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식 블로그

교사도 부러운 '엄친아'를 키우는 아빠는 누구? 본문

~2016년 교육부 이야기/부모의 지혜 나눔

교사도 부러운 '엄친아'를 키우는 아빠는 누구?

대한민국 교육부 2010. 11. 22. 07:00


11. 다음 중 가족들이 서로 도왔던 경험을 잘못 말한 친구는 누구입니까?
① 혜정 : 오빠가 내 숙제를 도와주었어.
② 영진 : 할머니께서 화분에 물을 주셨어.
③ 신영 : 아버지와 함께 알림장도 보고 준비물을 챙겼어. (아이들이 선택한 답)
④ 종진 : 나는 동생 대신 학원 가서 공부를 해 주었어. (정답)
⑤ 성록 : 엄마가 우리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셨어.
 
25명중 20명이 틀린 문제의 그 문제
"그게 정답일 리 없는데요. 우리 아빤 알림장이 뭔지도 모르는걸요~"


1학년 아이들의 시험지 채점은 정말 재미있다. 시험지를 채점을 하면서 재미있는 답을 보고 웃느라 몇 년은 젊어진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재미뿐 아니라 나에게 씁쓸함을 준 단원이 있었으니..
 

몇 년 전 1학년 담임교사를 하고 있었을 당시,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슬기로운 생활의 단원에는 "가족은 소중해요."라는 가족에 대해 학습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 단원을 마치고 단원평가를 보는데, 나에게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하는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이것이다.

다음 중 가족의 역할이 맞지 않는 것을 고르는 문제에서 “아버지와 알림장을 보고 준비물을 챙겼다.”라는 문항은 맞지 않는다고 답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문제의 정답자는 25명중 단 5명뿐이었다.
 
정답을 맞힌 아이도 자신의 생활 속에서 비추어 이를 답으로 고른 것인지, 이미 문제집에서 풀었거나 도덕적인 관념을 적용해서 답을 쓴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이들의 답은 다 아빠의 역할 중에 가사 일을 하고, 아이의 숙제를 봐 주는 것은 없었던 것이다. 

또, 비슷한 문항에서 “아버지가 양말이나 손수건을 직접 챙겼다.”라는 문항이 틀리다고 이야기한 어린이도 10명이나 되었다. 게다가 왜 자신들이 고른 답이 틀린 것인지 이해 못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건 정답이 아니야.”란 나의 말에
“어 우리 아빠는 제 숙제 안 봐주시는데요.”
“아빠랑 준비물 한 번도 챙긴 적 없는데요.”
“아빤 내 알림장 본 적이 없는데......”

라고 대답을 하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틀린 시험지를 집에 가서 확인을 받아오라고 했다. 학교에 방문한 엄마들은 그 시험지를 남편들에게 반성하라는 뜻으로 “떡”하니 보여주었다는 후일담이 들렸다.
 

 
   우리 집의 자랑거리는? 아빠가 바쁘신 것??
 



그 외에도 주관식 문제가 있었다. "우리 집의 자랑거리를 쓰시오." 라는 문제였다.

이 문제에 재미있는 답 중에 “집이 학교랑 가깝습니다.”란 답도 있어서 ‘역시 귀엽군.’이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웃음 속에 씁쓸함과 생각을 남긴 답 중에 “저희 아빠는 정말 바쁘십니다.”란 답이 있었다.
 
바쁜 아버지가 자랑인 한국사회. 이는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답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인 바쁜 아빠를 가족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이것이 아이의 내면에 내재화 되었다면 이 가정은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일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평소에 이를 비난하고, 비꼬아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아이가 이를 기억하고 쓴 것이라면 언젠가 진실을 알게 될 것이고 아버지의 부재를 아이는 반드시 느낄 것이다.
 


   돈만 잘 버는 아버지는 좋은 아버지가 아니다. 
 

아이의 스케줄을 꾀고 있고, 학교에 데려다주고, 종종 학교에 가서 뒷문으로 ‘우리 아이 잘 하고 있나.’ 감시하며, 어떤 때는 학교가 보이는 아파트에서 아이를 지켜보고, 학교 끝날 시간에는 아이를 픽업해 학원에 데려다주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한국의 대단한 엄마들. 한국 사회에서 엄마생활 = 아이생활인 경우가 많다. 아이의 학원친구, 학교친구들과 함께 엄마 친구도 형성이 되고, 정보력을 위해 엄마가 대신 설명회에 다니는 대단한 엄마들이 있는 곳이 우리나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아빠들 대다수는 이러한 엄마와 아이를 서포터즈 하기 위해 하는 일이 단지 돈 버는 일인 경우가 많다. 이에 아빠들은 아빠로 살아가는 즐거움은 느끼지 못하고 책임감에만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래서 아빠나 아버지를 주제로 쓴 책이나 영화를 보면 하나같이 어둡고 우울하다. 아빠라는 이미지에는 가족과 함께 있는 것으로 그려지는 것 보다는 혼자 있거나 회사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하거나 술을 마시는 모습이 그려진다. 한국사회의 좋은 아빠란 단지 돈 잘 버는 아버지일까?
 

