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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 가족 공부방을 열다.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겨울 방학, 가족 공부방을 열다.

대한민국 교육부 2014. 2. 3. 11:00

우리 아이들은 학원은 고사하고, 학습지 한번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초등 저학년까지는 주말마다 가까운 산과 강, 바다로 놀러 다녔습니다. 백두대간, 낙남정맥 종주를 했습니다.

초등 고학년 무렵 암 투병 중이던 할머니께서 심혈관질환으로 쓰러지셨습니다. 장기 입원 이후에도 재활치료를 해야 했습니다. 일상생활이 가능하기까지 3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집안일, 병구완, 아르바이트 너무 바빠서 아이들이 어떻게 크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첫째, 둘째는 중간 정도는 했습니다. 그런데 막내는 좀 달랐습니다. 받아쓰기하면 30점, 50점 어쩌다 70점 받아오는 날은 제가 가문의 영광이라며 액자 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 정도였습니다. 새 학년이 시작될 때마다 담임 선생님께서 삼 남매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데 너무 다른 외모와 성적에 놀라서 조심스레 친자식인지 여쭤보셨습니다. 초등 4학년 때 혹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지 부진아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여쭤봤습니다. 단호하게 아직 공부의 필요성을 못 느껴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학원이라도 보내야 하나 했지만, 본인이 거부하고, 조금 더 두고 보자는 생각에 미뤘습니다. 자신감도 의욕도 없던 아이가 초등 6학년 때는 무작정 손들고 나가긴 했지만, 발표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가기도 하고 좋아지는 듯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보살필 여유가 없어서 어영부영 보내다 중1 겨울 방학식 날 성적표를 보았습니다.


수학이 C, 영어가 D입니다. 제가 안타까웠던 건 점수가 낮아서가 아닙니다. 제 일 바쁘다는 핑계로 보살피지 못한 탓이라는 자책과 본인의 부족한 면을 알지 못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장래희망이 법관이라고 합니다. 이 성적에 어림없는 단지 꿈일 뿐이라고 할지 모릅니다. 찬찬히 얘기를 나눴습니다. 법관이 하는 일이 무엇이며 말 한마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고 했습니다. 그러자면 어떤 자격을 갖추고 얼마만큼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했습니다. 엄마도 시간을 낼 테니 같이 해보자 의기투합했습니다.

 

생활계획표를 짰습니다. 고맙게도 학교에서 겨울방학 중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국, 영, 수 하루 3시간씩 4주간 교육복지사업 후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좋아하는 역사책 많이 읽고 게임도 하게 정규 수업 이외에는 자유 시간을 주고 일주일에 한 번 도서관, 수영장은 허락했습니다.


진주시청에서 운영하는 원어민 영어캠프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2시간 반 수업하고 3주 과정에 5만 원입니다. 놀이학습 위주이고,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기회여서 신청했습니다. 학기 중 공부하던 재학생과 사회적 취약계층 우선이어서 첫날 신청하고서도 자리가 나길 기다려야 했습니다.


저는 수업할 때와 꾸짖을 때는 제 아이에게도 반말하지 않습니다. 감정이 격해지는 걸 방지하고, 공적인 자리임을 인식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럼에도 참 자주 조급함을 드러내게 됩니다. '이것도 몰라. 방금 설명해 줬잖아.' 울컥할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오전에는 둘째 영어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막내 영어 수업을 모두 제가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2주 정도 진행해 보니 집안일과 다른 모임, 조손가정 배움지도사 수업도 방학하긴 했지만, 그냥 놀릴 수 없어서 주에 이틀 나가다 보니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습니다. 하루 이틀 일정이 어긋나기 시작해서 결단을 내렸습니다. 둘째가 곧잘 이해하고 저보다 더 눈높이를 맞추었습니다. 이틀 해 보더니 저와 공부한 내용을 동생과 다시 공부하니 정리가 더 잘 된다며 좋아했습니다.

주변에서 그냥 학원 보내라 속상해서 자기 자식은 못 가르친다 반대했습니다. 직접 해 보니 장단점은 이렇습니다.

단점으로는 첫째, 시간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우선순위가 밀립니다. 최대한 저녁 자유시간을 이용하든가 그날 안에 보충하고, 정 안되면 다음 날 수업 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썼습니다. 둘째, 기대치가 높아서인지 반복되는 질문에 짜증을 내거나 모른다는 사실에 화가 났습니다. 존댓말을 사용하여 수업하는 동안은 사적인 욕심을 자제하려고 애썼습니다. 인터넷 카페에 공부일기를 공유하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합니다. '귀엽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위로하는 댓글을 보며 위안으로 삼았습니다.

포복절도할 독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 I have some money in the bank.

    내 돈은 은행에 있다.

● He became a cook.

    그는 요리되었다.

● English is spoken all over the world.

    영어는 세상 밖에서도 말해진다.

우린 이 독해를 소재로 마피아 콩트를 만들어 역할놀이를 하곤 합니다. 매일 새롭게 이상한 영작과 독해가 나오고, 어이없어하다가도 잘도 응용해서 놀이로 만들었더니 처음에 구박한다고 울먹이던 막내 자신을 개그 소재로 삼습니다. 긍정적인 자세는 타고났습니다.

장점으로는 내 아이의 실력을 제대로 알고, 공부 습관을 바로잡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르게 앉기, 큰소리로 읽기, 집중 못 할 때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통해 학교생활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새삼 선생님께 감사했습니다. 둘째,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화도 나지만 더 친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르치면서 더 많이 배우게 됩니다. 알고 있는 내용을 정리하고, 더 공부할 계기가 마련되고, 제 생활방식도 반성하고 고치게 되었습니다. 하루를 이렇게 길게 활용할 수도 있구나! 감탄할 정도로 알차게 보냅니다.

그동안 들어주지 못했던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 이야기, 게임 이야기, 등등 온종일 대화가 끊이질 않습니다. "됐어. 엄마 바빠. 나중에 얘기해." 그렇게 지나친 시간이 아쉽습니다. 2월 말까지 우리의 가족 공부방은 계속됩니다. 그동안 자기 주도 학습 능력도 키우고, 공부가 습관이 되어 즐겁게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망하는 법관이 되고 못 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법무사가 되어도 좋고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도 좋습니다.

 

큰아들은 학교에서 과학 선생님 수업하시는 모습에 감명받았는데 직접 해 보니 정말 보람 있고 즐겁다며 교사가 되겠다고 합니다. 농담으로 집안에 의료계, 법조계, 재계 한 명씩은 있어야 한다고 했더니 그런 제자 키워내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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