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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기록문화의 경제적 가치

대한민국 교육부 2014. 1. 14. 11:00

고등학교 1학년인 제가 논문을 썼습니다. 제목은 '화성행차의궤와 화성성역의궤로 본 정조대 기록문화의 경제적 가치'입니다. 고등학생이 무슨 논문이냐는 생각이 드실 것 같습니다. 궁금하시죠? 서울고등학교 인문 영재학급은 1년간의 인문사회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수업을 받음과 함께 개인연구과제인 논문 한 편씩을 써야 하는데, 각자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주제를 정해서 깊이 있게 탐구해 쓰는 것입니다.

 

처음에 자신이 시작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지만, 다른 사람이 했던 과정과 시행착오를 알게 되면 쉽게 할 수 있죠. 그래서 제가 많이 부족하여 부끄러운데도 불구하고 논문 쓰기 과정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Know-How를 전달하게 되는 셈이므로 이렇게 되면 이 기사도 가치 있는 '기록문화'가 되는 셈입니다. 이제 논문 쓰기 과정을 소개합니다.

 

<연구하게 된 동기>

'봄비 1mm의 경제적 가치는?’ '영국 왕실의 경제적 가치는 80조 원’이라는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제 꿈이 경제학자이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라는 말에 관심이 갔고, 3월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들었던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학 강좌에서 한영우 교수님이 강의하신 내용인 '조선 시대 기록문화에 나타난 선비정신'이 떠올랐습니다. 정직하고 세밀한 기록이 실명성과 투명성을 통하여 공익정치와 애민정치를 가능하게 했다는 내용입니다.

 

화성건설에 사용된 거중기의 경제적 가치를 추산해 볼까 했으나 기존의 경제 연구소가 종종 추산하여 발표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조선왕조 의궤>에 나타난 ‘기록문화’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 안에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가치와 조선왕조의 백성을 중시하는 통치 철학이 녹아있습니다. 이에 <화성행차의궤>와 <화성성역의궤>를 중심으로 기록문화에 나타난 경제적 가치를 연구 하고자 했습니다.

 

<자료수집>

국립중앙도서관에 갔으나 시간적인 제약으로 인터넷 논문 검색 사이트를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연구하려고 한 '기록문화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선행 연구 자료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역사부문과 경제부문을 융합하는 새로운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연구를 진행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우선 역사부문의 자료는 단행본 책들을 사고, 경제부문은 필요한 논문을 검색하여 정당한 대가를 내고 내려 받았습니다.

역사부문 참고서적입니다.

실명제와 투명성에 관한 현대의 경제학 논문입니다. 읽고 주제와의 연관성, 논문 참고와 인용의 비중을 기준으로 하여 빈도 ABC로 분류했습니다.

<연구 방법>

기록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로를 찾아야 하므로 우선 <화성성역의궤><화성행차의궤>의 문헌 조사를 통해 실명성(책임성)과 투명성(부정부패 방지) 요소, 그리고 지적재산(know-how) 전수 관련 부분을 찾았습니다. 현대 경제학적 연구 중 실명제와 투명성의 경제적 가치와의 관계를 연구한 선행연구를 찾아 이를 토대로 두 <의궤>에 나타난 실명제, 투명성의 의미와 경제적 가치와의 관련성을 연결했습니다. 지적 재산권에 관하여도 같은 방법으로 경제적 가치와의 관련성을 연결했습니다. 즉 두 의궤와 현대 경제적 연구에서 찾아낸 요소들을 관련성에 따라 연결하여 의궤 기록의 경제적 가치를 추론했습니다. 또 처음에 예측하지 못한 경제적 가치 창출 부분이 연구 과정에서 발견되었는데, 두 의궤에 나타난 기록은 근대 사회로의 역사 발전 단계를 기록하여 근대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한 측면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로 인한 경제적 가치가 발생하였다고 보고 이 논문에서 수용하였습니다.

 

<자료 정리>

준비한 자료 수와 내용이 너무 많아 이것 보다가 저것 보다가 우왕좌왕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효율적으로 참고하기 위하여 참고 논문이나 책을 읽고 연구에 필요하여 인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각 논문 또는 도서별로 정리했습니다. 정리하면서 내용이해가 잘 되었고, 이 자료들을 논문 내용에 맞게 인용하여 붙임으로 실제로 작성할 때는 시간이 적게 걸렸고, 연구자인 저의 의도에 집중하여 내용을 전개하는 데 효율적이었습니다.

<현장답사>

<화성행차의궤>와 <화성성역의궤>에 관한 기록을 현장감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 정조가 출발했던 창덕궁의 돈화문에서 화성행궁까지 의궤에 나타난 길을 따라가서 화성성역을 답사했습니다. 이 내용은 아이디어 팩토리와 정책투데이에 실렸습니다. <참고> ‘2013년, 정조의 화성행차 길을 따라가다 
<논문 쓰기 지도>

경제와 역사를 융합하는 논문이어서 경제부문과 역사부문 전공하신 두 분의 지도가 필요했습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의궤에 나타난 기록문화의 경제적 가치를 정량평가, 즉 구체적인 액수로 산출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의궤」 자체도 아닐뿐더러 그 안에 기록된 내용의 경제적 가치를 탐구하는 경우 연구소나 연구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았고, 기존 연구 모형을 따라 할 수 있을지라도 고등학생의 연구라는 점에서 신뢰성에서 문제 될 여지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공신력 있는 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를 생각했고, 이 기관에서 하는 방법이 있다면 또 도움을 받아 진행하면 신뢰성 문제가 보완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문을 두드렸는데, 결과적으로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장 남상우 교수님의 지도를 받게 되었습니다. 역사부문은 서울고등학교 역사 교사인 남궁원 선생님께서 지도하셨습니다. 남상우 박사님과는 메일로 질문 드리고 답신 받는 방법으로 지도를 받았고, 남궁 원 선생님께서는 매일 뵙는 분이어서 대면지도를 해 주셨습니다. 초본을 제출하고, 보시고 말씀해주시면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두 분의 지도로 수정본이 일곱 차례나 나왔답니다.