하지만 이렇게 엄마는 전적으로 아이를 서포터즈 하는데 일조하고, 아빠는 이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것일까? 아이를 키우는 목표가 “일류대학 보내기”라면 이러한 방법의 역할분담이 맞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의 인생의 목표가 대학이라면 그 아이는 너무 불행하지 않을까? 대학만 잘 간다면 그 이후의 삶은 다 보장되는 것일까?

아버지가 일만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술을 많이 마시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모습. 아이들은 모르는 것 같지만 다 알고 있다. 

역할놀이를 할 때 아빠 역할을 연기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들어오는 아빠, 코를 골고 자는 아빠의 모습을 연기한다. 심한 경우는 술을 마시고 엄마를 때리는 아빠의 역할을 연기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는 가정의 거울인 것이다. 번듯한 직장과 학벌을 가진 학생의 아빠의 뒷모습을 아이들을 통해 교사들은 다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길지 않는 교육경력에 비추어 볼 때 얻는 결론이 있다. 교사가 보기에도 ‘나도 저런 딸 낳고 싶다. 내 아들도 저랬으면 정말 좋겠다.’라고 느끼는 엄친딸, 엄친아 뒤에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아빠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혼자서 육아에 전념하느라 자신의 인생을 다 바치고, 남편은 돈을 위해 밖으로 내 모는 엄마들이 모르는 엄청난 아빠효과가 아닐까?
 


   엄마들은 모르는 무시무시한 아빠효과로 엄친아가 된 나의 제자들
 


아빠 효과 1-공개수업도 직접 참여하고 녹색 아버지도 참여하는 아빠

교사로서 한 아이만을 편애하는 것은 아니지만 첫 6학년 담임을 했을 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니 학생이지만 존경까지 하는 아이가 있었다. 워낙 글도 잘 쓰고, 공부도 잘하고 못하는 게 없는 학생이었다. 서울시에서 주최한 글짓기 대회에 나가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할 정도로 글 솜씨도 뛰어난 학생에 교육청 주관의 수학 과학 영재반 선발에까지 합격한 학생이었다. 게다가 예의바르고 친절한 완벽한 성격까지 정말 나무랄 데가 없었다. 고등학생이 된 지금 여전히 성적은 전교 상위권을 차지하고, 그의 글 솜씨는 지역 대회를 휩쓸고 있다고 한다.

이런 아이의 좌우명이 있었으니 하나는 “노력해서 안 될 게 없다.”였고, 다른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빠를 존경한다.”였다.

사실 일반적으로 밖에서 보기에 그 아빠는 그리 뛰어나거나 돈을 많이 버는 분은 아니셨다. 대학교에서 시간강사를 하시는 분이셔서 그 집의 생계는 거의 어머니 몫이었다. 하지만 그 아버지를 보고 이 아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가 영재반 수업을 할 때, 학교에서 공개 수업을 할 때 이 아버지는 적극적으로 아이를 서포터즈 했고, 항상 아이의 알림장을 함께 봐 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 아버지는 시험을 본 후 모르는 문제를 차근차근 설명 해 주며 오답노트도 항상 함께 정리를 해 주곤 하셨다.

또, 보통 시간이 되도 남부끄럽다고 아버지들은 학교에 잘 방문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아버지는 공개수업이나 학부모 총회 때 꼭 참석하셔서 상담을 하고 가셨다. 어떤 날은 녹색어머니도 대신 하시곤 하셨다. 

"감사합니다. 아버지께서 이렇게 공개수업도 참여하시고~"라는 나의 말에 

"아버지는 부모 아닌가요? 저는 6년 동안 한번도 안 빼 놓고, 공개수업 때 학교에 왔는 걸요. 아이가 수업 하는 모습도 보고, 격려도 해 주었답니다. 제가 온다니까 소심한 아이가 발표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요. 매년 아빠에게 잘 보이려고 점점 더 열심히 하면서 변화하는게 얼마나 기특한지...... 앞으로 바빠지더라도 일부러라도 내서 참여하려고요. 아이 교육에 엄마 아빠 따로 있나요?"

라고 이야기 해서 오히려 나를 부끄럽게 했다.
 
