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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공식 블로그
몇년 전 퇴근길이었습니다. 6학년 우리 반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김정아 선생님이시죠. 저 재영(가명)이 엄마입니다. 아이가 다리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어요. 꽤 오래전에 학교에서 다친 모양인데, 아픈데도 혼날까봐 말을 안 하고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속상해서 원~” “네? 얼마나 다쳤나요? 어느 병원이죠?” 다급해진 저는 인근 병원이란 이야기를 듣고 황급히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도착해 들은 아이의 말은 달랐습니다. “어쩌다 다쳤어. 언제 다친 거야?”란 저의 이야기에 “집에 와서 롤러블레이드 타다가 혼자 부딪혀서 넘어졌어요.” ‘엥? 어머니는 학교에서 다쳤다고 하던데, 이상하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후 들어오신 어머니는 제가 온 것을 보고 당황해 하시며 저..
“파란색 점퍼입니다.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노락색 우산입니다. 나무와 꽃이 그려져 있습니다.......” 매월 마지막 주 월요조회 시간. 10분 이상의 시간을 방송을 통해 분실물 찾아주기에 할애하고 있지만 이도 부족하다. 운동장 앞 아이들이 드나드는 입구 유실물 센터에 한 달간 있으면서 주인을 애타게 기다렸음에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방송까지 해서 찾아가길 호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운동장이나 복도에서 잃어버린 물건에만 해당된다. 각 교실에는 “주인을 찾습니다.” “주인님 저 좀 데려가 주세요.” 등 갖은 글귀의 주인을 찾는 분실물 함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찾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교실에서도 시간이 남을 때 유실물 함을 가져오게 해서 “이거 누구 거니? 이거 주인!”하..
동수이야기 초등학교 1학년 동수는 멋진 모습으로 검도도 하는 의젓한 아이입니다. 항상 바른 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개구쟁이처럼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는 아이들에 비해 어른스러워 보여서 대견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만 시키면 동수는 가장 늦게 일을 끝냅니다. 글씨를 쓸 때도 자신의 마음에 안 들면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그림을 그릴 때도 남들은 2교시에 끝낼 일을 점심시간이 지나도 밥도 못 먹고 집에 못 가고 하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냥 중간에 끝내고 집에 가서 할만도 한데 하던 것은 다 할 때까지 놓지를 못합니다. 집중력이 강한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딴 생각에 빠지면 헤어 나오지를 못합니다. 동희 이야기 고등학생 동희는 공부도 잘하고 예의바른 아이입니다. 그런 동희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
#1. 가난이 부른 도벽 - 지연이 이야기! 5학년 지연이는 딱 보기에도 다소곳한 아이였습니다. 물론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그야말로 모범생이었죠. 교사 발령을 받고, 첫해 나는 영어 교과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영어 수업 후 시간이 남아 내 딴에는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이야기를 해 주겠다고 어린 시절 교화가 될 만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을 살려 이야기를 했습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있었데, 그 사람은 도벽이 심한 사람이었어. 어린 시절 슈퍼에서 과자를 한번 훔친 후 걸리지를 않은 거야. 그래서 그렇게 심심해서 계속해서 과자를 훔치게 되었지. 그러다가 과자 한 봉지가 두 봉지 되고, 한 박스가 되게 되었지. 슈퍼에서만 훔치던 것을 이제는 학교에서 친구 물건, 선생님 돈까지 손을 대게 되었어. 결국은 금은방..
상규(가명)와의 첫 만남은 놀람 그 자체였습니다. 1학년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렇게 거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보면 볼수록 더욱 더 놀라웠습니다. 단순히 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용어 자체가 하나같이 순수하고 맑은 아이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라고 하면 될 것을 할아범탱구라고 표현을 하고, 목을 모가지, 입을 주둥이라고 하는 등 상규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대부분이 비속어, 은어였습니다. 또래들이 재미로 사용하는 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른들에게 듣고 배우지 않고는 결코 사용할 수 없는 용어였습니다. 단어 선택뿐 아니라 대화의 방법 또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차근차근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되지 않을 때는 협박, 윽박지..
5월은 참 행사도 많은 달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에 스승의 날까지. 이는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 가정과 이웃과 주변에 감사하는 사람들을 찾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으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행사가 많은 5월이기에 더욱 더 신경 써야 할 일도, 부담도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학생이 있는 가정이라면 스승의 날이 부담이 되는 날일 수도 있습니다. 왜 모두가 좋으라고 있는 기념일이 부담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처음 스승의 날이 제정되었을 때는 이런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 의미가 변질되어 지금 촌지문제를 일으키고, 스승의 날 즈음이 되면 감사를 나와서 파파라치처럼 선물 받는 선생님을 잡아서 문책을 하는 불미스러운 일로 얼룩지고 서로 불..
저희 아버지는 텔레비전 중독이십니다. 제가 어릴 때는 워낙 바쁘셔서 일찍 회사에 가시고 집에 늦게 오셔서 아버지가 텔레비전을 그렇게 좋아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쯤 여가시간이 많아지면서 점점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시더라고요. 특히 아버지가 좋아하는 골프, 바둑 위주로 주말이면 텔레비전을 24시간 가동시키면서 사십니다. 최근에는 게임은 하지도 않으시면서 게임 프로를 그렇게 보십니다. 이런 아버지의 텔레비전에 대한 집착 때문인지 저는 텔레비전에 질려버려서 거의 텔레비전을 보지도 않았습니다. 워낙 저랑 취향이 맞지 않는 프로만 강제로 봐야했기 때문에 “텔레비전= 지루함, 재미없음” 으로 인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집에서 힘이 없는 저에게 채널 선택권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대기업 인사에도 헬리콥터 부모 "걱정마 엄마만 믿어!"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사회에서 자리 잡은 친구들이 어떻게 하다가 요즘 학생들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대기업 인사과에 있는 내 친구 왈 “지난번에 공개 채용 시험이 끝나고 한 엄마한테 전화 받았어. 우리 아들은 영어를 잘 하고, 어학연수도 오래 다녀왔으니 꼭 해외영업팀 미국 사업부로 배정을 해 달라고 말씀을 하시는 거야. 그렇게 해 주시면 자기가 뒷바라지도 잘 하고, 꼭 사례도 잘 하겠다고. 아니 어떻게 회사에까지 전화를 해서 그럴 수 있는지 기도 안 차더라니까.” 대학 행정실 헬리콥터 부모, "걱정마 엄마가 수강신청 해줄게." 그러자 대학 행정실에 있는 내 친구는 “요즘은 수강신청도 엄마가 와서 대신 문의하는 경우도 많아.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