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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처럼 살다가신 세 분의 이야기 본문
아이처럼 살다가신
세 분의 이야기
동화책을 좋아하시나요? 아마 어린 시절에 잠깐 읽었던 간단한 책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린이가 단순히 어른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없듯이, 동화책도 일반 소설책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동화책이라고 해서 마냥 밝거나 깊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동화책에도 작가의 삶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서울도서관에서는2015년 5월 6일부터 31일까지 아동문학의 대가 이오덕, 권정생, 하이타니 겐지로의 삶과 책을 주제로 ‘아이처럼 살다’ 전시를 엽니다. (평일에는 9~21시, 주말에는 9~18시, 일요일· 공유일 휴무)
1층 전시실에는 세 벽면에 각각 이오덕, 하이타니 겐지로, 권정생 순으로 그들의 삶과 작품, 사진을 전시합니다. 전시장이 크진 않지만, 직접 쓴 원고의 손글씨를 직접 읽어보고, 당시 찍은 사진을 눈앞에서 본다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전시장에서 나가면 4층 로비까지 이어지는 계단 벽면에 하이타니 겐지로, 권정생, 이오덕의 삶과 책들이 나열되어 있고, 4층 로비에서는 이오덕과 권정생의 편지, 이오덕의 기록, 세 분의 작품세계에 등장하는 인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글짓기 교육은 손끝으로 잔재주를 부리도록 가르쳐 왔다. (중략) 그 결과 모든 학생들에게 공통되는 것은 삶을 외면하는 태도였으며, 실감이 없는 빈 말의 모방적 나열이요 허식적 문장 꾸며 만들기였다. (중략) 글쓰기 교육은 삶을 떠난 글 만들기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삶을 바로 보고 삶을 얘기하는 글을 쓰게 함으로써 어린 사람들의 세계를 건강하게 가꿔 가려고 하는 것이다.”
“교육을 하는 사람이 어린이를 무시하거나 멸시해서는 안 되지만, 특히 글쓰기로 교육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린이를 높이 보고 섬길 줄 알아야 한다. 어린이의 마음과 삶을 이해하려고 하고, 그들의 세계에서 배울 것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글쓰기 교육을 해낼 수 없다. 어린이의 글을 멋대로 깎고 보태거나 어른의 생각대로 글 버릇대로 씌어지도록 바라는 사람은 글쓰기를 가르칠 자격이 없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보 1호중
이오덕은 19살의 어린 나이에 교직생활을 시작하여 동화 작가로도 살았지만, 글쓰기 교육자, 아동문학평론가 등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활동을 왕성하게 하셨습니다.
아이들의 문집을 내기도 하고 동시‧동화를 쓰셨습니다. 특히 글쓰기 교육에 힘을 쏟았는데, 42년간 몸담았던 학교에서 뿐 아니라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어린이도서연구회, 우리 말 살리는 겨레 모임 등 여러 모임을 만들고 강연하는 데 적극적이셨습니다. 머리로 지어내지 않고 마음에서 우러나 글을 쓰는 것, 그것이 글쓰기 교육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말년에는 무너미 마을에서 소박한 생활을 하고 여전히 글을 쓰며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나의 인생에는 세 가지 이상이 있습니다. 글을 계속 쓰는 일, 아이들과 계속 함께 살아가는 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육체노동으로 일해서 자급자족 생활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어릴 때 전쟁을 겪고 가난하게 살면서도 글을 쓰기 위해 교육 대학에 갔습니다. 어린이 시 잡지 <기린>에 영향받아 아이들과 함께 글을 썼습니다. 큰 형의 자살로 교사를 그만두고 오키나와에서 방랑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랜 방랑 생활 끝에 그는 대표 작품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와 ‘태양의 아이’를 썼습니다. 강연과 집필을 계속하는 도중에도 그는 바다와 마라톤, 여행을 사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식도암과 췌장암에 걸렸지만 약물 치료를 거부하고 자신의 뜻대로 “죽음을 자연에 맡겼습니다.”(그의 유서 중)
“나의 동화는 슬프다. 그러나 절대 절망적인 것은 없다. 내가 쓰는 동화는 차라리 그냥 ‘이야기’라 했으면 싶다. 서러운 사람에겐 남이 들려주는 서러운 이야기를 들으면 한결 위안이 되고 그것이 조그만 희망으로까지 이끌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슴에 맺힌 이야기가 있으면 누구에겐가 들려주고 싶듯이 그렇게 동화를 썼는지도 모른다.”
‘강아지똥’과 ‘몽실언니’로 유명한 권정생은 가난하게 태어나 전쟁을 겪었고, 20대에 결핵을 앓았습니다. 그 때문인지 평생 아픈 몸을 이끌고 거지 생활을 하며 약하고 아픈 생명들, 그러나 생명력을 잃지 않은 것에 대한 동화를 써서 희망을 전했습니다. 그리곤 빌뱅이 언덕, 동네 청년들이 지어 준 여덟 평짜리 흙 집에서 여전히 아프지만, 평화를 바라며 돌아가셨습니다.
세 분의 삶을 살펴보니 비슷한 점이 있었습니다. 밑바닥에서 살아가면서도 동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삶, 희망을 전해주는 삶, 위선적‧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삶. 이 세 분의 삶은 오늘날 동심을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세 분이 쓰셨던 작품을 직접 보니 어른들의 글을 따라해보거나 마음에서 우러나지도 않은 글을 쓰려고 했던 기억이 떠올라 찔리는 부분이 많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화책이라고 해서 깊이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순수하다는 것이 세상을 전혀 모르고 은둔 생활을 하며 글만 쓰는 삶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삶의 밑바닥을 체험하신 분들이 꿋꿋하게 동심을 지켜나가며 오히려 희망을 전달하는 것이 정말 ‘순수’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앞으로는 동화책과 아동문학도 관심있게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서는 1층 전시실에서는 ‘내가 쓰는 이오덕‧ 하이타니 겐지로 책’ 행사로 천 명의 시민이 두 분의 책을 따라 써서 두 분 재단에 선물로 드리고, 참여하신 분께 전자책으로 만들어 선물로 드리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강연회와 이야기 마당’도 진행하는 데, 총 세 번의 강연회와 한 번의 이야기 마당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강연회는 서울도서관이나 어린이도서연구회에, 이야기 마당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신청을 해야 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도서관 홈페이지(http://lib.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일이 많은 5월, 전시회를 방문해 아이처럼 살다 가신 세 분의 삶을 더욱 가까이 느끼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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