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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를 바로잡은 중학교 2학년 학생

대한민국 교육부 2010. 11. 30. 07:00



아니 이 그림들은 무엇일까요? 어느 미술학도의 스케치노트일까요? 아닙니다. 이것은 광운중학교 2학년 이준기학생의 과학노트입니다. 이준기 학생은 잘못된 교과서 사진을 바로잡기 위해 이렇게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는데요. 학생이 그림을 그리게 된 사연..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준기, 준호친구는 쌍둥이 형제입니다. 이 두 친구들은 재학중인 광운중학교에서 STC-K 활동을 할 정도로 과학에, 특히 생물에 관심이 아주 많은 친구들입니다. 두 학생이 교과서를 바로잡은 사연을 말하기 전에 먼저 우리에게 생소한 STC-K에 대해 설명부터 드려야 할 것 같네요.
 
STC-K란?
Science and Technology for Children - Korea의 약자입니다. 
원래 STC는 미국과학재단이 지원하는 교육과정입니다. STC는 총 32개 주제로 실질적 탐구를 수행하면서 과학적 개념과 탐구 기능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과학적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는 이러한 STC를 번역하여 한국의 학생들에게 적용하는 STC-Korea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광운중학교에서 STC-K를 진행하셨던 김지현 선생님의 소개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김지현 선생님 우리나라의 경우 과학교재가 단원별로 나와있지요. 지구과학중에서 어느 하나를 배우고, 생물에서 어느 하나를 배우는 식으로 교과서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STC는 몇가지 주제를 정한 뒤, 그 주제에 대한 집중적인 실험관찰을 시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가령 '생태계'라는 주제가 있다면 그 주제 아래에서 학생들은 식물, 동물, 수중생태계 등의 전체를 포괄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죠. 

그렇게 여러가지 실험과 관찰을 하다가 생태계에 대해 배우는 맨 마지막 시간에는 실제 지구 생태계를 찾아서 조사하고 토론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적용시도를 하게 되어서 작년 12월말에 연구팀이 구성되었는데요, 현재 방과후 과학실험반 등에 편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쌍둥이 학생이 과학교과서를 바로잡게 된 사연
 

김지현 선생님은 2010년 9월 13일 과학시간에 화석 수업을 하던 중 아래의 교과서 사진을 언급하고 계셨습니다. 이 사진은 중학교 2학년 교과서 6단원 「지구의 역사와 지각변동」에 실린 것인데요. 사진의 제목은 “공룡의 뼈(미국 남부 발굴)”였습니다. 



그런데 STC-K 활동에 참여한 광운중학교 2학년 이준기 학생이 교과서 사진의 두개골과 발가락이 공룡보다는 포유류에 가깝다며 원시 포유류 화석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은 준기 학생에게 교과서 사진이 공룡이 아니라 포유류임 증명할 수 있는 논리적 증거를 정리해보라고 하였습니다.

며칠 후 준기 학생은 총 6쪽에 걸쳐 방대한 정리를 해왔습니다. 중앙에 교과서 내용을 그려 정리하고, 양쪽으로 공룡과 원시 포유류를 비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그림과 논리적인 설명으로 자신의 생각을 빼곡히 정리한 숙제를 보고 정말 많이 놀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아래는 준기학생이 정리한 노트를 찍은 것입니다.
 

한편, 선생님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고자 몇년 전 MBC에서 방송한 “공룡의 땅”이라는 공룡 다큐에 출연하신 이융남 박사를 인터넷으로 검색했습니다. 이 박사님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소속임을 알게 된 선생님은 연락을 드렸고,  이융남 박사님과 함께 일하시는 이항재 연구원님과 통화를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이항재 연구원께 상황을 설명하고, 준기의 과학공책 6쪽과 교과서 사진을 첨부해서 10월 18일에 메일발송을 했습니다. 그리고 21일에 답변메일을 받았습니다.

이항재 연구원으로부터 받은 메일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지현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전에 전화 통화로 말씀 드렸지만, 메일로 보충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언급하신 교과서의 원본은 저희도 가지고 있었기에 직접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살펴보니 책을 쓰신 분이나 감수과정에서 제대로 검토를 못하신 것 같더군요.
교과서의 오류를 알아내고 선생님께 알려드린 이준기 학생도 정말 똑똑한 학생이 아닐 수 없네요.
더구나 선생님의 과제를 열심히 조사해 작성한 것도 놀랍습니다. ^^

