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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한 중3 남학생이 가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참한 중3 남학생이 가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대한민국 교육부 2010. 5. 18. 07:00
한준수(가명 당시 16세,중3) 의 가출 소식은 큰 충격이었다.
준수는 늘 조용하고 공손하고 예의 바르고 웃을 때도 빙그레 소리 나지 않게 웃는 학생이었다.
 
준수는 내가 하던 책대여점의 단골 학생이었다.부모님이 맞벌이를 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늘 혼자 집에 있었다. 준수는 외동아들(무녀 독남) 이었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온순한 아이였다.
 
한 동네에서 12년을 책대여점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나를 잘 따랐다. 비디오는 취급하지않고 책만 대여해 주었다. 학생손님이 80% 였는데 상점으로 들어 오면서 공손히 인사를 하고 웃으며들어 오고 갈 때도 꼭 "안녕히 계세요" 하며 돌아 갔다. 대부분 학생들이 예의가 바르고 밝고 예뻤다. 어른들보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나는 학생들과 책이야기, 아이돌 가수이야기, 영화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었다. 그러면서 인간적인 정이 들기 시작했다.
 
전에 살던 도시에 내가 살던 곳은 6개 단지의 아파트가 있는 6,000세대가 있는 신도시였다. 
준수네 아파트는 31평형으로 모두 1,000세대가 살고 있었다.

* 사진은 우리 동네에 있는 중학교 사진입니다: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2005년 7월 여름방학 때였다.
어느날 준수엄마가 상점으로 찾아왔다. 준수가 집을 나간지 며칠이 된다고 했다.
 
"어제껜가 그저께 환타지 소설을 빌리러 왔었는데요? 준수가 왜 집을 나갔을까요? 그럴 애가 아닌데요."

"저와 아빠가 인문계 고등학교에 꼭 가야한다고.. 3학년 올라 가자마자 자주 말했어요. 그게 부담이 많이 됐나 봐요. 아들 하나 밖에 없는데, 준수 때문에 맞벌이도 하고 있구요. 이런 일이 생길줄은 정말 생각 할 수 없었어요"

준수 엄마는 너무 걱정을 해서 얼굴색이 창백하고 입술이 다 텄다.
착한 성품이 얼굴에 다 나타나는 순박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준수 엄마는 인근 소도시의 공단의 공장에 다니고 있었다.
 
"개학하면 인문계에 진학을 할 건지, 실업계에 진학을 할 건지 담임선생님에게 말씀을 드려야 하니까 준수도 고민이 많이 됐나봐요. 얼마나 고민을 했으면 애가 집을 나갔을까요?"
"그런데 멀리는 안 갔나봐요. 혹시 또 오면 집으로 연락을 해주세요. 집에 있을게요"
 
"네 책을 빌려 갔으니까 돌려주러 올 것 같아요 오면 바로 연락을 드릴게요. 책을 빌리러 오는것 보니 요 근처에 있는 것 같아요. 여름이니까 다행이예요"

준수어머니에게 실업계 고교에 가도 착실한 학생들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대학진학에도 내신이 유리 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준수가 편하고 행복할 수 있게 집에서 부모님이 더이상 인문계 말은 안하는게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준수엄마와 준수가 상점에 오면 내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서 연락하기로 했다.
준수 부모가 경찰에 가출신고를 해둔 상태였다.

'여기 책 대여점인데요. 책이 너무 연체가 됐어요. 빨리 돌려주세요'
 
이 말이 준수가 상점에 왔다는 암호였다. 내가 상점에 없을 때 준수가 와도 그렇게 연락을 하라고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말해두었다. 준수네 전화 번호는 잘보이는 메모장에 써두었다.

* 책과 비디오를 빌려주고 있는 상점 (저는 책만 대여 했습니다) :내용과 관계없습니다.


이틀 후 내가 상점에 있을 때 준수가 책을 돌려주러 왔다. 책만 주고 그냥 나갔다.
나는 얼른 준수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준수엄마는 맨발로 뛰어와서 버스정거장에 서있는 준수를 잡았다.
 
나중에 책을 빌리러 상점에 온 준수에게 그동안 어디에서 잤는지 물어봤다.
아파트에서 주민들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탁구장에서 잤다고 했다.
온몸이 모기에 물려서 흉터가 많았다.
 
준수는 책도 많이 빌려가지 않고 와서도 말이 없는 온순하고 잘생긴 학생이었다.
3학년이 되면서 유난히 기가 죽어 있었던 게 생각이 났다. 

학교에서고 집에서고 '인문계', '인문계' 스트레스를 팍팍주었다고 했다.
실업계 고교를 가면 마치 인생의 실패자 같이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 우리 동네의 실업계 고등학교 : 글의 내용과는 관계없습니다

  

가까운 인척 한 분이 성적이 학급에서 중간 이하인 아들에게 꼭 인문계를 가야 한다고 말했다.
 
"OO아 ! 너 인문계 못가면 아빠 창피해서 회사를 다닐 수가 없다" 
 
이 잘못된 부모의 생각으로 인문계에 진학한 아들은 성적이 늘 하위군에 맴돌고 밤 10시 30분까지 하는 야간 자율학습에 적응을 못했다. 결국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전문대학을 진학을 했고 계속 방황을 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부모의 체면 아닌 체면때문에 인문계에 턱걸이로 진학을 한 학생들의 고민과 갈등은 계속된다. 대학입시, 취업, 결혼까지 연속적인 고민과 부모와의 갈등을 볼 수 있다.
 

인생의 길은 평지도 있고 언덕도있고 꽃밭도 있고 가파른 봉우리도 있다. 길을 바르게 잘 찾아 가도록 부모가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하면된다. 자식의 인생에 뛰어들어서 부모의 뜻대로 로보트같이 움직이게 하면 서로 고달프게 된다.
 
부모가 자기 자녀를 창피해 하면 누가 그들을 사랑해 줄 것인가?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으면 자녀의 적성을 찾아 주도록 노력을 해야한다. 취미를 잃어버린 학생에게 공부만 무조건 하라고 하면 부작용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는법이다. 실업계 고에 진학을 한게 문제가 아니라 기성세대들의 고정관념이 문제이다. 동생집 근처의 공고에서는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학생도 있다. 학교앞에 현수막을 보고 알았다. 어느학교에 다니든지 어른들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미 져버린 개나리도 있고 이제 한창 꽃을 피우는 개나리도 있다. 사람마다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다르다고 생각한다.어차피 걸어가야하는 인생길인데 자기에 맞는 길을 찾아서 소소한 행복도 만나며 가도록 지도해야할 책임이 우리 기성세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3학생들 중간고사가 끝났습니다.. 시험을 본 결과가 나오면 학교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자녀에게 조심스럽게 대화로 지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부에 취미가 있던 없던 귀중한 자녀이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꼭 공부를 잘해야만이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기성세대는 알고있지 않나요?

모과
 | IDEA팩토리 김성희 기자 | http://blog.daum.net/moga2641(모과 향기)
우리 나라 학생들이 행복한 생활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이 쌓이면 대단한 폭발력으로 변하여 자기와 주변을 즐겁게 해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지금은 실업계고가 전문계고로 개편 되었고 기술명장을 키우는 마이스터고가 2010년 전국에 개교하였습니다. 마이스터고는 학비가 전액 면제되고 취업까지 책임지는 명품학교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관련기사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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