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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첫 아이 고등학교를 졸업시키며

대한민국 교육부 2014. 2. 25. 07:00

고등학교 졸업이 가지는 의미

 

첫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시절에는 인문계 고등학교도 전문대학을 포함하여 반 정도가 대학을 진학해서 졸업은 곧 사회로의 첫발을 의미했습니다. 생애 마지막 졸업식이라 참 많이 울고 서운했습니다. 그러나 딸이 다녔던 진주여고도 91.7%가 대학에 진학하고 나머지는 재수하다보니 이제 고등학교 졸업은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하는 듯합니다. 

<사진관에 증명사진 찍으러 가는 길><주민센터에 주민등록증 발급하러 갑니다.>

초˙중학교 졸업식과 하나 다르다면 주민등록증 발급을 신청한 것입니다. 우리 때는 만 18세였는데 17세에 발급받습니다. 딸은 96년생이라 수능을 앞둔 시점보다는 조금 더 예쁘게 보이려고 미뤘습니다. 집 앞 사진관에 가서 증명사진을 찍었습니다. 주민센터에 가서 열 손가락에 인주를 묻히고 지문을 찍었습니다. 성인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아직 투표권도 없고, 술 담배 안되고, 유흥업소 출입도 되지 않아." 주민센터 담당 직원이 웃으며 얘기합니다. "안 해요." 손사래를 칩니다. 벌써 내 딸이 주민등록증이 생기다니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졸업식 이모저모

 

한때 이색 졸업식이 유행했는데 이벤트는 평소에 즐기고 평범하게 준비했다고 합니다. 물려줄 하복과 춘추복은 종이가방에 넣고 마지막으로 동복 교복을 입었습니다. 본식보다 30분 먼저 등교한 딸은 교실에 들러 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과 앨범을 받았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 다른 지역으로 가시기 때문에 진주에 있어도 뵙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아빠처럼 표현은 많이 않으셨지만 따뜻한 분이신데 가슴 한편이 휑합니다.

졸업식장입니다. 반 대표가 나와서 졸업장을 받고 모두가 환호합니다. 성적 우수상과 대외장학금, 표창장 수여가 있었습니다. 아주 열렬히 축하했습니다. "예쁘다, 멋지다, 최고다." 상을 받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고, 진심으로 친구를 축하해 주는 의젓한 모습입니다. 과격한 축하 행사도 없고 조용히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헤어짐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기에 담담합니다.

진주여고이니만큼 박경리 비 앞에서 기념사진은 필수입니다. 더구나 글을 쓰겠다는 우리 딸 선배님 앞에서 한 장 찍자니 졸업 앨범에 있다며 도망갑니다. 동복은 친구의 사촌 동생에게 주기 위해 벗어주고 왔습니다. 

<우리 딸의 꽃다발입니다. 실속있게 봄동과 소시지로 만들었습니다. 친구들과 부모님께 하나씩 나눠 드리며 바구니에 겨우 담아갔던 큰 꽃다발이 작아졌습니다.>

딸과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


고등학생이 되어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좋은 선생님과 친구를 만난 것입니다. 중학교 때 교복을 찢어 사물함에 넣었던 친구도 부당하게 따돌림당하는 걸 알면서도 편들어 주지 못했던 친구와도 화해했습니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조금 다른 너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누구보다 이런 우리 딸을 이해해 주신 건 선생님이셨습니다. 특별히 공부를 잘하거나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도 아니었건만 소심한 글쓰기를 격려해 주시고 기억해 주셨습니다. 이상하지만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아이, 본인은 참았던 울분이 폭발한 거라고 하는데 가끔 기괴한 행동을 하는 아이에서 섬세한 아이, 표현법이 서툰 아이, 혼자 삭혀야 했던 세월이 긴 아이로 봐 주셨습니다. 자칭 못된 아이라며 우리 딸의 아픈 곳을 드러내며 아무렇지 않게 대해줌으로써 마음을 나누게 된 절친한 친구도 몇 명 생겼습니다.

다시 출발선으로

 

"집안 형편도 어려운데 무슨 작가냐? 글 쓰는데 굳이 대학을 가야 하느냐? 적당한 대학 나와서 빨리 밥벌이할 궁리 해야지. 대한민국에서 전공 살려 진로 찾는 사람 몇이나 되느냐?" 준비가 미흡해 원하는 대학을 진학하지 못한 딸이 재수하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한 말입니다. 다툼이 싫어 늘 양보하고 말을 아꼈던 딸이 처음으로 용기를 냈습니다. "지금은 제가 좋은 글을 쓰기에 너무 부족합니다. 더 많이 배워서 사람들에게 도움되는 감동적인 글을 쓰고 싶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꼭 대학을 가야 작가가 되는 게 아니므로 열정적으로 공부하지 않을 간판 따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 아직 아르바이트도 부모님 동의서 받아서 하는 만 17세입니다. 제 나이에 가장 적합한 선택인 천천히 갈 기회 쓰겠습니다." 울먹울먹 저 말을 내뱉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족 때문에 형편상 포기할 수밖에 없었노라 나중에 원망할 일이라면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도 결코 올바른 선택이 아님을 양껏 욕심부려야 할 순간에는 주저하지 말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부모가 바라는 건 일류 대학 졸업장도 대기업 취업도 아닌 자식의 행복임을 잊지 말라고. 단지 조금 수월한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람에 걱정되서 하는 말이라고. 이제 막 자신의 꿈을 선택한 딸에게 도전할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우리 부부가 더 많이 일해야 하고, 제가 하고 싶은 공부는 조금 더 미뤄야 합니다. 그럼에도 한 번은 해 주고 싶었던 일 하게 되어 뿌듯합니다.

 

다시 출발선으로 가는 딸을 응원합니다. 힘들게 온 길이 아픔만은 아니었고, 돌아가는 길이 좋은 밑거름이 되길 기원합니다. 아울러 우리 딸처럼 어려운 선택한 학생 여러분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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