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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모란이 피는 영랑의 생가에서 시를 만나다

대한민국 교육부 2014. 5. 19. 13:00


민족 시인, 영랑 김윤식 시인
모란이 피는 영랑의 생가에서 시를 만나다.

모란 I 영랑 I 모란이 피기까지는 I 영랑 생가 I 영랑 김윤식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 뚝뚝 떨어져 버린 날……. (중략)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학교 다닐 때 누구나 한 번쯤은 교과서에서 만났던 영랑 김윤식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가슴 아픈 날을 보내고 있는 봄날에 전라남도 강진군에 있는 영랑 생가를 찾았습니다. 우리 집 화단에 모란이 뭉글뭉글 피어오른 모습을 보며 영랑 생가에도 모란의 향이 그윽할 것을 기대하며 강진으로 이른 아침 떠났습니다. 평소 영랑의 향토색 짙은 표현과 이슬 방울처럼 맑고 고운 선생의 시를 좋아했습니다. 모란의 습성이 며칠 사이에 후두둑 떨어져 버리는 꽃이기에 서둘러 떠났습니다. 영랑 생가에는 저의 바람처럼 자줏빛의 모란이 화사하게 피어 환한 미소를 줍니다.

 

영랑 김윤식 선생은 1919년 기미 독립운동이 일어나자 고향에 내려와 독립 운동을 주도하다가 일본 경찰에 발각되어 대구교도소에서 옥고를 치르기도 하였습니다.

영랑 김윤식 선생은 1930년 3월 창간된 시문학 지를 창간하고,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등 시 30여 편을 발표하였습니다. 영랑 김윤식 선생은 작고하기까지 주옥같은 시 87편을 발표하였으며, 그 중 60여 편이 일제 강점기에 창씨개명, 신사참배 등을 거부하며 이곳 생가에서 생활하면서 쓴 것이라고 합니다. 영랑 선생님은 구수한 남도 사투리를 음악성 있는 시어로 표현하는데 탁월한 감각을 지녔던 시인으로 현대 문학사를 빛낸 순수 서정시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한, 친일문장을 단 한 줄의 문장도 쓰지 않은 민족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영랑 생가를 둘러보다 보면 안채 마당에 있는 샘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바로, <마당 앞 새암을>의 소재가 되었던 샘입니다. 또한, 안채 뒤편에는 약 300년이 넘은 향토수종의 동백나무 5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영랑 선생님의 시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영랑 생가를 둘러보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시비 앞에 멈춰서 잠시 시 한 편을 읊게 됩니다.

영랑 선생이 참여한 시문학 파는 우리나라 현대 시의 시파(詩派)중 하나입니다. 1930년에 창간돼 시 전문지 시문학을 중심으로 순수시 운동을 주도했던 김영랑과 박용철, 정인보, 변영로, 이하윤, 정지용의 참여로 창간호가 발간되었습니다. 나중에 김현구, 신성정, 허보 시인이 새로 참가하였습니다.

시문학 파는 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KAPF)의 정치적 경향시에 반발하여 문학에서 정치성이나 사상성을 배제한 순수 서정시를 지향하고자 한 점이 가장 중요한 특색입니다. 어쩌면 시문학파는 순수문학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모태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시문학파 기념관은 특정 작가에 한정하지 않고 한 시대의 문예사조를 조망하는 문학 공간으로서, 한국 문학사상 최초로 기록된 문학유파 기념관이라고 합니다. 전시실에는 9명의 시문학파 시인들의 육필원고와 유물 저서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영랑 생가를 나오면서 들어갈 때, 제대로 보지 못했던 돌담길을 만났습니다. 영랑 선생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의 시가 절로 떠올랐습니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험난하고 힘든 일제 강점기에 굴하지 않고 친일 문장 하나 쓰지 않으며, 주옥같은 향토성 짙은 시어로 문학의 발자취를 남긴 영랑 선생. 그의 시처럼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은 나날이 매일 되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못다 피운 꽃봉오리가 활짝 피어 향기를 내뿜을 수 있는 행복 세상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돌담길의 햇살을 머리에 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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