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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민서포터즈

태국의 '한국어 열풍' 현장 직접 가보니

대한민국 교육부 2009. 10. 19. 16:02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능력시험(TOPIK) 관련업무로 태국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우리말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과 배우려는 열정이 해가 갈수록 높아진다는 말은 들었지만 현지에서 보고 확인한 바로는 평소 생각보다 매우 큰 감동이었으며, 또한 이들에 대한 다양하고 세밀한 지원 대책이 필요함을 절감했습니다. 태국인들의 한국어공부 열기와 현지 진출 기업체의 한국어교육 노력에 대해 소개합니다.  

 
태국 현지에서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올해만 911명이 응시했다.

한류 바람을 타고 태국에서 한국어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는 중ㆍ고교가 늘고, 사설 어학원에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강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방콕 시내에 있는 국립 마타욤 왓 마쿠트카삿 중ㆍ고교는 올해 태국 내 중ㆍ고교 중 최초로 한국어 과목을 개설했다. 중학교 1학년 43명과 고등학교 1학년 20명이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했다. 태국 학생들은 그동안 프랑스어나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배웠다. 

존리깐 쁘라답깨우 양(14)은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를 좋아한다.”면서 “기회가 되면 한국에 가서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내년에 한국어 수업을 중ㆍ고교 2~3학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핀야 팻차랏 교감은 “한국 정부에서 한국어 강사를 지원해줬으면 한다.”면서 “한국어 실력이 우수한 학생들이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콕 시내에 한국어학원만 20곳 
 

한국어 열풍은 사설 학원에서도 한창이다.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사설 어학원을 찾는다. 방콕 시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국어학원은 20곳. 이중 18곳은 태국 현지인이 한국으로 일하러 가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어학원은 2곳이 있다.

2007년 문을 연 S어학원은 지난해 120여 명이던 수강생이 올해 190명으로 60% 가량 늘었다. 한 달 수강료가 4,000~5,000바트(16만~20만 원)로 비싸기 때문에 수강생들은 태국 최고의 명문대인 줄라롱콘대 교수와 경찰 고위간부, 판ㆍ검사를 비롯해 부유층 자제 등 이른바 ‘하이소(HighsoㆍHigh Society의 약자로 태국 내 상류층을 지칭하는 은어)’로 불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학원의 원장은 “이들 하이소들에게 ‘왜 한국어를 공부하느냐’고 물으면 ‘그래야 튄다’는 대답이 돌아온다.”면서 “단순히 한류의 영향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과 한국인, 한국어에 대한 호감이 보편적인 정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태국 내 한국어의 인기를 반영하듯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 응시하는 지원자들도 2007년 450명에서 지난해 636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911명이 응시했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자 평가원과 방콕한국국제학교는 현재 방콕과 송클라 두 곳에서만 치르는 시험을 내년에는 치앙마이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더구나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 중에서도 일과시간 동안에 직원들의 현지화를 위해 한국어교육을 별도로 시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바로 저들이 애국자’라는 생각과 함께 애국자는 세계 곳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 진출 국내기업 근무시간에 한국어 수업 한창 
 

해외 진출 국내기업에서 한국어 교육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등 한국어 교육을 활발히 실시하고 있다


지난 9월 14일 오후 3시 태국 방콕시 외곽의 웰그로우(wellgrow) 산업단지에 위치한 삼성전기 태국법인. 휴대폰과 LCD TV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근무시간임에도 한국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한국어 강사가 전날 치러진 한국어능력시험(TOPIK)의 난이도를 묻자 18명의 수강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려웠어요.”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하지만 불합격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 듯 밝은 표정이었다. 

삼성전기는 한국 본사 직원 및 현지 주재원과 태국 직원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공장 내에 한국어 강사를 상주시키고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900여 명의 태국 직원 중 생산직을 제외한 관리직 170여 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19명의 직원이 초급수준인 TOPIK 1~2급을 취득했고, 올해는 1~3급 시험에 42명이 응시했다. 

한국어능력시험 응원에 나선 태국인들


노승환 법인장(상무)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해당 국가의 현실에 맞게 현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지 직원들에게 모기업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역현지화도 필요하다.”면서 “기업 입장에서 업무시간에 한국어를 가르치기가 쉽지 않지만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이 현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이 생겨나고 있지만 한국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전기처럼 개별 기업 차원에서 자체 예산을 들여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매우 드물다. 

삼성전기는 이 같은 위상에 걸맞게 태국 내에서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화 전파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한국어 교육과정을 상시 운영하면서 TOPIK 응시를 지원하는 등 한국어 학습 붐을 조성한데 이어 올해는 교육과정을 초급ㆍ중급ㆍ회화집중반 등 수준별로 세분화하고, TOPIK 자격 취득자에 대해 본사 교육 파견이나 인사 고과에서 가점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도 신설, 한국어 교육이 정착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태국 현지인 ‘한국지역전문가’ 선발해 한국 연수 
 

태국 직원들 사이에서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의가 높다. 직원들은 매일 나눠주는 한국어 학습 퀴즈를 열심히 풀고, 자발적으로 한국영화나 드라마 DVD를 보면서 한국어 실력을 갈고 닦고 있다.

2004년부터 개인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지난해 TOPIK 초급(2급) 시험에 합격한 어라완(31ㆍ여) 교육담당 과장은 “숙제가 많아 힘들지만 한국어 배우기가 너무 재미있다.”면서 “과거에는 주재원들하고만 상대했는데 지금은 본사 직원들과도 간단한 대화와 업무연락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회사는 한국어 학습 지원 활동 외에도 태권도 동호회를 구성해 매주 한차례 태권도 강습을 열고, 김치ㆍ불고기ㆍ라면 등 한국 고유 음식을 급식으로 제공하는 등 한국 문화 전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노 법인장은 “한국어 실력이 뛰어난 현지 직원을 ‘한국지역전문가’로 선발, 6~9개월 동안 한국에 장기 연수를 보내 직무역량을 쌓게 하는 등 29명의 현지인 핵심인력을 한국전문가로 양성하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준 애국자’인 이들을 궁극적으로 주재원 후계자로 양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글날, 세종대왕 동상이 광화문에 들어섰다. 세계 속에서 우리말의 위상과 가치가 높아지고 있음을 바라며, 같은 말을 쓰며 살고 있는 우리들이 얼마나 축복받은 민족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앞으로 국가, 기업체, 학교, 뜻있는 개인 등이 우리말을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 체계적으로 교재의 개발·보급 및 강사의 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고려할 시점이다. 
글 | 이대영 교과부 홍보담당관
 교과부 웹진  꿈나래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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