층들에게 동등한 기회의 부여를 소홀히하여 사회 계층 고착에 기여하는 세력도 생겨날 것이다. 이는 자율성 확보라는 미명하에 대학이 나서서 대학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다.

새로 도입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의 공공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큰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 입학사정관제 도입의 배경, 구체적인 사례와 효과, 예상되는 문제점 및 이를 완화하기 위한 국가와 대학 차원의 노력 등에 대해 지속적인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이해와 인내 수준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 확보는 우선 각 대학 차원에서 평가철학 및 공정성의 개념을 재정의 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형평성과 절차 공정성의 관점에서 평가준거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평가기준들을 마련하여 입학전형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입학사정관제를 구축하고 정학시키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과 관련된 세부절차도 마련하여야 한다. 결국 각 대학들 나름의 공정성 개념 정립과 이에 대한 입학전형의 준거 및 기준 마련 그리고 이를 실행하는 시스템 구축과 운영이 관건이다.


  ‘2009년 고려대학교 입학사정관 합리적 정착을 위한 제 2차 국제 심포지엄’ 중에서
  

광주교육대학교의 박남기 총장님의 강연모습

  
 
광주교대 박남기 총장은 입학사정관제 자체가 태초부터 공정성을 위한 제도가 아니었다는 설명으로 많은 이목을 끌었다. 20세기 초 미국 교육당국이 교육에서 소외된 계층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시행하게 된 제도로서, 교육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며 한국형 입학사정관제의 올바른 정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고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기도 하였다. 더불어 입학관계자, 대학입학 전의 학생들, 학부모 외의 사회 구성원의 좀 더 포괄적인 사회참여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이밖에 박남기 총장이 미국 대학에서 연구하면서 느꼈던 경험들과 국내에서의 연구활동 등을 토대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입학사정관들에게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식에서 개개인의 능력(Individual Level)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었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도 전하였다. 사회 각 계층의 학생들이 모였을 때 다양성의 힘,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힘이 커지고 더 나아가 개인, 대학, 사회적으로 매우 큰 생존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하였다.
 
아랫목은 타들어갈 정도로 교육열이 뜨겁지만 윗목은 얼어붙고 있는 다른 많은 나라의 경우와는달리 그래도 우리의 대학신입생 선발제도는 온방이 고루 따뜻하도록 유지되어 왔다. 그것이 가능토록 한 연료는 부모나 가정의 배경이 당락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최대한 막아온 대학입학제도, 대학 입학 선발기준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토록 한 장치, 그리고 졸업 후 사회에 나갈 때에도 인맥보다는 개인의 자질과 능력이 가장 우선순위를 차지하도록 한 각종 선발제도였다.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이유로 온방 덥히기 방식 대학 입학 선발제도 기반이 위협받고 있다. 이미 교육열 냉각 계층이 점증하고 있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리 국민은 다른 국민에 비해 공정성 기준에 민감하며, 고등교육 기회가 한 학생의 앞날에 끼치는 영향력을 돌이켜 볼 때 이에 민감한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교육열을 유지하는 순수연료에 약간만 불순물이 섞여도 교육열이 급속히 냉각되거나, 아니면 사회적으로 강한 소용돌이가 일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대학 입학전형제도 논쟁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소외계층을 껴안지 못할 때 그 사회는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는 프랑스 석학 자크 아탈리의 경고를 우리 사회는 맹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학생 개인의 업적(능력+노력)이 부모의 업적에 의해 과대 포장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공정한 대학신입생 선발제도는 사회적 약자 계층 편에서 서서 그들을 배려하는 제도이다. 중용은 가운데 지점이 아니라 한 쪽으로 너무 기울고 있을 때 그 반대쪽에 힘을 실어주어 평형이 되게 하는 어느 한 지점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 박남기 총장의 결론 중에서
 


생각돌이
 | IDEA팩토리 손병희 기자 | sbh8823@korea.ac.kr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나만의 인생 스토리를 채우는 방식. 나만의 가치를 세상에 전달하고자 하는 의식은 항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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