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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공식 블로그
선생님이 제안하는 진짜 겨울방학 보내기 본문
겨울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학교에서의 방학 준비 풍경은 여느 해와 비슷하죠. 교과 진도도 모두 끝났고, 시험도 다 마쳤으니 학생들은 이제 슬슬 방학 준비 모드로 들어갑니다. 친구들과 함께 수다떠는 시간이 길어지고, 선생님 말씀도 더 안 듣게 되고, 수업시간 간간이 보여주는 영화에 빠지기도 합니다.
또, 학기를 마무리 할 수 있는 특별, 재량활동을 하거나 방학을 위한 하이라이트 [나의 하루 일과표]를 작성하죠. 선생님들은 좀 더 바빠지셨습니다. 방학이라고 헤이해진 학생들 단도리도 해야죠, 시험봤으니 성적표도 만들어야죠. 게다가 겨울방학 캠프며 방과후 교실 같은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해야하고 가장 중요한(?) 방학일정과 공지사항, 학생들이 방학 중에 해야 할 일을 적은 방학계획서를 작성해서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하니까요.
2010 충남 서산초 6학년 겨울방학계획서
'꿈을 펴는 겨울방학'이라...
제목이 참으로 멋지군요. 눈사람들이 앙증맞기도 하고요.
제가 학교를 다니던 20여년 전에도 선생님은 방학 계획서를 주셨습니다. 그때도 역시 교육방송을 꼭 들어야 했고, 탐구생활이라는 책을 풀어야 했으며 그리기 2점, 만들기 2점, 독후감 3편 같은 꼭 해야하는 숙제가 있었죠. 지금이랑 좀 많이 비슷하네요. 다른 점을 굳이 찾자면 탐구생활이 없어졌고, 숙제의 양이 조금 줄었다는 것, 그리고 숙제를 숙제로 느끼지 않도록 다양한 주제, 재미있는 내용을 선정해서 목록을 정해주고 학생들이 관심있어 할 만한 주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예요. 이건 참 좋지요?
2010 겨울방학 선택과제 목록
아래 그림은 5학년 학생들이 만든 [나의 하루 일과표]랍니다. 일과표를 작성해서 꼭 지켜야 방학을 보람되게 보낼 수 있다며 선생님께서 방학무렵 만들어 보라고 하시죠. 하지만 지나치게 세심하면 ‘이걸 지킬 수 있겠어? ’, ‘너는 하루 종일 공부만 할거니?’ 혹은 ‘하루 종일 놀기만 하겠다는 거야?’ 라며 선생님께 꾸중을 들을 소지가 있었던 일과표 말입니다. 물론 학교마다, 학급마다 다르긴 하지만 지금도 역시 학생들이 일과표를 작성하고 있네요. 어쩌면 그때나 지금이나 학생들의 일과는 이리도 비슷할까요? 다른점요? 학원이 훨~씬 더 많아졌네요.
나의 일과표-5학년 장은조 |
나의 일과표-5학년 한보경 |
학생들에게 방학동안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지, 그게 무엇인지, 그리고 방학동안 제발 이것만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줬으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읽어보시면 좀 찔리실거예요. )
꼭 하고 싶은 일
1. 스키장 가고 싶어요. 겨울이잖아요.
2. 친구랑 같이 놀고 싶어요(친구집이나 우리집에서 같이 자기도 고 요리도 하고 하루 종일 놀기만 해보고 싶어요.)
3. 다른 나라에 여행가고 싶어요. 저도 비행기타보고 싶어요.
4. 가족들과 여행 좀 갔으면 좋겠어요. 일만하고, 바쁘기만하고...
5. 속셈학원 다니기(성적이 너무 떨어졌어요. 공부도 해야죠.)
6. 영어단어 외우기
7. 눈싸움하고 컴퓨터하고 운동하고 낮잠, 늦잠자고...나도 아빠처럼 하고싶은 일만 하며 좀 편하게 있고 싶다.
8. 영화관 많이 가고 싶어요. 영화관이 나쁜곳만은 아니잖아요.
9. 컴퓨터 게임 많이 하기, 최고의 플겜 하기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
1. 방학숙제, 없으면 안되나요?
2. 학원 가기, 질렸어요.
3. 공부도 좀 쉬면 안되나요? 특히 학습지.
4. 사랑방 공부방(방학중 부진과목 공부하는) 안하고 싶어요. 다른 친구들은 집에 있는데 학교와서 공부하기 창피해요.
5. 가게일 돕는것 지겨워요. 엄마일은 엄마가 해야죠.
6. 포경수술 안해도 된다면서요. 정말 싫어요.
7. 청학동 가기 싫어요. 무섭고 낯선 곳에 왜 보내려하세요? 집에서 한자 공부할게요.
<5학년 학생 120명의 의견. 2010. 12. 7 조사>
초등학교 5학년이라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저리도 속이 꽉~ 차 있네요. 어른들도 쉬고 싶으면 쉬고 놀고 싶으면 놀고 그냥 편히 지내고 싶으면 편히 지내는 시간을 만들어 그리 하잖아요. 학생들도 방학만큼은 그냥 쉬고 싶고 그냥 자고 싶다네요. 학기 내내 공부하느라 지친 학생들에게 방학을 그냥 쉬게 해 주면 안될까요? 숙제도 없애고, 학원과 학습지도 쉬게 해 주고, 집안일도 빼주고, 캠프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공부를 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영어캠프, 청학동 캠프에도 보내지 말고요.
그래도 걱정되지요?