남상우 박사님께서 답신 하신 메일 중 하나의 일부를 캡쳐한 것입니다.

<실제작성>

7월부터 11월 중순까지 틈틈이 작업한 논문이 완성되었습니다. 두 분의 지도를 받으며 그동안 다섯 번을 수정했고, 이것이 여섯 번째 수정판입니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입니다. 완성된 논문을 출력해 놓고, 나중에 꼭 해보고 싶었던 '출판기념 팬 사인회'를 모의로 했습니다. 사인받으러 온 팬은 동생과 어머니뿐이었지만 기분은 뿌듯했답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습니다. 완성된 논문을 보시고 남상우 박사님께서 의견을 보내주셔서 한 번 더 수정하여 일곱 번째 수정을 했습니다. 드디어 총 33페이지의 논문이 완성되었습니다.

 

초본부터 7차 수정본까지'모의 출판기념 팬 사인회'

<발표 당일>

1년 동안 함께 고락을 같이했던 친구들 앞에서 피드백을 받기 위해 토론형식의 발표를 했고, 또 부모님과 1년간 지도해주신 선생님을 모시고 발표했습니다. 친구 중 한 명은 기록문화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구체적인 액수를 추정하면 더 재미있겠다는 충고를 하기도 했고, 어머니 중에는 "어떻게 그런(역사적 사실에서 경제적 가치 찾을) 생각을 했나요?"라고 물으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가 경제학에 관심이 많고, 기록문화에 대한 내용은 3월에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학 강좌'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논문집 출판>

작성된 논문은 '우수논문집'이라는 이름으로 공동 논문집으로 출판될 것이고, 남궁원 선생님께서 저에게 개인 출판도 권하셔서 말씀대로 기말고사 후 다시 한 번 더 점검할 예정입니다.

 

<최우수상 수상>

2013년 12월 30일 인문영재학급 수료식이 있었고, 제가 쓴 '기록문화의 경제적 가치'가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느낀 점 및 교육적 효과>

 

자신감과 성취감

중학교 3학년 때 과학영재학급에서 일종의 논문인 탐구과제를 써본 적이 있습니다. 이때는 가설을 설정하고 과학적 실험 내용을 바탕으로 결과를 쓰면 되는 것이어서 실험을 유의해서 잘하면 별로 문제 될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인문학적 논문거의 문헌연구가 주를 이루고,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어 주장되어야 하는 특징을 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찾아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고등학생 수준에서는 부족함이 있을 것이라는 미진 감이 우울하게 했고, 선행 논문 같은 직접적인 참고자료가 없어서 제대로 하는 것인지 자신감이 부족할 때가 잦았습니다. 남상우 박사님과 남궁원 선생님의 확인과 격려는 자신감을 주셨습니다. 체육 시간 끝나고 심한 갈증 상태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 같았습니다.

 

논문 작성하는데 과정 하나하나가 어려웠습니다. 판단할 것도 많았고 자료정리와 그것을 융합하여 내 이야기로 만들어 쓰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거치고 나니 훌륭한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마음이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성취감을 느낍니다. 벌써 '내년에는 어떤 주제로 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역사적 문헌 속의 기록에서 경제적 가치를 찾았는데, 선행연구가 없는 걸로 봐서 제가 새로운 세계를 찾은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의 지적 호기심이 더욱 독창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우리 학교 인문 영재학급이 이런 과제를 부과하는 것 같습니다.

  

학자의 기본 자세와 더 발전시켜야 할 것

지도를 받는 중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남상우 박사님경제학 박사이신데, 저를 지도하시기 위하여 <화성행차의궤>와 <화성성역의궤>를 따로 찾아 공부하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에게 메일로 답신하실 때 공부하신 후 명확하게 경제적 가치 찾는 과정을 안내하셨습니다. 연세가 높고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님에도 고등학생인 저를 지도하기 위하여 준비하셨다는 것이 감사하고, 또 학자의 기본자세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동을 했습니다. 저도 커서 저의 꿈인 경제학 교수가 되면 어린 꿈나무들에게 많은 것을 전수하고, 성심성의껏 사랑으로 지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경제에서 숫자가 빠지면 좀 서운한 감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저의 논문이 그렇습니다. '기록문화의 경제적 가치'를 숫자로 환산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정량평가는 아니더라도 기록이 있기 때문에 없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가치를 창출했다는 것은 알아냈다는 것입니다. 기록문화의 경제적 가치는 긍정적입니다. 제가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더 생각하고 공부해서 더욱 의미 있는 연구로 연결하겠습니다.

 

지적재산 전달

많은 분의 도움으로 저의 능력이 부족함에도 완성했습니다. 본 연구 과정을 통하여 참고자료 수집, 연구하는 자세와 방법 등 엄청난 지적자료가 연구자인 저에게 내재되어 다음 연구는 훨씬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연구를 통해 습득한 노하우(비결), 즉 저 개인에게 내재한 암묵지를 어떻게 명시지(지적재산)로 만들어 후배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그 방안을 생각했는데, 이 기사가 그 방안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벌써 내년이 기다려집니다. 내년에는 더욱 발전된 논문으로 발표회를 가지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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