전화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그 사진의 화석은 공룡이 아닙니다.
포유동물인 것은 확실하지만, 이준기 학생이 판단했던 히라코테리움(Hyracotherium = Eohippus)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말의 조상으로 알려진 히라코테리움(=에오히푸스)은 앞 이빨 치열과 어금니 치열 사이에 이빨이 없는 빈 구간이 있지만, 교과서에 나온 동물은 위턱과 아래턱 모두에 빈 구간 없이 이빨이 촘촘하게 박혀 있습니다. 지금의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100% 확실치는 않지만, 골격 특징들을 비교해 보았을 때, 교과서 사진 속의 화석동물은 오레오돈트(Oreodont)라는 멸종한 발굽동물(유제류) 종류로 판단됩니다.
메일에 첨부해드린 사진은 오레오돈트 무리에 속하는 메리코이도돈(Merycoidodon)이란 동물의 화석입니다(미국자연사박물관 전시).  영문 위키페디아에 나온 메리코이도돈은 여기(http://en.wikipedia.org/wiki/Merycoidodon)에 가보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준기 학생 많이 격려해 주시고 지도해주세요. 열정과 노력에 저도 응원 보냅니다. ^^  그럼 안녕히계십시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연구원 이항재.

교과서의 공룡뼈는 준기가 판단했던 히라코테리움은 아니지만 포유류 화석이었으며, 오레오돈트(Oreodont)라는 멸종한 발굽동물(유제류) 종류로 오레오돈트 무리에 속하는 메리코이도돈과 유사한 종(species)이었습니다.
(아래 사진 참고- 교과서 사진과 유사.)
 

 
 

 김지현 선생님과 준기, 준호 형제를 인터뷰하다.
 

기자는 김지현 선생님과 이 대견한 학생들을 직접 인터뷰 하기 위해서 11월 22일 월요일에 광운중학교에 찾아갔습니다. 정규 수업이 끝난 2학년 교실에서 인터뷰가 이루어졌습니다.
 

▲ 김지현 선생님 (광운중학교, 과학교과)



Q 준기학생의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셨나요
김지현 선생님 사실 이 교과서는 7차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교과서로 거의 10년째 쓰던 교과서였어요. 다들 아무 문제 없이 수업을 했고, 저 또한 사진이 잘못되었으리라는 의식 없이 교재를 보고 가르쳤죠. 그러던 어느날 준기가 사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거예요. 근데 그 질문이 막연한 질문이 아니었어요. 두개골과 턱뼈가 공룡의 것과 다르다는 등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더군요. 그것을 듣고 조금 놀라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 내용을 공책에 정리를 해 오라는 과제를 내 준 것입니다.
 
 
Q 이번년도가 7차교육과정 마지막 연도로 알고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중학교 2학년도 개정교육과정체제로 들어가니까 출판사에 교재 정정 요청은 하지 못하셨겠네요. 
김지현 선생님 네, 이제 교과서가 바뀌기 때문에 위 내용의 정정요청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반 수업을 들어가는 선생님들께 사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정정해서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 상태예요. 또 과학교사모임 사이트에도 이러한 사실을 알려서 마지막 연도지만 정정된 내용을 가르칠 수 있도록 요청 해 놓은 상황입니다.
 
 
Q STC-K 활동이 굉장히 흥미로운데요, STC-K 활동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김지현 선생님 저희 학교에서는 1,2,3학년들이 다 함께 STC-K활동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트히 2학년 그룹에서 진지한 자세로 실험,관찰에 임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모든 아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 관찰활동을 했는데요, 실험을 하지 않는 날에도 실험실에 내려와서 관찰일지를 쓴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실험을 할 때 아이들이 높은 집중력을 보여서 인상깊였어요.학생들은 특히 생물에 대한 애착도가 높아진 것을 볼 수 있엇습니다. 아마 이러한 훈련이 이번에 준기형제가 잘못된 교과서를 찾는 일에 도움이 많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자신의 노트를 살펴보고 있는 이준기 학생 (광운중학교 2학년)

 

준기학생의 같은 경우엔 꿈이 생물학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학자가 될 것이라는 것은 정하지 않은 상태였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STC-K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여러가지 관찰과 실험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멸종되는 생물을 보호하면서 자연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생태계를 살려내는 생물학자가 되고싶다는 구체적인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STC-K 프로젝트가 많이 대중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교과서를 바로잡게 된 준기, 준호 형제의 인터뷰도 한번 살펴보시죠.
 
 
Q 준기학생은 평소에 과학에 관심이 많았나요? 
준기 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저희 형제에게 메뚜기를 쥐어주셨는데, 보통의 아기들과 달리 저희가 메뚜기를 무서워 하지 않고 열심히 관찰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그때부터 생물에 대한 제 관심이 높았던 것 같아요. 원래부터 벌레에 대한 관심이 높으니까 자연스럽게 생물에 관심이 많아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생물을 포함하고 있는 과학이라는 학문에도 관심이 많아지게 되었어요.
 