저리 놀기만 해서 어떻게 다음 학기를 맞이하나, 성적이 떨어지면 어떻하지? 그동안 부진한 과목들을 지금 잡아놔야 하는데, 방학때 시간 많으니까 운동이나 악기도 하나쯤 해놔야 할거고. 참, 책도 많이 읽혀야 한다잖아? 논술도 준비해 놔야 대학갈때 유리할텐데. 워킹맘(직장다니면서 가사일까지 해야 하는 기혼여성)들의 걱정은 더하죠. 일하러 간사이 집에서 혹시 생길 나쁜일(하루종일 컴퓨터 게임만 하거나 TV만 보는 등)을 방지하고자 보육 기능까지 겸한 학원을 찾아야 하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작정 학생들을 믿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저렇게 속이 꽉 찬 아이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시켜봐야 별 효과도 없다면 이렇게 한번 해 보세요.
1. 일과표가 아닌, 목표를 정하자.
하루하루를 짜임새 있게 보내고자 하는 것은 결국 하루, 일주일, 한달, 일년, 혹은 인생 전체를 의미있게 보내기 위함입니다. 일과표에 매달리면 지키기도 어려울뿐더러 좌절감만 커집니다. (역시 안되는구나..하는 좌절감) 그러니 일과표 보다는 부모님과 함께 인생 전체의 목표를 세워보세요. 그리고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 나의 나이에 맞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계획하는 거죠. 그럼 올 방학에 무얼 해야할지 답이 나올 겁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으니 스스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죠? 부모가 강요하지 않아도, 학원에 얽매이지 않아도 말입니다.
2. 교과서를 읽어라.
수능만점자들이 해마다 인터뷰하면서 하는 소리들 있죠? "그저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했을 뿐인데...."
교과서는 시시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무수한 학자들이 고뇌하고 고뇌해서 압축해 놓은 교육내용의 결정체입니다.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했다는 것은 학자들이 정리해 놓은 내용을 자기것으로 완벽히 소화했다는 뜻이 되지요. 최염순(카네기연구소장)씨도 공부를 잘 하는 방법으로 부모와 함께 교과서 읽기를 권합니다. 아이가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낱말과 보기를 들어 교과서의 개념과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 좋고 또 아이에게 학습을 지도할 때는 늘 교과서가 우선 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참, 복습보다는 예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요? 내년에 공부하게 될 과목을 미리미리 읽어두세요. 교과서를 정독한 뒤, 소리 내어 읽기를 반복하면 어느새 자신도 수능만점자 대열에 서 있게 될겁니다요. 암요암요.^^
3. TV 시청 계획표를 만들어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텔레비전 시청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 30분. 주말이나 방학 때는 시청시간이 더 늘어나기 마련이입니다. 또 부모는 보면서 자녀에게 들어가 공부하라면 그 부작용은 당연하겠죠? 부모와 자녀 모두 텔레비젼에 대한 맹신을 버리세요. 특히 '이거만 보고 끄면 되지.'라고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면 절대 안됩니다. 텔레비젼의 중독성을 누가 말리겠습니까? 방학동안 봐야 할 텔레비전 시청 계획표를 짠 뒤, 그 계획표에 따라서만 볼 것을 가족 모두 서약하세요. 그래야 자녀도 따라 온답니다.
4. 여행을 떠나라.
요즘 1박 2일 프로그램 재미있죠? 우리나라에 그렇게 갈데가 많은지, 그렇게 좋은곳이 많은지 새삼 알게 되는 프로그램입니다. 학생들이 방학동안 하고 싶은 일 중에 친구랑, 혹은 가족이랑 여행을 가고 싶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주중이 어렵다면 주말만이라도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세요.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곳이면 어디든 즐겁습니다. 다만,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꼭 가족들이 함께 상의해서 결정하세요. 부모의 독단으로 선택된 장소라면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의무'감이 되어 가기 싫어진답니다.
참, 여행갈때 친구도 함께 끼워주면 어떨까요?
5. 하루 1시간 이상 독서하라.
리더(Leader)는 리더(Reader)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결국 최고의 리더가 된다는 말이죠. 컴퓨터계의 대부 안철수 사장은 “필요한 책을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다”고 할 만큼 왕성한 독서력을 과시하고 있고 유럽을 평정했던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전쟁터 말 위에서도 책을 읽었다는 일화를 남길 정도로 대단한 독서광이었습니다.
역사에 굵은 획을 그은 유명인들은 이처럼 책의 위력을 일찌감치 활용한 사람들이지요. 하루 1시간은 독서력이면 1주일에 책 한권이고 한달이면 4권, 1년이면 50권, 10년이면 500권의 책을 읽게 됩니다. 만일 한 분야에 전심전력을 다하고 10년간 500권의 책을 읽으면 그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전문가가 되는 거죠. 꾸준한 독서는 어느 공부보다 최고로 가게 되는 왕도입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행복지수는 몇 점일까요? 소년조선일보와 어린이 포털 다음 키즈짱(kids.daum.net)에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54.7점으로 집계됐답니다. 총 7300여명이 참여한 ‘현재 여러분의 행복지수는?’ 질문 문항에 ‘매우 행복하다’(34.4%)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지요. 반면 ‘매우 불행하다’를 선택한 어린이도 26.3%로 두 번째로 많아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행복과 불행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린이가 행복하지 못한 나라라니. 어른들이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방학만이라도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할 수 있도록, 그래서 학생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하루 일과표에서, 학원에서, 캠프에서 좀 풀어 줍시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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