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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못하면 인문계로 진학해야 해?

대한민국 교육부 2010. 7. 1. 14:37
   융합? 융합이 뭐지?
 

Convergence, 융합, 융합 연구, con-silience, Digital convergence.
여기저기서 들리는 단어 ‘융합’. 도대체 무슨 이야길까? 뭘 융합해야 한다는 것일까?

융합(convergence)기술의 개념을 2002년 처음으로 도입한 미국은 융합기술을 ‘인간의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나노 기술(NT), 바이오 기술(BT), 정보기술(IT), 인지과학(CS) 등 네 가지 첨단기술 간에 이뤄지는 상승적 결합’으로 정의했다.

융합기술에 대한 정의는 이러하지만, 단지 기술에서만 융합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융합이란 걸 못했으니까 융합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겠지요?
학계에서, 산업 현장에서 왜 '융합'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일까요?  

 

   작금의 현실
 

첨단 기기들의 사용법을 익히고 익숙하게 사용하기엔 벅찰 만큼, 자고 나면 새로운 기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과학이 발달했음을 체감하는 척도가 되고 있는 듯합니다.
 
농업이 주산업이던 산업혁명 이전에는 천문학과 기후, 달력에 과학적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점차 분자생물학, 유전공학 등으로 학문이 점분 하고, 공학이 탄생했으며, 현재 전자제품, 디지털기기의 홍수 속에서 최근 6T(BT 생명공학, ET 환경 공학, IT 정보통신, NT 나노기술, ST 우주항공, CT 문화관광 콘텐츠)라는 말이 대중매체에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이 6T를 잘 살펴보면 독불장군처럼 한 가지 기술만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분야는 없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환경학과 의학이 함께 논의되며, 정보통신과 전자기기, 인체공학, 생명공학 등 그 어떤 것 하나도 따로 떼어 그것만 생각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자면, 차대, 엔진, 전자기기뿐 아니라 인간공학, 연령층을 고려하는 사회학까지 자동차에 녹아들지 않고서는 소비자를 만족시킬만한 자동차를 만들 수 없습니다. 우주선을 하나 만들려고 해도 얼마나 많은 분야의 전문가가 소통하고 힘을 합하여야 할까요? 첨단 신소재부터 하나씩 예를 들지 않아도 가히 짐작이 갈 것이라 믿습니다. 지금은 과학의 고전이었던 생물학, 천문학도 광학기기나 전자기기가 없이는 독립적으로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산업 현장 운용에 쓰이는 응용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도 단지 전산 용어만을 습득한 기술자보다는 생산관리, 인력관리, 조직관리, 품질관리, 전자공학, 경영, 물류관리를 배우고 전산 용어를 습득한 프로그래머가 훌륭하고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겠네요.
 

나로호 ⓒ한국경제



   환원주의에서 융합과 통섭의 시대로
 

나누고 쪼개어 심도 있게 학문을 발전시키려던 노력은 ‘인간 생활에 이용'이라는 과학의 존재 가치가 달린 근원적 문제 앞에서 다시 합쳐야만 했습니다. 이 시대가 바라는 것은 깊기만 한 것이 아니라, 넓게 아우르며 그 어디에도 적용 가능하고 편안하며,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SK브로드밴드, B tv '양 방향 TV전단지'서비스 출시 ⓒ연합뉴스

 
주변에서 쉽게 보는 전자제품만 해도 TV는 인터넷 기능에 양 방향 소통이 되도록 발전하고 있고, 휴대전화는 인터넷뿐만 아니라 전자수첩, 사전, 메신저, 뮤직 플레이어, 비디오 플레이어, 쇼핑, 예약, 금융 등의 모든 기능이 들어가 있어야 하고, 작고 가볍고, 디자인까지 세련되어야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기기를 전자공학이나 전기 기술 한 가지 분야에서만 깊은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영화 트랜스포머, 아바타 포스터

 
디지털 기기도 융합이라지만, 융합연구를 통한 원천기술확보가 국가의 자원이 되고 더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며, 학문도 과학과 철학, 인문학을 섭렵해야만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나 사진 등 예술 분야에서도 과학을 무시할 수 없으며, 도구로서 과학이 아니라 과학이 예술에 녹아야만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아이폰 공식 런칭쇼- 현장개통을 위해 줄 서 있는 예약자들 ⓒ노컷뉴스



   전인적 교육
 

이런 시대에 인문계와 자연계로 나누어져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벌써 여러 전문가분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시급히 바뀌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시대는 수학만 잘해서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될 수 없고, 문학과 언어만 잘해서 훌륭한 인문학자가 될 수 없습니다. 국제화 시대, 융합의 시대이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경직된 사고나 정적으로 고정된 사고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에 배척되어야 할 사고방식은 수직적인 사고방식, 교조주의, 흑백논리라고 하겠습니다.
 

비디오설치 예술가 백남준 씨의 작품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 9조(학교 교육)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① 유아교육·초등교육·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을 하기 위하여 학교를 둔다.
② 학교는 공공성을 가지며, 학생의 교육 외에 학술 및 문화적 전통의 유지·발전과 주민의 평생교육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③ 학교 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④ 학교의 종류와 학교의 설립·경영 등 학교교육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대학입시를 위하여 자꾸 변질되는 교육현실이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에서 말하듯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에 합당하도록 근본을 살펴 다시 재정비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교육이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하였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 교육과학기술부는 아이들이 학교교육 과정에서 다양한 재능과 잠재력을 키우고, 창의적이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재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다양하고 실효성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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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정리 
환원주의 : 복잡하고 추상적인 사상(事象)이나 개념을 단일 레벨의 더 기본적인 요소로부터 설명하려는 입장. (네이버 백과사전)

교조주의 : 과학적인 해명 없이 신앙 또는 신조(信條)에 입각하여 도그마(命題)를 고집하는 입장. (네이버 백과사전)

통섭(con-silience) : "지식의 통합"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 하는 통합 학문 이론이다. 이러한 생각은 우주의 본질적 질서를 논리적 성찰을 통해 이해하고자 하는 고대 그리스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두 관점은 그리스시대에는 하나였으나, 르네상스 이후부터 점차 분화되어 현재에 이른다. 한편 통섭 이론의 연구 방향의 반대로, 전체를 각각의 부분으로 나누어 연구하는 환원주의도 있다. (위키 백과)

원천기술 : 최초로 제시된 신기술이면서 이것으로부터 수많은 기술들이 파생되어 창출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기초기술과 혼동해 사용되기도 하지만 기초기술은 기반(infra)기술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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