 
Q 두 학생 모두 공룡에 대한 지식이 상당한걸로 보입니다. 이런 지식은 어떻게 해서 쌓게 되었나요? 
준기 주로 책이랑 인터넷을 찾아보면서 알게 되었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어렸을적부터 곤충을 좋아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동물과 공룡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죠. 처음엔 단순히 공룡에 대한 호감이었는데, 이것저것 스스로 찾아보게 되면서 공룡에 대한 지식을 많이 쌓게 되었어요. 
준호 저는 처음부터 공룡에 관심이 많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중1때 《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라는 책을 읽게 되었어요. 그 책에는 뼈사진이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그게 신기해서 점심시간마다 그 책을 펼쳐놓고 뼈들을 따라서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포유류와 다른 것들에 대한 뼈가 다르다는 것에 대해 알게되었죠. 
 
 

▲ 인터뷰 중인 이준호 학생 (광운중학교, 2학년)


 
Q 두 학생 모두 과학을 아주 잘 한다고 알고있어요. 혹시 학교 과학시간에 배우는 내용이 이미 알고 있다거나 수준에 맞지 않는다고 느껴진 적은 없나요?
준호 그렇게 생각해본적은 없어요. 

준기 학교 수업을 우습게 보거나 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평소에 수업에 집중하고 참여하는게 학생의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없고,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려고 노력합니다.

김지현 선생님 준호와 준기는 학원을 따로 다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수업 집중도가 더 좋아요. 학교에서 놓치면 따로 다시 설명을 들을 수 없으니까요. "이건 고등학교에 가서 배울 내용이야"라고 잠깐 언급하고 지나가는 것도 노트에 꼼꼼하게 필기를 할 정도로 수업을 열심히 듣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기자에게 준기의 과학노트를 보여주셨습니다. 고등학교 과정까지 놓치지 않고 필기가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Q 학교나 다른 기관에서 여러분들의 과학 공부를 위해 지원 해줬으면 하는 것들이 있나요? 
준기 저는 생물에 대한 앎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직접 생태계를 겪거나 생태계에 참여할 기회가 적은것 같아요.. 학교에 생태계를 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어요. 작은 숲을 만든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김지현 선생님 저희 학교의 경우에도 학교에 아주 오래된 사철나무가 한 그루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그 나무를 싹둑 베어버리더니 학교 곳곳을 시멘트로 덮어버리더라고요. 학교 시설은 현대화 될지 모르지만, 결국 학교는 점점 자연과 멀어지고 있어요. 외국에서는 나무 가꾸기 프로그램 같은 것이 많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 정도는 못되더라도 최소한 학교에 있는 생물을 더 이상 없애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학교 면적의 몇 퍼센트 이상은 녹지화 하는 정책 같은 것이 생기길 바랍니다.
 
준호 학교의 과학실험도구가 많이 노화되어 있어요. 특히 예산이 없는 학교같은 경우에는 과학실험도구를 새것으로 구비해 놓지 못하고 있잖아요. 정부에서 과학수업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해주길 바라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준기 점점 과학이 중요시되고 있는 시대라고는 하는데, 사실 생물에 대한 관심은 적은 편인것 같아요.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서는 별로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요. 국,영,수를 강조하는 지금 교육의 추세에 따라서 국영수에만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은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그것들만 공부하면 별로 미래가 밝을 것 같지 않아요. 과학,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적은 생물에 대한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또 과학적인 '지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생물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준호 맞아요. 생물에 대한 관심에 관련해서 저희가 겪었던 일을 하나 말씀드릴게요.
저희는 점심을 먹고 화단에서 여러 생물들을 관찰하는게 취미예요. 어느날 저희는 화단에서 새끼 무당거미를 한마리 발견했어요. 저희는 먹이도 주면서 그 거미를 보살펴 주었어요. 얼마 후에 그 거미는 검지손가락만한 성체로 자랐죠. 그런데 아이들이 그 거미를 발견하고는 나중에 거미에게 물을 뿌리기도 하면서 거미를 학대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그 거미는 화단에서 사라져버렸죠. 그러다가 언제가 제가 체육시간에 거미를 다시 찾게 되었어요. 거미를 다시 찾은 뒤에 체육시간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가려고 하니까 아이들이 “이제 준호가 없으니까 거미 괴롭히기를 시작해보자!!”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그 때 많은 충격을 받았어요. 정말 사소해 보이는 일이지만 아이들의 생명경시풍조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느껴요. 정부에서 메말라있는 생명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울 수 있는 교육을 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 기자는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매우 성숙하고 섬세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명에 대한 지식뿐만아니라 생명에 대한 사랑까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두 학생의 성숙한 생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 인터뷰를 마치며. (김지현 선생님, 이준기 학생, 이준호 학생)

 
놀라운 관찰력으로 교과서 속 잘못된 사진을 찾아낸 학생과 그런 학생을 잘 지도해주신 선생님의 이야기, 잘 보셨나요? 이런 선생님과 학생들이 있는 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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