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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 너희에겐 어떤 의미니?
자유학기, 열네 살 꿈의 교실
자유학기제 I 잠실중학교 I 진로교육 I 직업체험
# 열네 살, 우리의 꿈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봐도 우수한 학생들입니다. 다수의 세계 올림피아드 금메달을 휩쓸기도 하고, PISA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도 늘 1, 2위를 다투기도 합니다. 그런데 청소년들에게 '네 꿈이 뭐니?'하고 물으면 그저 웃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고, 고3이 되어 수능 점수에 맞추어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많은 것을 가르치느라, 눈앞의 시험의 부담 때문에 '아이들의 진로'에 대해 고민할 여유는 갖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2013년 가을, 중학교 1학년 교실에 새 바람이 불었습니다. 바로 '자유학기제'라는 교실혁명이 일어난 것인데요. 그렇다면 '자유학기제'란 무엇일까요?
자유학기제를 한눈에 정리해 보면 위와 같습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려는 노력에서 출발한 자유학기제는 2013년 6개의 학교를 시작으로 2014년에는 전국적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먼저 시행한 6개의 연구학교는 시범운영을 통해 더 나은 자유학기제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 자유학기제,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지난달, 서울 잠실중학교에서는 인근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설명회에서는 수석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께서 자유학기제의 취지와 진행상황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또, 쉽게 오해할 수 있는 자유학기제의 방향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짚어주셨는데요. 지금부터 저와 함께 자유학기제 설명회를 하나하나 풀어봅시다!
자유학기제의 취지에 대해 설명 중이신 잠실중 교감 선생님
# _1. 열다섯 살 꿈의 교실, 일 년쯤 놀아도 괜찮아
잠실중학교 자유학기제의 가장 큰 특징은 '동기유발프로그램'입니다. 자유학기제인 2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먼저 '열다섯 살 꿈의 교실'이라는 MBC 다큐멘터리를 보며 학생들 스스로 자유학기제의 필요성에 대해 느끼고 그 간의 학업 계획과 한 학기의 목표를 스스로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어린 학생들이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동기유발프로그램'의 효과는 대단했다고 하는데요. 아이들은 처음으로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좋아했고, 이어지는 자유학기에서도 훨씬 높은 참여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역시 모든 일에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저 또한 다시한 번 깨달았습니다.
#_2. 시험이 없는 학기? 학생들을 놀게 놔두는 것은 아닌가요?
자유학기제는 시험이 없는 학기니까 학생들이 학교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놀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해 선생님께서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평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며, '단순히 서열화하는 것이 진정한 평가인가?' 라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자유학기 동안은 물론 공식적인 중간, 기말고사가 없지만, 평가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각 과목의 평가를 여러 수행평가(소감문, 편지쓰기, 보고서, 포트폴리오, UCC 만들기 등)로 대체해 학생들을 다각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과목마다 그 방법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해 오히려 학생들이 더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학생들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는 시간도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고입에 반영되지 않는 제도적 보장이 학생과 교사에게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자유를 준다는 것입니다.
#_3. 그렇다면 잠실중학교의 구체적인 커리큘럼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선택프로그램-보컬트레이닝반선택프로그램-요리연구반
잠실중학교는 매일 오전에는 기본 교과목에 대한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화요일, 목요일 오후에는 '선택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선택 프로그램은 모의창업, 디자인, 로봇연구, 영화제작, 바리스타 등이 있으며, 상반기와 하반기로 구분하여 각 6개씩 총 12개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는데요. 학생들은 시기별로 2개의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어 한 학기 동안 총 4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선택 프로그램은 철저히 학생들의 요구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운영되었다는 것이 특징인데요. 2차례에 걸친 설문을 통해 진행된 만큼 학생들의 참여도와 반응이 뜨거웠다고 합니다. 특히 진로 탐색과 연계하여 운영되면서 전문 강사와 교사가 팀티칭 방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했다고 합니다. 교사는 사후 관리를 통해 학생들의 진로지도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을 듣고 다시 중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답니다.
선택프로그램-바리스타반선택프로그램-로봇연구반
매주 선택프로그램이 운영됨과 동시에, 2, 3학년 중간, 기말고사기간에는 시험이 없는 1학년 아이들은 '직업체험 진로페스티벌'에 참가합니다. 소수정예로 짝을 지어 직접 직업 현장에 찾아가 배우는 것입니다. 이때에는 학생인솔에 부족한 교사의 수를 학부모가 자진해 도움을 주시기도 한다고 합니다.
#_4. 교과목을 가르치며 동시에 진행되는 선택프로그램, 시간여유가 부족하진 않나요?
잠실중학교만의 자유학기제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수석선생님
선택프로그램의 운영을 위해 기본 교과의 시수를 조금은 줄였다는 잠실중학교. 진도에 대한 우려에 대해 수석선생님은 오히려 더 발전적인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목들은 많은 부분이 겹치는 것들이 있다는 것에 착안해 잠실중학교에서는 '주제 통합형 수업주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과목 간 연계와 융합을 통한 수업을 진행하며 '핵심적'인 것을 ‘통합적으로’ 가르칠 기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 토론논술형 수업주간을 만들어 학생들이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더욱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 아이들을 위한 학교, 아이들이 만드는 교실
"처음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교육정책이에요. 학생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훨씬 뜨겁습니다."
잠실중학교 선생님은 한 학기의 자유학기제를 위와 같은 표현으로 정리해주셨습니다. 물론 업무부담이 굉장하고 체험 처를 발굴하는 일은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만, 발표수업, 프로젝트나 실습 등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수업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무엇보다 학생들도 우려했던 실력저하보다는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더 많이 일어났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셨습니다.
# 자유학기제, 너희에겐 어떤 의미였니?
설명회에서도 학생들의 반응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지만, 자유학기제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저는 학생들의 '솔직한'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많은 학생의 이야기를 들을 순 없더라도 학생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 작은 설문조사를 준비해보았는데요. 70% 정도의 학생들이 자유학기제에 대해 긍정적이었고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고 응답했습니다. 한 학기가 짧게 느껴지고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며 자유학기제가 그동안 아이들에게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 열 네 살, 꿈을 찾은 학교
제게 누군가 교사가 되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는다면 저는 '학생들이 나를 통해 꿈을 찾도록 돕는 일'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교과목을 잘 가르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의 역할은 단지 그것뿐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유학기제는 서열을 중시했던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는 대단히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저 지나가는, 유지되기 어려운 교육정책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자유학기제의 모델인 아일랜드의 '전환 학년제'도 완전하게 도입하는 데 4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번 설명회에서 제 머리를 가장 많이 울렸던 말은 "학교에서 경쟁만 배우고 협동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때, 과연 그 사회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라는 말이었습니다. 물론 한 학기의 '자유'가 누군가에게는 시간 낭비처럼 느껴지고 학업결손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자유학기를 통해 꿈을 찾은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진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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