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블로그

합리적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행동 본문

교육부 국민서포터즈

합리적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행동

대한민국 교육부 2014. 10. 17. 13:00

합리적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행동

합리적인간 I 비합리적선택행동 I 충동구매 I 이타주의선택 | 기부행위 | 뇌과학

경제학이 전제하는 합리적 인간(합리적, 이기적)의 예외적 행동

맹자는 사람의 본성이 착하다고 보는 성선설을 순자는 악하다고 보는 성악설을 주장했는데요. 어떤 입장이냐에 따라서 그다음 전개되는 내용이 다르겠죠! 제가 관심이 많은 경제학에서는 사람을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전제하기 때문에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다른 조건이 불변일 때 가격이 상승하면 상품에 대한 수요는 늘고 공급은 증가한다고 하는 수요‧공급법칙이 나오게 되고, 경제 정책의 큰 틀을 이야기할 때, 시장원리에 맡기자는 말을 하게 되는데 이는 가격의 변동에 따른 수요‧공급 법칙에 맡기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합리적‧이기적인 인간, 경제적 유인에 반응하는 인간에 대한 전제가 달라진다면 수요‧공급 법칙으로 어떻게 설명할까요? 가격이 상승하는데도 계속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또는 가격이 하락하는데도 수요가 계속 감소하는 것을 수요‧공급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인간은 항상 이기적인가요? 아닐 때도 자주 있죠! 경제학에 관심이 많은 제가 서울고등학교 인문 영재학급 논문을 쓰기 위해 탐구하면서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서 기존의 경제학과는 다른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지금부터 소개하겠습니다.

 

비합리적 선택‧행동의 사례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더 좋은 선택을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요, 경제학에서는 ‘제한적 합리성’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제가 어릴 때 우리 가족은 모두가 함께 시장 보러 갈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가끔은 큰 재래시장에 갈 때도 있었는데, 아빠는 처음 가게부터 다음 또 다음 가게를 지나며 계속 같은 품질인지를 확인하고 가격을 물으셨습니다. 모든 가게를 다 확인한 뒤 가장 싼 가게로 다시 돌아가서 사셨습니다. 우리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빠는 가격이 이렇게 차이가 크게 난다고 하시며 싸게 산 것에 대해서 만족해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들르지 않은 가게가 나중에 발견되고 그곳이 더 싸게 판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아빠는 많이 아쉬워하셨습니다.

 

애덤 스미스 이후 경제학자들은 인간의 선택은 완벽하게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선택한다는 전제 위에 있습니다. 상품을 사려는 사람은 시장에 있는 같은 품질의 상품에 대해 수량이나 각각의 공급자들이 받고자 하는 가격을 다 알고 있으며 가격이 아주 적은 금액의 차이가 나더라도 그리고 비록 그 상품을 파는 가게가 먼 곳에 있을지라도 더 싼 것을 선택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완전경쟁시장인데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죠. 또 이기적이고 경제적 유인에 반응하는 인간의 선택은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정확하게 알고 가장 유익한 것을 선택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항상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경제학에서는 거래가 이루어졌다면 이익이 증대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모든 거래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싸다고 생각하고 샀는데, 더 싸게 파는 곳도 있고, 엄청난 수익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손해만 보고 접어야 하는 사업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경제학에서는 ‘제한적 합리성’이라고 설명합니다. 한계를 가진 우리 인간이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소비할 때는 귀찮아서 또는 시간부족으로, 투자할 때는 대박 날 거라는 예상에 도취하여 꼼꼼히 따져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알고 결정한다는 전제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2014년 10월 6일 10시 24분경 매일경제 신문 홈페이지, MK 증권 - '시세' 화면]

구체적 수치를 보고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항상 이익이 되는 선택만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2014년 10월 6일 22시 28분경 매일경제 신문 홈페이지, MK 증권 - '현재가' 화면] 

