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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공식 블로그
'제임스딘 세대'와 현재 한국청소년의 차이는? 본문
제임스 딘이 출연한 영화 '이유없는 반항'의 한 장면
‘청소년 기본법’에 따르면 ‘청소년’은 9~24세의 인구를 말하는데, 실제로 9세 어린이를 청소년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으며, 19세인 대학생 중에서도 자신이 청소년이 아니라는 주장을 경우를 자주 발견한다.
청소년을 사춘기 시절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부 대중매체에서는 ‘1318’이라는 줄임말로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인구를 청소년 범주에 넣고 있다.
반면 ‘청소년’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유스(youth)’의 범위는 한국보다 훨씬 넓다. ‘유스’를 구성하는 인구의 나이는 보통 18~24세를 말하는데, 지난 1990년대 말 유럽연합은 청소년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자 ‘유스’의 범주를 30세까지 확대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문화인류학)는 1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20세기 중반 이후 이 '청소년(youth)’들이 세계 역사를 바꿔놓는 주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 들어 거세게 일어났던 히피운동이나 반문화운동은 사실상 평등과 자유라는 근대적 이상을 실현하려는 ‘청소년(youth)'들의 움직임이었으며, 서구사회 주류 문화를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
이 ‘청소년(youth)’들은 21세기 들어서도 사회적 불안정 세력으로서 폭력과 고실업, 외의 복합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존재로서 주목받고 있는데, 이들 청소년(youth)들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나름대로 자구적인 '재활력화 운동(revitalization movement)'을 활발하게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에 대해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활력화 운동’이란 용어는 문화인류학자인 안토니 윌러스(Anthony Wallace)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윌러스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재활력화 운동’을 “기존 질서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회구성원들이 자신들에게 보다 바람직한 새 문화를 만들기 위해 벌이는 의도적이고 조직화된 노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의 청소년(youth)은 근대화 과정을 통해 어떤 역사를 써온 것일까? 조한혜정 교수는 한국의 청소년들은 근대화 초기부터 ‘학생’이라는 독자적인 정체성이 부여됐고, 이 범주에 들지 않는 청소년들은 주변적 범주를 여겨지는 상황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문화인류학)
1970년대 들어 이들 청소년들에게 ‘산업역군’이라는 이름이 주어진다. 국가에서는 ‘근로 청소년회관’을 건립하고, 검정고시반이나 취미 교실 등을 운영하면서 이들을 위로했으며, 이 같은 분위기는 1980년대 후반까지 이어진다.
1990년대 들어 한국의 청소년들에게는 새로운 환경이 펼쳐진다. 이전까지 선망의 대상이던 교복이 ‘벗고 싶은 옷’으로 변화한다.
학교가 억압적으로 느껴져서 학교를 이탈하는 청소년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통해 인력을 길러온 교육제도, 그리고 학교 평준화 정책에 따른 획일성 등이 일부 학생들을 통해 학교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난 결과였다.
사회 역시 획일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입시위주 교육과 암기성 교육, 권위주의적 학교가 청소년들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죽인다는 주장이 거세게 몰아쳤다. ‘전인교육’, ‘열린교육’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역시 교육 개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들은 학생인 동시에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로 지칭됐다. 대중매체 등을 통해 ‘신세대’로 시작된 별명은 ‘1318’, 베이비붐을 지칭하는 ‘X세대’, 자기주장이 강한 ‘I세대’, 영상세대를 가피키는 ‘V세대’, 독립지향성을 드러내는 ‘E세대’, 디지털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N세대’ 등의 이름이 붙여졌다.
조한혜정 교수는 소니 워크맨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 인터넷을 통해 특수한 정보를 검색하는 학생, 학교에 가서 잠만 자는 학생 등 여러 가지 학생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사실상 학생이기 이전에 “문화적 스타일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였다”고 말했다.
1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이들 청소년들은 제임스 딘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처럼 기성세대에 대해 일방적으로 불만이 가득 차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일부는 가출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여 살았고, 일부는 스스로 카메라를 들고 영상물을 만들었으며, 일부는 힙합이나 록 밴드를 결성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였지만, 기성세대에 불만을 터뜨리기보다는 독자적으로 자기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았다.
조한혜정 교수는 인터뷰를 실시한 학생들을 대략 네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부류는 학교에서는 모범생이지만, 따로 사이버 공간이나 댄스 연습, 또는 밴드활동 등 자신들이 몰두하는 영역을 학교 밖에서 확보해놓고 있었다.
두 번째 부류는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이었다. 이들은 학교 밖에서 학원에도 다니고, 여러 종류의 비공식적인 모임에 참여하거나, 독학을 하면서 미래 자신의 삶을 기획, 실현해나가고 있었다.
세 번째 부류는 열심히 노는 청소년들이었다. 인기 대중 가수의 열성적인 팬클럽 회원이기도 하고, 때로는 나이트나 콜라텍 등에 가서 열심히 춤도 추고, 노래방에 가서 대화가 통하는 또래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노는 가운데, 당돌한 신세대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네 번째 부류는 수동적인 청소년들이었다. 어머니를 실망시킬 수 없으니까 학교에 가라면 가고, TV를 조금 보라면 조금 보고, 친구를 따라 콜라텍이나 노래방에도 가지만 질문을 하면 아주 자연스럽게 “별 생각 없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조한혜정 교수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한국의 환경은 예상을 불허하는 방향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으며, 또한 청소년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사이버 지원 강의를 하면 대학생들의 참여도가 매우 높았는데, 학생들이 ‘싸이월드’에 자신의 ‘홈’을 갖거나, 개인 블로그를 가지면서 학생들이 자기 홈페이지를 꾸미는데 분주해지고, 반대로 수업 게시판은 한산해지고 있다는 것.
특히 ‘싸이월드’는 개별 공간을 열렬하게 원하고 있던 청소년들의 가슴을 파고 들면서, ‘자기만의 방’을 마련해 주었다. 근대 페미니즘의 대표적 저술가인 버지니아 울프(Adeline Virginia Woolf)가 그렇게 갈망하던 ‘자기만의 방’이 청소년 모두에게 허용되면서 청소년들 사이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조한혜정 교수는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일으킨 ‘재활력화 운동’의 특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조한혜정 교수는 “그것은 운동이 아닌 문화적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움직임이 실로 다양하고, 분산돼 있으며, 중구난방이지만, 이들은 “옳다, 그르다” 차원의 도덕적이고, 규범적인 정당성보다는 “좋다, 싫다”의 언어로 소통을 시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도덕적이기를 포기했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 도덕이 변화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는 것.
지금의 청소년들은 자기가 원하는 방식의 이상적 형태의 가족관계를 꾸미기도 하고, 자기 몸을 ‘자기답게’ 꾸미는 일에 열중하면서, 주류 문화 속에 편입되기보다는 ‘인디’와 ‘언더’ 문화를 만들어내려고 한다며,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청소년 문화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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