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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극으로 아이와 소통해볼까요? 본문
지난 달, 수서 청소년수련관에서는 심리극으로 ‘학습스트레스 이겨내기’라는 주제로 학부모 교육이 있었습니다. 심리극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은 없었지만, 심리극이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심리극을 체험할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초청된 강사는 별자리 사회심리극 연구소 김영한 소장이셨습니다. 방송에도 가끔 봤던 낯익은 분이었습니다. 강사님은 '심리극으로 학업스트레스 이겨내기'라고 제목을 정했지만, 이 시간은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감정소통을 배우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심리극은 1920년 자콥 레비 모네로에 의하여 재창 되었는데 개인이 자신의 문제를 단순히 말로 표현하는 대신에 자발적인 행동으로 표현하는 대본이 정해지지 않은 즉흥극이며 자신의 실제 좌절당한 상황, 자신의 소망 등 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연기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내재한 자신의 감정, 무의식적 충동 등을 깨닫게 되고 현재 문제와 관련된 환상이나 기억들을 찾게 되는 활동기법을 말합니다.
우리에게 생소한 심리극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4년 전에 TV 프로그램에서 방영했던 부부상담심리극을 동영상 자료로 보여주셨습니다. 스타 부부의 예를 보여주시면서 부부상담심리극을 하다 보면 상처끼리 부딪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배우자의 상처는 아이한테 대물림 되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혼하기 전 연애할 때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어 상대방을 사랑해주고 이해해주는 마음이 많이 생겨나서 좋은 사이가 됐는데 결혼 후에는 도파민 수치가 원래대로 돌아가면서 갈등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일명 콩깍지가 벗겨진다고 하는데 그 시점부터 갈등이 시작된다고 하네요.
그런 갈등을 좀 더 들여다보면 어린 시절 엄마, 아빠(원부모)로부터 해결되지 않았던 부정적인 감정이나 상처끼리 부딪치게 된다고 합니다.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모습이 배우자나 아이에게 툭툭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왜 이럴까 하게 되지만 그것은 어릴 때 해결되지 못한 감정으로 자라나 성장하게 되면서 그것이 그대로 부딪치게 되는 경우라고 합니다. 해결되지 못한 감정의 상처는 아이에게 대물림되어 아이는 내 모습대로 자라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강의를 들으러 온 학부모들은 자신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겪었던 이야기, 가족관계에서 겪었던 갈등을 이야기하고 들어보면서 자녀와 내가 감정 소통하는데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1 자녀를 둔 어머니께서는 자녀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강사님과 함께 심리극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고1 아들은 중학생 때까지 학교생활도 잘하고 공부도 꽤 잘해 엄마와도 소통이 잘 되었던 아이였다고 합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말수가 적어지더니 집에 오면 엄마는 본체만체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아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엄마 얼굴만 보면 짜증 난다고 대놓고 상처 주는 말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지내온 어머니는 처음엔 화가 났다가 서운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지금은 나를 무시한다는 기분까지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돌아와서 본체만체하는 아들의 역할은 강사님이 하시고 상처받은 엄마의 역할은 본인이 해보기로 했습니다. 강사님의 실제 같은 아들 역할에 어머니는 그동안 상처받았던 감정이 올라오는지 울고 말았습니다. 아이한테서 격한 감정을 받을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말씀을 울먹이며 하셨습니다. 강사님은 상처받은 어머니의 마음을 달래주는 본인(어머니)의 마음 역할을 하셨습니다. 대화 중에 고 1자녀를 둔 어머니는 자신이 무얼 잘못해서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 나름대로 생각해보니 자신이 아이에게 너무 많은 학업스트레스를 주고 일일이 다 참견하고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다 뺏어서 더는 참을 수 없는 상황이 된 아이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게 된 것 같다며 후회한다고 자책을 하셨습니다.
강사님은 어머니께 아이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한 것이지 않느냐고 어머니의 잘못이 아니라고 자책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자책할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했지만 놓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어머니께 어렸을 때 부모는 어떻게 자신을 양육하셨는지 물었습니다. 그 어머니는 자신은 어렸을 때 바쁘신 부모님의 관심을 받기를 원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알기에 자신의 아이에게는 많은 관심을 둬 잘 키우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강사님은 그 부분에서 상처가 대물림 된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자신이 목말라 했던 관심과 사랑을 내 아이에게 주고 싶어서 온 정성을 쏟은 것이지만 받아들이는 아이에게는 새장 속의 새처럼 주는 것만 받아먹으며 살다가 이제는 새가 커서 새장 속에서 나오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상처의 대물림이라는 말이 이제야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면서 제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거울 기법‘이라 하여 내 모습을 지켜보면서 객관화하는 것인데, 강사님께서 고1 역할을 하면서 사춘기 아들을 가진 힘든 마음을 얘기하셨습니다. 어머니는 그 모습에서 자신의 마음을 느끼게 되고 상처가 어루만져지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참관하고 있던 많은 학부모가 공감대를 느꼈는지 많이들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저도 자녀를 키우면서 겪었던 감정들이 생각나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변했다는 것을 믿지 않고 계속 시험을 한다고 합니다. 끊임없이 시험하다가 ’욱’하는 순간적인 감정으로 반응하는 그때를 노려서 그럼 그렇지 하며 불신의 벽을 쌓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부모는 일관성 있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죄책감을 가지게 되면 아이에게 당당하지 못하게 되고 눈치를 보게 되고 끌려 다니게 된다고 합니다. 그것은 더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지금처럼 학생 시절에 억압된 마음이 표현되어서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이 더 다행스러운 경우라고 했습니다. 대학생 때 또는 성년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경우는 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합니다.
아이가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표현한다면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내 (자녀) 이야기를 귀담아들어 주고 소통하고 일방적으로 안 나간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사님은 아이가 마음을 표현할 때 그 부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놓친 부분을 아이의 문제로 보지 말고 자기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강의를 다 듣고 제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했던 것이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겨울방학 계획표를 제 마음대로 정해서 아이하고 갈등했던 일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겨울방학 계획표를 아이와 의논해서 다시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새삼 느꼈지만, 부모에게도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여러 정보를 알려주는 학부모 교육은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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