간혹 알림장의 '부모님께 드리는 글'에 아버지가 손수 쓴 글이 보였고, 아이의 일기 한편에 아버지의 격려하는 글이 보였다. 아이의 일기에는 아빠와 함께 한 행복한 일상 이야기가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아이의 일기를 읽을 때마다 다정다감한 아버지,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에 읽고 있는 내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 아버지는 시간이 많으시니까 가능한 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아빠가 시간이 많다고 아이를 잘 돌보는 것은 아니다. 아예 양육은 자신과 무관한 일 인양 많은 시간에도 이를 아예 손도 대지 않으려 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아빠효과 2 - 하루에 1시간씩은 꼭 하루의 일상과 학교 이야기를 나누는 아빠

또 다른 아이는 “선생님 지난 시간에 체육을 못했으니까 오늘 체육하면 안 돼요.”라고 친구들이 대표로 나가서 물어보라고 할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 인지도도 있고, 넉살도 좋은 사랑스런 아이었다. 외동아들에 처음 1학년에 입학해서는 학교에 잘 적응을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한학기가 끝날 때 학급에서 가장 인기도 많고, 운동도 잘 하고, 공부도 잘 하는 친구가 되었다. 

이 아이 엄마의 말이 아이 아빠가 많이 바쁜데도 꼭 하루에 한 시간씩은 아이랑 학교생활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한 게 많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아빠가 아이의 학교생활에 관심을 갖고, 칭찬을 해 주고 격려를 해 주니 아빠에게 좋은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기 위해 아이는 받아쓰기 준비도 열심히 하고 칭찬 받을 행동을 찾아 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 아이는 아빠 덕분에 “학교란 즐거운 것, 학교는 좋은 것, 인생은 행복한 것, 공부란 해볼 만한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여성과 다른 남성의 뇌. 균형을 위해 엄마 아빠 모두의 교육 참여가 필수
 

아빠, 즉 남성의 뇌는 여성과 다르다고 한다. 아빠가 놀아주는 것과 엄마가 놀아주는 방법이나 효과가 다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빠와 엄마가 놀아주는 것은 각기 아이의 발달에 다른 영향을 주는데, 일반적으로 아빠는 엄마보다 활동적인 놀이 경험이 풍부하다. 아빠는 놀이 친구로서 육체적인 방법을 통해 주로 두뇌 발달을 돕는데 이는 언어를 통해 주로 놀이를 돕는 엄마와 다른 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빠, 엄마 양쪽 이모두 아이와 소통을 통해 충분한 경험을 쌓을 때 아이는 완벽한 전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또, 아이들은 보통 엄마보다 아빠와 더 놀고 싶어 한다고 한다. 한 연구에서 30개월 된 아이들에게 놀이 파트너를 고르라는 연구에서도 3 분의 2 이상이 아빠를 골랐다고 할 만큼 아이들은 활동적으로 놀아줄 수 있는 아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빠의 교육 효과를 극대화 하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아빠의 교육 효과 끌어올리는 팁!
 
- 스포츠와 놀이 등을 통해 아빠는 엄마보다 신체적인 자극을 많이 줌으로써 엄마와 이루어지는 언어에 의한 정적인 상호작용을 보완해준다.
- 감정적인 엄마와 상호 보완적으로 아이와 대화하거나 훈육할 때 아빠는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아이와 이야기함으로서 사회성과 논리적인 사고를 기르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 아이들은 엄마보다도 아빠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니 잘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과장되게 칭찬을 해 준다.
- 어릴 때는 아빠와 함께 목욕을 하는 경험을 주도록 하고, 아들의 경우는 커서도 함께 목욕을 다니면 좋다.
- 성적 및 교육 방침에 대해서는 아내와 상의를 해서 한 가지 노선으로 나가는 것이 아이의 인생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좋은 것 같다.
- 아이들을 아빠의 팬으로 만들어라. 아빠를 존경한다고 말 한 학생 중에 괜찮지 않은 학생은 하나도 못 보았다. 존경받을 만한 아빠 아래 존경 받을 만한 아이가 나오는 것 같다.
 
“아이가 좀 더 자라면 놀아줄 거야. 커서 술 한 잔 걸 칠 때 되면 나를 이해할거야.” 라고 말하며 교육에서 손을 뗀 아빠들이라면 알아야 할 것이다. 때가 되면 아이의 교육에 참여할 거라고 말하지만 방임하는 동안의 공백기는 쉽게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 성장에 있어서 발달이 지연된 부분, 공백이 있는 부분은 시간이 지나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빈 채로 남아있어 자란 후에도 한아의 성격적 잠재적인 트라우마로 남는다고 한다. 

정신분석과 심리 상담을 배울 때 들은 이야기로는 이렇게 아빠와의 친밀감이 부재한 아이는 성장해서도 내면에 정서적 공백을 갖게 되어 개인적 능력을 펼치거나 사회적으로 적응하는데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한다. 

물론 엄마가 충분히 채워주는 가정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 엄마의 노력과 희생은 어마어마할 것일 것이다. 사실 슈퍼우먼이 아닌 이상 완벽하게 채워주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가정은 엄마 아빠가 함께 있을 때 구성이 되도록 자연에서 그렇게 만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아빠와의 친밀감 형성은 중요한 것이다.
 
아빠들이여, 이제 엄마의 반만이라도 해보자. 그 때 내 아이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또, 스스로도 아빠로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b41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