어느 한 기업의 주식에 대해서 그날 주식시장에서 거래된 최고가·최저가·시세 등이 표시되고, 1년 52주 동안의 최고가와 최저가, 외국인 보유 비중 등 구체적 자료를 수치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모두 이해한다고 하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고수는 손해를 보지 않고 이익이 많아야만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이 경험하신 어른의 말씀입니다. 시장에서는 학문에서처럼 다른 조건이 불변이거나 원칙대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경제학자가 반드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충동적 선택‧행동을 할 때도 있는데, 기업은 뉴로-마케팅 전략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길을 가다 보면 할인 판매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50% 또는 70% 할인한다는 문구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들을 때,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때로는 사은품 때문에 사는 경우도 있는데, 그 사은품이 100%인 경우도 있지만, 추첨해서 당첨되어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구매행위가 의미 없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엄마는 대형 할인점에 가면 돈을 과하게 쓴다고 속상해하시며 경계하십니다. 이런 할인점의 특징은 하나씩 팔지 않고 묶음으로 파는 경우가 많은데, 전체 금액을 상품 숫자로 나누면 한 개의 가격은 싸지만, 우리 가족이 필요한 것은 한 개이므로 나머지는 과소비 또는 낭비인 셈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경우는 순간 기분과 착각 때문에 소비를 하는 경우인데요, 합리적 소비와는 멀어진 경우죠. 사람의 이러한 면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 중에 '뉴로-마케팅'이 있습니다. 뇌의 활동을 관찰해서 비합리적 선택을 할 때가 언제 또는 어떤 경우인지를 연구해서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인데요, 기업이 매출 증가를 목표로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소비자는 충동구매를 비롯한 비합리적 구매를 많이 하게 되고 지갑을 쓸데없이 열게 되는 셈이죠.

50~70% 할인이라는 문구가 저를 사로잡습니다. '뭔가 살 것이 있을까' 하고 한참을 서성이며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계획에 없던 것을 사게 됩니다.


이타적 선택‧행동(선행‧기부행위)에 대해, 도덕적 유전자 또는 뇌-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경제학은 이기적인 인간을 전제로 하지만, 인간에게 이기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죠! 기꺼이 내 것을 친구에게 양보할 줄도 알고, 멀리 있는 어린이를 돕기 위해서 저금통을 털기도 하죠! 요즘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활용해서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데, 재능기부라고 하지요. 어려운 일 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달려가서 기꺼이 자원봉사를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타적인 선택‧행동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기부행위에 대해서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생물학자 중에 인간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이타적 유전자가 있고 그것 때문에 순수한 마음으로 기부행위를 한다고 합니다. 이타적 공감능력을 나타내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어 즐겁게 기부한다고도 합니다. 또 다른 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보는 눈을 의식해서 기부한다고 합니다. 이때 뇌과학적인 설명이 더해지는데 기부행위를 해야 할 때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이미 뇌의 편도체가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고, 그것 때문에 기부하는 행위를 선택하게 한다고도 합니다.

이타적 기부행위의 한 사례, 서울고등학교 유네스코 동아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 활동 중 일부입니다. 역사관 뒤뜰에서 직접 키운 채소를 까리따스 수녀원에 기증하는 모습입니다. 수녀원은 이렇게 기증받은 식자재를 사용해서 매일 노인들께 무료로 음식을 제공합니다.  


2013년 여름방학 때, 제 동생이 다니는 정신여중의 합창단이 캄보디아에서 음악 봉사 활동을 했습니다. 올해도 몽골에서 같은 활동을 할 계획으로 점심시간마다 합창 연습을 했는데요, 힘들었다고 하면서도 또 준비한 동생을 생각하면 인간에게는 타고난 이타적 유전자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연습했는데, 아쉽게도 올해는 교외 단체활동을 자제하여 몽골에는 가지 못했습니다.  


느낀 점 및 교육적 효과

경제학은 모든 인간이 합리적‧이기적‧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 바탕 위에서 다른 것이 불변일 때 가격 또는 소득 등 한 가지 조건이 변하는 것을 가정하여 이론을 전개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위의 사례와 같이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실제로는 완벽하게 합리적일 수가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선택‧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이론 방향과 다른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방향으로 신경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있는데, 경제학을 뇌과학을 활용해서 분석하려는 시도입니다.

 

물론 저는 기존의 경제학에 경의를 표합니다. 합리적‧이기적‧경제적 유인에 반응하는 인간을 가정하고 만들어진 정교한 이론과 그 바탕 위에서 효율적 선택을 다루는 학문 경향에 매혹되어, 경제학도가 되고자 하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예외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무언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상의 새로운 부분을 보면서 혹시 다른 학문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하는 실험과 해석이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할 수 없겠죠! 새로운 시도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즉, 인간이 합리적 이기적이라고 하는 전제를 벗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새롭게 해석되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모든 것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